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박병호(가운데)가 6일 LG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뒤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LG는 키움과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모두 끝내기로 내줬다.

그 과정 속엔 키움 4번 타자 박병호가 있었다. 박병호는 1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쳤고 2차전에서는 3-4로 추격하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한 가지 있다. 박병호가 두 번 모두 패스트볼을 받아쳐 홈런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박병호는 몸 쪽 높은 스트라이크존에 약점을 갖고 있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몸 쪽 높은 스트라이크존 타율은 0.273에 불과하다. 스트라이크 존 타격 성적 중 가장 안 좋다.

박병호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상대가 이 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올 것이라는 걸 의식하며 스윙을 한다.

LG도 철저하게 이 약점을 노리며 볼 배합을 하고 있다. 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보다는 그 존을 의식하도록 만드는 전략을 짜고 있다.

몸 쪽 높은 존을 의식할 수 있도록 그쪽으로 볼이되는 더 높은 공을 던져 시야를 방해한 뒤 떨어지는 변화구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2차전 선발이었던 차우찬이 이 전략으로 박병호에게 세 타석 연속 삼진이라는 수모를 안겼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박병호의 약점은 모두에게 드러나 있다. 박병호도 알고 상대 배터리도 잘 안다.

▲ 박병호 ⓒ곽혜미 기자
결국은 제구가 승부를 가른다고 볼 수 있다. 박병호의 약점으로 제대로 공을 던질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다.

박병호에게 홈런을 맞은 두 번의 패스트볼은 모두 가운데 높은 존으로 몰렸다. 아마도 몸 쪽 높은 존을 의식하고 던진 공이었던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모든 공을 유인구로만 쓸 수는 없다. 몸 쪽 높은 존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박병호도 그 점을 의식하고 스윙할 수 밖에 없다.

보여 주는 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하이 패스트볼 이후 낮은 변화구는 매우 교과서적인 볼 배합이지만 하이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걸 상대가 의식하게 되면 별로 소용없는 볼 배합이 될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제구가 돼야 한다. 실투가 몰리면 언제든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타자가 박병호다. 잠실로 구장을 옮긴다 해도 크게 다를 것은 없다. 박병호는 올 시즌 잠실구장에서 고척돔(13개) 다음으로 많은 4개의 홈런을 쳤다.

이제 진짜 벼랑 끝 승부다. 한번만 더 지면 모든 것이 끝난다. 이 살얼음판 승부에서 박병호에게 다시 패스트볼 승부를 할 수 있을까.

두려워도 공략해야 이겨 낼 수 있다. 약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는 걸 의식하게 해야 유인구에도 손이 나오는 법이다.

마지막 승부에 나서는 LG. 박병호에게 다시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을까. 3차전 이후 경기의 매우 중요한 승부처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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