▲ 포항 스틸러스를 파이널A로 이끈 이광혁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포항, 이성필 기자] "돈이나 걷으라고 해야겠어요."

포항 스틸러스의 복덩이가 된 '메이드 인 포항' 이광혁(24)은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포항 유스인 포항제철중, 포철고 출신으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경기력은 차고 올라오지 못했다.

이광혁은 169cm로 공격수로서는 작은 신장이지만 볼 다루기가 좋고 스피드도 있어 언젠가는 큰일을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결국, 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109' 33라운드 울산현대와 동해안 더비에서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을 넣으며 2-1로 승리, 포항을 파이널A(1~6위)로 이끌었다.

김기동 감독은 이광혁을 후반 교체 카드로 활용했다. 0-1로 지고 있던 후반 16분, 제로톱으로 활약하던 송민규를 빼고 이광혁을 넣어 울산의 수비를 집중 공략했다.

이광혁 효과는 있었다. 울산은 전체 대형을 뒤로 밀었다. 하지만, 41분 완델손에게 페널티킥을 허용, 팔로세비치가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요동쳤고 이후 이광혁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팔로세비치의 패스를 받아 아크 근처에서 왼발로 슈팅한 것이 골망을 갈랐다. 김승규가 몸을 날렸지만, 무소용이었다.

김기동 감독은 "뽀뽀라도 해주고 싶다"며 이광혁의 활약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순호 감독이 경질되고 대행이 아닌 정식 사령탑을 맡아 얻은 성과였기 때문이다.

이광혁을 믿었던 김 감독이다. 이광혁도 "중요한 경기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파이널A로 가는 순간이었기 때문에 훈련부터 성실하게 준비했다"며 이를 갈고 있었음을 전했다.

교체 선수가 할 수 있는 것은 골이나 도움 등 공격 포인트가 최선이었다. 그는 "좋아하는 위치에서 기회가 왔고 골을 넣었다"며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 경기가 끝나고 이수빈(가운데)과 기뻐하는 이광혁(오른쪽) ⓒ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전을 준비하는 마음은 남달랐다. '동해안 더비'라는 특수성에 파이널A, B로 갈리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보탬이 됐다는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는 "포항에 있으면서 울산전은 팬들도 그렇고 정말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했다. 스스로도 알고 있었고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울산전에 좋은 기억이 없었는데 오늘이 최고의 날이다"며 좋아했다.

선배 심동운에게 "너 아니면 떨어졌다"며 축하를 받았다는 이광혁은 "돈이나 걷으라고 했다. 10만 원을 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오늘을 즐기겠다"며 웃었다.

지난해 3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던 이광혁이다. 무릎 수술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오진 등이 겹쳐 힘겨웠지만, 그래도 잘 견뎌냈다. 그는 "무릎 수술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축구만 생각 중이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팬들이 질타하든 좋은 말을 하든 최상의 상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며 자신과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힘을 쓰고 있음을 전했다.

한때 포항에서 같이 뛰었던 형 이광훈에게도 고맙다. 은퇴한 이광훈은 지도자 수업을 시작했다. 그는 "경기 끝나고 연락했다. 잘 풀리지 않으면 대화를 많이 나눴다. 늘 내게 좋은 지적을 많이 해줬다"며 웃었다.

이제 남은 것은 파이널 라운드 5경기다. 포항과 3위 FC서울(54점)의 승점 차는 6점이다. 3위까지 ACL 진출권을 얻기 때문에 사력을 다해야 한다. 자신의 역할이 흐름을 바꾸는 '조커'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 이광혁은 "후반에 어떤 역할을 할지 준비하겠다. 승점 6점 차에 불과하다. 지금 분위기면 절대 질 것 같지 않다. 다섯 경기 모두 이기기 위해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포항,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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