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날이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차우찬 역시 가을 야구에서 고개를 숙인 적이 있다. 2010년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6⅔이닝 동안 10실점했다. 대신 한국시리즈 활약으로 플레이오프의 부진을 만회했다. 2019년의 고우석처럼 2010년의 차우찬도 실패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LG는 키움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큰 내상을 입었다.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1차전 1구 끝내기 홈런 패배로 고개를 숙였고, 2차전에서는 2사 후 동점 적시타 허용으로 블론세이브까지 저질렀다.
LG 투수조에서 가장 자상한 선수로 꼽히는 차우찬이 고우석을 위로했다. 9일 3차전을 앞두고 만난 차우찬 역시 고우석의 고전이 쓴 약으로 작용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좋은 경험이라고 했어요. 단기전에서 패턴 변화를 주기는 해야 하거든요. 그건 생각처럼 쉽게 되는 게 아니라 직접 느껴봐야 해요."
차우찬은 고우석의 2경기 부진이 긴장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다들 물어보면 긴장 절대 안 했다고 해요. 저도 그래요. 긴장은 못 느끼는데 힘부터 들어가고 그런 경우가 많아요. 지금 고우석이 딱 그런 것 같아요."
고우석에게는 '의미 있는 공을 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우찬은 "(박병호가)친 거는 잘 친건데 (고우석에게)물어보니까 그냥 스트라이크를 던졌다고 하더라고요. 확실히 정하고 던지라고 했어요. 낮게 던질 건지 몸쪽에 붙일 건지. 낮게 던지려고 하다가 높게 들어가서 맞는 건 납득이 되는데, 그냥 던진 공이 맞으면 허무하니까. 생각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라고 얘기했다.
차우찬의 조언 덕분이었을까. 고우석은 9일 4-2로 앞선 9회 볼넷과 몸에 맞는 공으로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결국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치고 첫 세이브를 올렸다. 지금까지의 마음의 짐을 다 털어내듯 힘차게 소리를 질렀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