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정우영이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잠실=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포스트시즌은 투수 교체가 승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승부다.

흐름의 경기인 야구, 그것도 단기전에서 투수 교체를 어떻게 하느냐는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판단이 된다.

매 경기 치열하게 펼쳐지는 양 팀 감독의 머리싸움. 결과에 따라 울고 웃을 수 밖에 없는 투수 교체의 묘미를 찬찬히 살펴보면 그날의 승부처를 읽어 볼 수 있다.

매 경기 펼쳐지는 불펜 싸움에 주목해 이번 포스트시즌을 들여다보자.

9일 LG-키움 준플레이오프 3차전

-LG

△위기 극복 진해수 : A

진해수는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키움의 끝내기를 지켜봐야 했다. 연장 10회말 1사 2루에서 견제 실책으로 주자를 3루까지 보낸 뒤 끝내기를 맞았다.

그리고 이틀 뒤. 진해수는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2-2 동점이던 7회 무사 1루 위기. 진해수는 흔들리지 않았다.

첫 타자 김규민의 번트를 과감하게 2루로 던져 진루를 막았고 김헤성과 서건창을 처리하며 이닝을 매조졌다.

위기 이후 다음 이닝에 또 마운드에 오르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진해수는 8회 선두 타자 이정후까지 2루 땅볼로 막으며 제 몫을 다했다.

△필승조 정우영 : A+

정우영은 LG 필승조 투수 중 유일하게 흔들리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유일하게 제 몫을 해냈다.

이날 등판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3-2로 앞선 8회 1사 주자 없는 상황. 첫 타자는 샌즈였다.

하지만 정우영은 샌즈를 2루 직선타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렸다.

다음 타자는 박병호. 언제든 큰 것 한 방을 칠 수 있는 4번 타자의 등장이었다.

그러나 정우영은 이번에도 든든하게 버텨 냈다.

볼 카운트 3-1으로 불리하게 출발했지만 정우영에게는 투심 패스트볼이 있었다. 5구째 바깥쪽 투심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넣은 정우영은 6구째도 투심 패스트볼을 택했다.

박병호가 가장 좋아하는 몸 쪽 몰린 존으로 공이 날아갔다. 박병호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승자는 정우영. 정우영의 투심은 박병호의 몸 앞에서 오른쪽으로 살작 휘며 떨어졌고 박병호의 방망이는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삼진 아웃.

정우영의 투심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분명히 살아나고 있다는 걸 증명한 대목이었다.

△마무리 고우석 : B

1, 2차전에서 모두 실패를 경험한 고우석. 이날도 출발은 좋지 못했다. 선두 타자 김하성에게 볼넷을 내줬고 대타 송성문에게는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다. 희생번트로 1사 2, 3루.

고우석은 이후 집중력을 발휘했다. 대타 박동원과 풀 카운트 승부에서 잘 맞은 공이 중견수 플라이로 잡힌 것이 큰 힘이 됐다.

마지막 타자 김혜성을 우익수 플라이로 솎아 내며 세이브를 거뒀다.

이날의 세이브가 이후 투구에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키움

△선발 투수 교체 타이밍 : A

키움은 선발 이승호가 흔들리자 한 박자 빠른 교체 타이밍을 선택했다. 이승호로 더 밀고 갈 수도 있었지만 가용 인원이 풍부한 불펜을 믿었다.

결과적으로 빠른 교체는 성공적이었다. 추가 실점 없이 경기 중반을 넘길 수 있었다.

△키움 추격조 : A

키움 추격조는 이날도 빛을 발했다. 양현 이영준 김동준으로 이어지는 추격조는 LG 타선을 실점 없이 막아 냈다.

장정석 키움 감독이 선발 이승호를 빠르게 교체한 것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추격조의 힘이 컸다.

언제든 추격조 카드를 꺼내 들 수 있게 됐다는 자신감은 키움 불펜 운영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키움 필승조 : C

오히려 필승조 투수들이 좋지 못한 결과를 냈다.

마무리 오주원을 7회부터 기용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지만 패착이 됐다.

오주원은 첫 타자 정주현에게 2루타를 맞았고 우익수 샌즈의 실책이 더해지며 무사 3루 위기를 맞았다. 대타 오지환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역전 점수를 허용했다. 이날의 결승점이었다.

셋업맨 김상수도 페게로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고개를 떨궜다. 철저하게 봉쇄하며 선발 출장까지 막아 냈던 페게로의 기를 살려 준 홈런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욱 컸다.

한현희를 시작으로 오주원 김상수 등 필승조가 연일 실점하고 있다. 키움이 남은 시리즈에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