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화성, 이성필 기자] "(평양 원정에) 무서운 느낌이 든 선수가 있다면 데려가지 않겠다."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스리랑카에 8-0 대승을 거두며 예열한 축구대표팀의 다음 상대는 북한이다. '남북전'이라는 특수성에 1990년 10월 11일 남북통일축구대회 이후 39년 만의 평양 원정이라는 점에서 더 관심을 받게 됐다.

대표팀은 10일 스리랑카와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스리랑카를 대파하고 2승을 수확했다. 북한은 경기가 없었지만, 레바논과 스리랑카에 각각 2-0, 1-0으로 승리해 한국과 같은 승점 6점이다. 골득실에서 한국이 +10, 북한이 +3이다.

평양 원정은 초반 순위 싸움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1위가 최종예선에 직행하기 때문에 무조건 승점 3점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변수 천국이다. 김일성 경기장은 인조 잔디다. 또, 5만 명이 넘는 일체된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도 있다. 평양을 처음 방문하는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들도 외부 분위기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벤투 감독은 "인조 잔디 경험이 있다. 월드컵 유럽 예선을 인조 잔디에서 치른 경험이 있다. 같은 경기장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CL)도 해봤다. 특별한 것은 없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대표팀은 13일 중국 베이징으로 떠나 하루를 보내고 14일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은 뒤 이날 오후 평양에 도착한다. 문제는 수속 과정이 오래 걸리면 계획했던 공식 훈련 등 주요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하루 전 공식 훈련을 하면서 인조 잔디 상태를 확인하고 적응하겠다. 달라질 것은 없다.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본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경기를 하고 상대가 어떤 경기력을 보일지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스스로의 준비가 더 중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비다. 북한은 앞선 두 경기에서 끈끈한 수비를 자랑했다. 월드컵 예선 시작 전 인도에서 열린 4개국 대회에서도 두 경기를 실점하지 않는 등 무실점 4연승 중이다.

벤투 감독은 "모든 팀이 다 그렇지만, 장점과 약점이 있다. 북한은 상당히 거칠고 적극적인 팀이라고 본다. 실점을 하지 않고 있는데 북한이 이 부분에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하리라 본다. 우리도 우리 스타일대로 준비하면 된다. 상대가 볼을 뺏고 역습으로 가는 과정이 날카롭다. 전환 과정을 잘 대비해야 한다. 우리도 공격에서 균형이 깨지지 않아야 한다"며 신중한 경기 운영을 예고했다. 

▲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왼쪽)이 일관된 평양 원정 준비를 강조했다. ⓒ한희재 기자

물론 남북전은 '말이 통한다'는 특수성이 있다. 경기력 이상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포르투갈인인 벤투 감독이 깊이 느끼기 어려운 정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냉정한 벤투 감독은 "쉽지 않은 경기가 되리라는 것에 동의한다. 물론 어느 경기도 시작부터 쉬운 경기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무승부를 위해 경기하지 않는다. 무조건 이기기 위해 한다. 원하는 방향대로 가야 한다. 스타일을 유지하겠다"며 일관된 경기력을 약속했다.

광적인 응원이나 방북이라는 부담감 등에 대해서는 명쾌했다. 그는 "관중은 우리가 보기에는 많으면 많을수록 동기부여가 되리라 본다. 빈 경기장과는 느낌이 다를 것이다. 이런 부분들이 상대에게도 경기 초반에 전달되리라 본다"며 주도권 싸움에서 절대로 밀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정신력을 강조하며 "평양 원정이 무서운 분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느끼는 선수가 있다면 (평양 원정에) 데리고 가지 않겠다. 24명으로 가던가 대체 발탁을 하겠다. 준비를 제대로 해서 경기를 치르겠다"며 경기 중 강력한 파열음이 날 것을 예고했다.

주장 손흥민도 마찬가지, 그 역시 평양이 처음이다. 그는 "대표팀은 경기만 집중하겠다. 북한이 어떤 팀이고 어떤 선수로 구성해도 상관없다. 우리 팀에만 집중하겠다"며 내부 결속을 강조했다.

'태극마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나선다는 것을 상기하고 있는 손흥민은 "저는 국민들을 생각하고 있다. 책임감 있게 해야 한다고 본다. 선수들도 잘 인지하고 있다고 본다. 이제부터 북한전에만 초점을 맞추겠다"며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


스포티비뉴스=화성,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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