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급 단답형 기자회견으로 취재진을 놀라게 한 잭 그레인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잭 그레인키(35·휴스턴)은 사이영상 수상 경력을 가진 특급 투수다. 경력의 깊이는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인터뷰의 깊이 또한 화제를 모았다. 8번의 질문에 ‘6번’은 “모른다”였다.

그레인키는 7일(한국시간) 미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의 트로피나카 필드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가했다. 휴스턴이 탬파베이와 디비전시리즈에서 2승으로 리드를 잡은 가운데 그레인키는 3차전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다. 그레인키의 투구 내용에 따라 휴스턴은 일찌감치 시리즈를 종료하고 챔피언십시리즈에 올라갈 수 있다.

1차전에서 저스틴 벌랜더, 2차전에서 게릿 콜의 역투에 힘입어 승리한 휴스턴이다. 3차전 선발로 나설 또 하나의 위대한 투수 그레인키의 투구 내용에 관심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현지 언론도 질문 보따리를 잔뜩 준비했다. 하지만 평소 4차원적인 성격으로 유명한 그레인키는 취재진의 질문을 모조리 피해갔다. 8가지 질문 중 6번이나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공을 던진 지 오래됐는데 3차전 준비 과정을 설명해줄 수 있나”는 질문에 “매일 캐치볼을 했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지난 두 경기에서 벌랜더와 콜의 투구는 어땠나”는 질문에는 잠시 생각하더니 “멋졌다(It's nice)”라고 쿨하게 대답하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한 질문에는 “잘 안 들렸다”고 피해갔다. 기자회견이 내내 이런 식이었다. 

“다음 라운드 진출이 걸린 경기에서 투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는 질문에는 “모르겠다. 그냥 평범한 경기다”고 받아쳤다. “집 근처인 올랜도 인근에서 투구하는 것은 어떤가”라는 질문에도 “모르겠다”고 단답형 답변을 내놨다. 심지어 “탬파베이 타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질문에는 “그들은 좋은 타자다. 좋은 주자이기도 하다”면서 짤막하게 인터뷰를 끝냈다.

그레인키는 이날 총 8개의 질문에 답하면서 43개의 글자만을 썼다. 그리고 6번의 답변에는 “모르겠다(I don't know)”는 단어가 들어갔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그레인키의 성격상 웅변적인 걸작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벌금을 물지 않기 위해 단지 여기에 있다는 형식적인 느낌을 줬다”고 총평했다.

그레인키에 이어 기자회견에 임한 AJ 힌치 휴스턴 감독은 11개의 질문을 받았고, 10분 정도 성실하게 답변을 했다. 힌치 감독은 총 2069개의 글자를 썼다. 그레인키보다 48배 많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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