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은성의 배트 가방. 맨 왼쪽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약자인 JF가 선명히 새겨진 배트가 있다. ⓒ정철우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LG 채은성의 배트 가방에는 특별한 방망이가 하나 있다.

JF라는 이니셜이 선명하게 새겨진 배트가 그것이다.

이 배트의 원래 주인은 두산 페르난데스다. 그의 풀 네임인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약자로 JF를 새겨 놓았다.

두산과 LG는 오랜 라이벌 관계다. 선수들 사이의 라이벌 의식도 대단히 강하다. 그런데 LG에 그것도 중심 타자의 배트 가방에 어째서 두산 외국인 선수의 배트가 들어 있는 것일까.

사연은 이렇다.

두산 출신인 김현수가 두산 선수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페르난데스의 배트가 채은성이 잘 쓰는 배트와 같은 회사의 같은 제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길이나 무게는 차이가 있었지만 같은 회사의 같은 제품이라 겉으로는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김현수는 페르난데스의 좋은 기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 배트를 얻어 와 채은성에게 선물한 것이다. 페르난데스도 선뜻 자신의 배트를 김현수에게 내줬다.

채은성은 "내가 원래 배트를 잘 가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배트는 좀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 내 방망이와는 차이가 있지만 손에 익으면 실전에도 써 보고 싶은 배트다. 페르난데스의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아직은 아니지만 계속 훈련 때 쳐 보며 감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 채은성 ⓒ곽혜미 기자
아직은 배트에 적응하는 중이다. 손에 완전히 익지는 않았다. 대신 타격 훈련 때 꾸준히 배트를 사용해 보며 감을 익히고 있다.

"그 배트로 한국시리즈까지 가서 두산을 향해 치게 되면 재미있겠다"고 하자 사람 좋은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대화는 키움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한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LG의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았다.

그러나 LG가 2차전마저 끝내기로 패하며 상황이 더 나빠졌다. 이젠 기적을 바라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LG도 여전히 희망은 남아 있다. 3차전을 잡으면 분위기는 또 달라질 수 있다. 에이스 켈리가 나서는 경기인 만큼 타선이 뒷받침해 준다면 해볼만한 승부가 된다.

채은성이 갖고 있는 페르난데스의 방망이가 반격의 무기가 돼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있는 두산까지 겨냥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나쁘지 않은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채은성의 활약이 뒷받침된다면 안될 것도 없는 시나리오다.

채은성이 페르난데스의 방망이로 두산 투수들을 상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될까. 채은성이 이 가을,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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