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저 앉은 로드리(왼쪽 아래)와 의기양양 울버햄튼 선수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맨체스터시티가 2019-20시즌 첫 무득점을 기록했다. 울버햄튼의 경기력이 그만큼 뛰어났다.

울버햄튼은 6일(한국 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시즌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에서 맨체스터시티를 2-0으로 이겼다.

맨시티는 압도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이번 경기 전까지 프리미어리그 7경기에서 27골을 기록하고 있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커뮤니티실드, 리그컵까지 포함해도 무득점 경기를 기록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울버햄튼은 맨시티를 꽁꽁 묶더니 결국 승리까지 따냈다.

울버햄튼은 대체 맨시티를 어떻게 세울 수 있었을까. 맨시티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압도적인 전력을 갖춘 팀. 울버햄튼으로서도 쉽게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 울버햄튼은 이 점을 인정하고 경기를 진행했다.

실제로 경기 통계의 대부분은 맨시티가 우위에 있다. 무려 76.1%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고 슈팅에서도 18-7로 압도적인 우위에 섰다. 패스 숫자는 712-228로 3배도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유효 슈팅에선 달랐다. 맨시티와 울버햄튼이 나란히 2개씩 기록했다. 유효 슈팅은 골로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치. 맨시티의 공격 시도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그 시도를 골로 바꾸기엔 질적으로 충분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울버햄튼의 기본 콘셉트는 역시 간격을 좁히는 것이다. 울버햄튼은 윌리 볼리-코너 코디-로망 사이스까지 '플랜 A' 스리백을 세웠다. 그 앞을 후벵 네베스, 주앙 무티뉴, 레안데르 덴동커가 지켰다. 그리고 좌우 측면을 후벤 비나그레와 아다마 트라오레가 담당했다. 모두 8명의 선수가 수비에 집중했다. 맨시티를 상대하면서 스리백을 세우는 것은 더이상 특별한 변화는 아니다. 하지만 울버햄튼은 더 철저하게 공간을 좁히는 장치가 있었다. 

맨시티는 밀집 수비를 펼치는 상대론 이른바 '하프스페이스'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된 선수들이 중앙 공격수와 측면 공격수 사이 공간으로 침투하면서 공을 받곤 한다. 이번 경기에선 다비드 실바가 주로 담당한 임무다. 울버햄튼의 미드필더들, 특히 덴동커가 하프스페이스로 움직이는 다비드 실바를 잘 따라붙었다. 공간이 생기지 않으니 맨시티의 공격도 둔화됐다.

아다마 트라오레의 변칙 배치도 중요했다. 맨시티가 밀집 수비를 뚫는 또 하나의 방법은 드리블러의 단독 돌파다. 공격수가 1대1에서 수비수를 1명 제치게 되면, 커버 플레이를 나오느라 수비진 전체의 간격이 흔들린다. 울버햄튼은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다마 트라오레를 오른쪽 수비수로 배치해 라힘 스털링과 매치업을 붙였다. 트라오레는 보통 공격수로 활요되는 선수인데, 빠른 발과 몸싸움이 강점인 선수로 스털링의 속도를 1차적으로 늦추는 임무를 담당했다.

"울버햄튼은 수비했다. 롱볼을 활용하고 수비했다. 그리고 역습했다. 아주 신체적으로 강인하고 강력한 팀이다." -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

울버햄튼이 공격적인 자세를 잊지 않은 것도 중요했다. 많게는 수비에 10명이 가담했지만, 반격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울버햄튼은 간헐적으로 전방 압박을 시도해 맨시티의 공격 흐름을 끊었고, 역습도 날카롭게 전개하면서 맨시티의 뒷문을 불안하게 했다. 속도와 힘, 기술까지 두루 갖춘 라울 히메네스의 존재가 중요했다. 맨시티 수비수들의 압박에서 공을 지켜내면서 직접 드리블로 전진하면서 뒷문을 불안하게 했다. 전반 19분, 전반 24분 히메네스는 득점에 실패했지만 개인 능력으로 맨시티의 골문을 노렸다.

하프스페이스와 측면 공격수의 1대1 돌파가 잘 풀리지 않자 맨시티의 공격이 둔화됐다. 단순한 크로스 패턴은 장신 공격수가 없는 맨시티로선 성공 확률이 떨어지는 방식이었다. 맨시티는 울버햄튼의 수비진 외곽을 맴돌 뿐이었다.

맨시티의 선수 구성도 '최상'은 아니었다. 케빈 더 브라위너가 사타구니를 다쳐 출전하지 못했다. 베르나르두 실바도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후반 15분 리야드 마레즈를 빼고 베르나르두 실바를 투입하자 오른쪽 측면에서 더 세밀한 패스 전개가 나오면서 공격에도 활기가 돌았다. 후반 22분 다비드 실바의 프리킥이 골대를 때리고, 스털링의 슛이 동료의 몸에 맞는 불운 속에 득점이 터지지 않았다. 후반 31분 베르나르두 실바의 슛도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은 "우리는 특정한 경기 방식으로 싸우는 팀이다. 하지만 나쁜 날이었다. 때로 벌어지는 일"이라면서 부진한 경기력을 인정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리적으로도 울버햄튼이 유리했다. 울버햄튼으로선 승점 1점도 나쁘지 않은 반면, 맨시티는 승점 3점을 따내야 리버풀을 추격할 수 있었다. 울버햄튼이 일단 '버티기'에 성공하자 맨시티는 밸런스를 깨고 앞으로 조금씩 중심을 옮겼다.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은 후반 23분 공격수 파트리크 쿠트로네를 빼고 수비수 맷 도허티를 투입했다. 스털링을 제어했던 트라오레를 전방으로 배치했다.

그리고 그 효과는 금세 나왔다. 후반 35분 후벤 네베스가 칸셀루의 공을 가로채면서 역습을 시작했다. 히메네스가 침착하게 공을 끌고 페널티박스 정면까지 전진해 트라오레에게 밀어주자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같은 방식으로 버티던 울버햄튼은 경기 종료 트라오레가 역습에서 1골을 추가하면서 맨시티를 완전히 격침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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