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체육회가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근대5종 남자 일반부 계주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우진과 김승진, 최지웅(왼쪽부터) ⓒ 임창만 기자
[스포티비뉴스=오륜동, 박대현 기자 / 임창만 영상 기자] "오늘(9일) 금메달이 암 투병 중이신 어머니께 큰 힘이 됐으면 한다."

금메달 소식을 어머니는 병상에서 듣는다. 아들이 땀으로 일군 자랑스러운 성적표만큼 신통한 효험을 지닌 약이 있을까.

자기 분야에서 제 몫을 다하는 아들딸은 그 자체로 묘약이다. 인천시체육회 이우진(28)이 그랬다. 오늘 하루 명의(名醫)가 됐다.

인천시체육회가 9일 서울 오륜동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근대5종 남자 일반부 계주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승진(29)과 이우진, 최지웅(29)이 호흡을 맞춘 인천은 수영에서 306점을 얻어 선두에 올랐다. 펜싱에선 26승 13패를 합작해 244점을 챙겼다.

마지막 레이저런(육상+사격)은 조금 부진했다. 16분10초46으로 8위에 그쳤다.

그러나 선두 수성에는 지장이 없었다. 한국 근대5종 간판 전웅태(24)가 버틴 광주광역시청과 송강진 윤상민 등 유망주가 여럿 포진한 서울시청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김승진은 경기 뒤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오늘(9일) 내가 좀 안 풀리는 날이었다. (최)지웅이와 (이)우진이가 (내 부진을) 정말 잘 메워줘서 값진 결과를 얻었다. 끝나고 회식 한 번 해야할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 이우진과 김승진, 최지웅(왼쪽부터)은 서울체중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었다. 이우진과 김승진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어머니를 언급했다. ⓒ 임창만 기자

인천은 근대5종 피날레를 장식했다.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들에게 제100회 전국체전은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운동선수끼리 전국체전을 가리키는 말이 있다. 1년 농사처럼 다가온다고 흔히들 말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마지막 농사를 근사하게 마무리하게 돼 정말 기쁘다."(최지웅)

"중학교 시절부터 함께했던 형들이다. 이 형들과 전국체전에서 합을 맞추고 좋은 결과까지 얻어 더 기쁘다. 오랜만에 뭉치고 나선 대회에서 금메달을 챙겨 의미가 남다르다."(이우진)

레이저런을 최지웅-이우진-김승진 순으로 뛰었다. 순서를 그렇게 짠 이유가 궁금했다.

개인전과는 다른 계주만의 독특한 전략이 녹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계주는 순번이 정말 중요하다. (최)지웅이는 안정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안전한 스타트로 토대를 잘 닦아줄 거라 생각했다. (이)우진이는 간격을 벌리는 데 일가견이 있다. 그래서 두 번째 주자로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팀 플레잉코치로서 내가 마무리를 잘 지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작전이 주효한 것 같아 기쁘다."(김승진)

서울체중-서울체고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었다. 김승진과 최지웅이 스물아홉 살, 이우진이 스물여덟 살로 한 학년 후배다.

실업 팀을 달리 선택해 뿔뿔이 흩어졌던 셋은 4년 만에 다시 만나 의기투합했다. 사이가 각별하다. 눈빛만 봐도 척척이다.

이우진의 유능한 '사회생활력'이 돋보였다. 특별한 팀워크가 느껴졌다.

롤모델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두 형이다. 어렸을 때부터 (김)승진이형, (최)지웅이형을 보고 선수생활을 해왔다. 다른 롤모델은 없다"며 밝게 웃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클로징 멘트 대신 쓰려고 한, 기자로서 가볍게 툭 던진 질문이었다.

이때 이우진이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옅은 미소를 살짝 보인 뒤 두 동료를 슬쩍 쳐다봤다. 조금 어렵게 입을 뗐다.

"어머니께서 많이 아프시다. 암 투병 중이신데 아들이 금메달 딴 소식 들으시고 쾌차하셨으면 좋겠다. (꼭) 큰 힘이 됐으면 한다."

김승진도 어머니 얘기를 꺼냈다. 탄탄한 체격을 지닌 근대5종 선수가 목소리에 울음이 배였다.

"우선 아버지와 형, 형수님, 조카 (김)예은이까지. 늘 응원해 주는 가족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늘에 계신 어머니. 우리 어머니께도 감사하다는 말 꼭 드리고 싶다."

어머니라는 단어를 거푸 뱉을 때 김승진은 울컥했다. 이때만큼은 내내 밝은 분위기로 인터뷰를 이끌던 맏형이 아니었다. '아들 김승진'이었다.

동갑내기 최지웅이 분위기를 수습했다. "가족들 모두 오늘(9일) 경기장에 와주셨다. 항상 뒤에서 묵묵히 성원해주시는 거 잘 알고 있다. 정말 감사드린다"며 팀 인터뷰 마지막을 책임졌다.

스포티비뉴스=오륜동, 박대현 기자 / 임창만 영상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