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4번타자 박병호(왼쪽)와 LG 마무리투수 고우석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이재국 기자] '2019 신한은행 MYCAR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가 4차전으로 넘어갔다. 고척돔에서 열린 1차전과 2차전에서 키움 히어로즈가 연이틀 끝내기 승리로 2연승을 달렸지만,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3차전에서 LG가 천신만고 끝에 4-2 승리를 거두고 첫 승을 올렸다. 1차전과 2차전에서 실패한 마무리투수 고우석이 세이브를 올리면서 사기가 오르고 있다. 

현재로선 키움이 2승1패로 앞서 있어 남은 2경기 중 1승만 챙기면 플레이오프(PO)에 오른다. 여전히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 반면 2패를 먼저 당한 LG는 3연승을 올리는 '리버스 스윕'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 1승을 챙겼지만 남은 2경기에서 무조건 2승을 거둬야한다는 점에서 불리한 상황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2연승은 해볼 만한 싸움이기도 하다.

▲ LG 채은성이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4회말 동점 솔로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LG 트윈스, 리버스 스윕 가능성은?

역사적으로 보면 리버스 스윕의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준PO는 1989년부터 시작됐지만, 초기에는 3전2선승제였다. 2005년 처음 5전3선승제로 치러진 뒤 2008년부터 5전3선승제가 정착돼 지난해까지 총 12차례 펼쳐졌다. 여기서 1차전과 2차전을 한 팀이 먼저 쓸어 담은 사례는 총 7차례(2008년, 2010년, 2012년, 2013년, 2014년, 2015년, 2018년) 있었다.

그 중 리버스 스윕은 2차례. 2010년 두산이 롯데에 2연패를 당한 뒤 3~5차전을 싹쓸이하며 준PO 역사상 최초의 리버스 스윕에 성공했다. 그리고 2013년 역시 두산이 넥센 히어로즈에 2연패 후 3연승으로 두 번째 리버스 스윕을 달성했다.

결국 7차례 중 5차례는 1~2차전을 먼저 잡은 팀이 PO에 올랐다. 71.4%의 비율이다. 리버스 스윕은 그 7차례 중 2차례(28.6%)라고 할 수 있다.

5전3선승제로 치러진 PO로 확대해보면 PO는 1986년 처음 도입됐는데 5전3선승제로 치러진 PO에서 한 팀이 1~2차전을 먼저 잡은 사례는 15차례 있었다. 그 중 리버스 스윕은 두 번 발생했다. 1996년 현대가 쌍방울에 2연패 후 3연승을 올린 것이 최초의 사례다. 이어 2009년 SK가 두산에 2연패 후 3연승을 올리면서 역대 2번째 PO 리버스 스윕에 성공했다. 결국 15차례 중 2차례의 비율(13.3%)이다.

5전3선승제 준PO와 PO를 합치면 22차례 기회에서 4차례 리버스 스윕이 나왔다. 18.2%의 비율이다.

▲ 키움 박병호가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뒤 홈에서 동료들과 격하게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키움 히어로즈, 2013년 리버스 스윕의 악몽?

역대 사례를 보더라도 분명 키움이 유리한 것만은 사실이다. 준PO만 놓고 보더라도 2연승 팀이 PO에 오른 것은 71.4%나 되고, PO까지 합치면 그 비율이 81.8%에 이른다.

그러나 키움은 넥센 시절의 악몽이 있다. 2013년 두산과 맞붙은 준PO였다. 홈(목동)에서 1차전과 2차전을 잡았다는 점도 올해와 같고, 2경기 모두 끝내기 안타로 이겼다는 점도 같다. 이런 기시감이 괜히 더 찜찜하다.

2013년 당시 1차전에서 9회말 2사 2·3루에서 이택근의 끝내기 안타로 4-3으로 승리했다. 히어로즈 역사상 최초의 포스트시즌에서 최초의 승리를 거두는 순간이었다.

2차전에서는 연장 10회말에 1사 1루서 투수 오현택의 견제 실수로 1사 3루 찬스를 잡았다. 여기서 김지수가 끝내기 안타를 치면서 3-2 승리를 거뒀다. 당시 데일리 MVP에 선정된 김지수는 "부모님이 생각난다. 박병호 최정 이원석 등 대표팀 동기들이 모두 잘 하는데 부모님이 부러워하셨던 것 같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려 기자회견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김지수가 기자실을 퇴장할 때 기자들이 모두 격려의 박수를 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2차전 승리 상황도 연장 10회라는 점, 1사에서 투수 견제 실수로 주자를 3루까지 보낸 점, 만루작전 없이 정면승부를 하다 끝내기 안타가 나왔다는 점에서 올해 2차전과 상황이 너무나 흡사하다.

당시 홈에서 2연승을 올린 넥센은 잠실로 옮겨 펼쳐진 3차전에서 연장 14회말 두산 이원석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3-4로 패했다. 4차전에서도 두산이 2-1로 승리하며 2승2패로 균형을 이뤘다. 이어 넥센은 홈인 목동으로 옮겨 5차전을 펼쳤지만 연장 13회 혈투 끝에 패했다. 0-3으로 뒤진 9회말 박병호가 구원등판한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백스크린을 넘어가는 극적인 동점 3점홈런을 때려냈지만, 연장 13회초에 대타 최준석에게 솔로홈런을 맞는 등 대량실점을 하며 5-8로 패하고 말았다. 2013년은 현재까지 마지막 리버스 스윕 사례로 남아 있다.

▲ LG 트윈스 팬들 ⓒ한희재 기자

▲ 키움 히어로즈 팬들 ⓒ한희재 기자

◆최원태-임찬규 선발 맞대결 4차전이 분수령

키움으로선 2013년과 비슷한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시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이미 지난해 준PO에서 한화에 2연승 후 1패를 당했지만 4차전에서 승리하면서 PO 무대에 오른 바 있다. 2013년 리버스 스윕의 트라우마는 이미 잊었다.

LG는 역사적으로 리버스 스윕 사례가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도전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5전3선승제에서 준PO와 PO에서 각각 2차례씩 총 4차례 발생한 역사가 있다는 점에서 보면 현실성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LG로서는 타일러 윌슨-차우찬-케이시 켈리로 이어지는 막강한 선발진에 비해 약한 고리가 운명의 4차전 선발투수로 나선다. 임찬규다. 초반에 크게 무너지지 않고 어느 정도 버텨줘야 승산이 있다. 이후엔 차우찬도 불펜에 대기하는 등 내일이 없는 총력전을 펼치게 된다.

임찬규는 올 시즌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30경기(선발 13경기)를 마당쇠처럼 던지면서 3승5패2홀드, 평균자책점 4.97을 기록했다. 키움전에서는 1경기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것이 전부다. 포스트시즌은 2016년 PO에서 1경기 0.2이닝을 던져봤다. LG로서는 3차전 승리의 기세와 임찬규가 등판할 때 유난히 타선이 활발하게 터지는 행운을 기대해 볼 만하다.

키움 선발투수 최원태는 올 시즌 27경기에 선발등판해 11승5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하면서 KBO리그를 짊어지고 나갈 영건 선발투수로 성장하고 있다. 다만 올 시즌 LG전에서는 4경기에 등판해 1승무패 평균자책점 4.24로 자신의 기록보다는 좋지 않다. LG전 피안타율도 3할대(0.302)다. 그래서 3차전 선발투수가 이승호로 낙점됐다.

장정석 감독은 3차전에 앞서 "우리 팀 엔트리에 포함된 투수 중에 이제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뛴 경험이 없는 투수는 최원태뿐이다"면서 "4차전 선발로 예정돼 있지만 3차전에서 큰 점수차로 앞서 불펜으로 가을야구를 한번 경험한 뒤 플레이오프 때 선발등판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3차전은 그런 기대와는 다른 경기 양상으로 전개됐다.

키움으로선 리버스 스윕의 악몽을 차단하기 위해 4차전에서 승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5차전까지 이어진다면 오히려 키움이 쫓길 가능성이 크다. 최원태가 평소 실력만 발휘한다면 4차전의 승산은 충분하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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