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의 주장 염기훈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명불허전이란 말이 있다. 역시 (염)기훈이는 파란색 유니폼에 염기훈 선수의 백넘버가 제가 슈퍼매치하면서 상당히 머리 속에 꿈 속에 많이 나왔다. 그 골이 우리에게 부담을 줬고 상당히 멋진 골이었다고 생각한다."(최용수 FC서울 감독)

'왼발의 지배자' 염기훈(36, 수원삼성)이 K리그 역사에 또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다. 염기훈은 FC서울과 6일 치른 하나원큐 K리그1 2019 33라운드에서 자신의 리그 통산 17번째 프리킥 득점에 성공했다. 개인 최다 프리킥 득점 통산 공동 1위가 됐다. 프리킥으로 한 골만 더 넣으면 단독 1위로 신기록을 쓴다.

수원삼성은 6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서울에 1-2로 졌다. 서울은 전반 17분 박주영이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10분 고요한의 크로스에 이은 이명주의 헤더 득점으로 달아났다. 수원은 후반 14분 염기훈의 왼발 프리킥 슈팅으로 한 골을 따라붙었으나 끝내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 

앞서 2일 화성FC와 2019 KEB 하나은행 FA컵 준결승 2차전에 3-0으로 승리한 경기에서 직접 프리킥 득점을 포함 해트트릭을 달성했던 염기훈은 이날도 절정의 왼발 감각을 자랑했다. 추격골 이후 후반 37분 시도한 왼발 프리킥 슈팅도 득점이 될 뻔 했으나 골 포스트를 때리고 나와 무산됐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염기훈은 "너무 아쉽다. 선수들이 이기려고 하는 의지는 강했는데 결과가 따라오지 않아 아쉽다. 경기장 안에서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 선수들이 몸을 던지며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따르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고 소감을 말했다. 

▲ 서울을 위협한 염기훈의 왼발 ⓒ한국프로축구연맹

하지만 이날 수원은 후반전에 서울을 상대로 몰아붙이는 경기를 했고, 전반전에도 팽팽한 경기로 살아난 모습을 보였다. 승리를 거둔 최용수 FC서울 감독도 "내용에서 밀린 것은 인정한다"고 했다. 수원은 정규 라운드 결과 8위로 파이널 라운드 B그룹으로 향했고, 서울은 3위로 파이널 라운드 A그룹으로 올랐다. 올 시즌 전력은 서울이 위였다. 수원은 최근 4년 간 서울과 리그 대결 16연속 무승 중이기도 하다.

염기훈은 화성전 승리로 팀이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슈퍼매치 승리에 대한 동기부여도 강해 경기력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 슈퍼매치에서 몇 년 동안 못이겨서 오늘은 꼭 이겨야 한다는 미팅도 했다. 올해 마지막 슈퍼매치를 승리로 장식하자는 마음이 강했고, 힘들지만 선수들이 모든 걸 다 쏟아냈다."

화성전을 마치고 팀 동료 데얀 다미아노비치가 서울 이랜드와 아산 무궁화의 경기를 관전한 행동을 비판했던 염기훈은 "많은 팬들에게 질타도 받았는데 주장으로서 제 생각을 얘기한 것 뿐"이라며 데얀과 사이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데얀을 저격해서 얘기한 게 아니라, 주장으로 얘기한 것이다. 그 다음날 데얀과 충분히 얘기하고 풀었다. 데얀에게도 의도를 갖고 저격한 게 아니라고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데얀도 이해해줬다. 처음에는 서로 이야기를 했지만, 나중엔 서로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잘 끝냈다."

염기훈은 16경기째 서울을 이기지 못한 이유로 결정력을 꼽았다. 다음 슈퍼매치에 이기기 위해 개선할 점을 묻자 "제일 우선적인 점은 공격수들의 골이다. 수비수들이 최선을 다해 막고 있지만 공격수들이 골을 못넣고 있기에 못 이기는 거 같다. 저를 비롯해 모든 공격수들이 좀 더 분발해야 한다"고 했다.

추격골을 넣고 동점골까지 넣을 뻔 한 염기훈은 왼발 프리킥이라는 확실한 무기를 갖고 있다. K리그 통산 최다 프리킥 득점 선수가 된 염기훈은 이 기록에 대해 "감이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영광스럽다"며 자부심을 말했다.

"프리킥은 다른 골보다 남다르다고 항상 얘기했었다. 프리킥 최다 골을 제가 넣은 것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넣은 골보다 기분이 좋고 개인적으로도 영광스러운 1위다."

▲ 프리킥으로 추격골을 넣고 기뻐하는 염기훈 ⓒ한국프로축구연맹

염기훈은 최근에도 별도 프리킥 훈련을 하고 있다며 비결을 말했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무조건 넣어야 한다는 강박을 갖지 않고, 훈련 상황에서 더 가볍게 차고 있는 것이다.

"경기 전날 평소보다 감만 익히는 식으로 찼는데 그게 저한테 도움이 된 거 같다. 전에는 집중해서 무조건 넣어야겠다고 훈련했는데, 요샌 감만 잡자고 툭툭 찬 게 오히려 감각적으로 좋아진 거 같다. 수비수 머리 위로 넘기는 훈련을 해왔다. 두 번째 프리킥은 들어간 줄 알았다. 너무 아쉬웠다. 운이 오늘 우리에게 따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개인 기록을 뒤로 하고, 2019 시즌의 완성을 위해 수원에 필요한 것은 대전 코레일과 11월 6일, 10일 격돌하는 FA컵 결승전에서 승리해 우승컵을 드는 것이다. 2016년 수원 주장으로 FA컵 우승을 이룬 바 있는 염기훈은 리그 부진이 이어지는 수원의 명예회복을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미션이라고 말했다. 

"저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 팬들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FA컵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승하고 싶고 우승컵을 팬들 앞에서 들어올리고 싶다. 우리가 팬들 앞에 고개를 들 수 있는 건 FA컵 밖에 없다. (대전 코레일도)부담스러운 상대지만, 충분히 우승할 수 있고, 최선을 다해 우승컵을 들도록 하겠다."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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