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의 슈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화성, 유현태 기자] '벤투호'가 스리랑카를 상대로 밀집 수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럿 보여줬다. 이제 완성도가 문제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10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서 스리랑카를 8-0으로 크게 이겼다. 김신욱(상하이 선화) 4골,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2골, 황희찬(잘츠부르크), 권창훈(SC프라이부르크)이 각각 한 골씩 득점했다.

한국의 목표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행이다. 카타르 월드컵 본선으로 가려면 밀집 수비를 넘어야 한다. 투르크메니스탄, 북한, 레바논, 스리랑카와 치르는 2차 예선은 비교적 수월하다. 하지만 최종 예선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이란, 일본, 호주, 우즈베키스탄 등은 까다로운 상대다. 이미 올 1월 열린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밀집 수비에 고전했다.

지난 7일 대표팀 소집 당시 벤투 감독은 "어느 공격 조합이나 전형을 사용하더라도 우리 철학에 벗어나지 않는 경기를 해야 한다. 경기마다 상대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어떤 순간에 집중하고 세밀하게 해야 하는지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스리랑카전을 마친 뒤에도 그는 "실점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북한이 이 부분에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하리라 본다. 우리도 우리 스타일대로 준비하면 된다. 상대가 볼을 뺏고 역습으로 가는 과정이 날카롭다. 전환 과정을 잘 대비해야 한다. 우리도 공격에서 균형이 깨지지 않아야 한다"며 기존의 색을 유지하며 공격할 의사를 내비쳤다.

스리랑카전에선 여러 가지 해법들을 두루 보여줬다. 기존의 패스 중심의 공격 전개, 김신욱의 높이를 살린 공격, 세트피스까지 모두 득점으로 이어졌다.

우선 벤투호의 패스와 공간 활용, 세밀한 패스 전개라는 기존 색을 살렸다. 두 풀백인 홍철과 김문환이 공격수처럼 전진해 경기장을 넓게 썼다. 그리고 손흥민-김신욱-황희찬 스리톱이 중앙 공격에 가담했다. 최소 3명, 많게는 5명까지 공격에 가담하면서 상대 수비 뒤 공간을 공략했다. 남태희는 "상대 수비수가 앞으로 부딪히는 건 좋으니까 그 뒤 공간을 이용하라고 지시하셨다"고 설명했다.

선제골부터 수비 뒤를 노리면서 나왔다. 전반 11분 홍철이 측면으로 침투했고 이강인의 절묘한 패스가 연결됐다. 홍철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오른발로 득점에 성공했다. 후반 10분 김민재-황희찬-남태희-김신욱까지 간결한 터치패스로 만든 6번째 득점도 그림 같았다. 세밀하면서도 빠른 공격 전개는 벤투 감독 부임 뒤 꾸준히 훈련해온 스타일이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김신욱의 영향력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김신욱은 압도적인 힘과 높이로 이미 아시아 무대에서 여러 차례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낸 바 있다. 상대가 촘촘하게 내려섰을 땐 단순한 크로스로 해결하는 것 역시 하나의 대안. 김신욱을 선발한 이유기도 했다. 김신욱은 전반 31분 김문환의 크로스를, 후반 20분엔 홍철의 크로스를 머리로 마무리했다. 전반 38분 이강인의 로빙패스를 머리로 떨어뜨려주면서 장신 스트라이커의 쓰임새를 보여줬다. 김신욱은 전반 18분과 후반 10분 발로 터뜨린 득점으로 확실한 마무리 능력도 입증했다.

벤투 감독은 "김신욱도 특징이 분명하다. 마무리 지역에서 가진 장점이 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하고 맞춰야 한다. 여러 유형의 공격수가 있다. 볼을 측면으로 빼고 크로스를 했을 시 김신욱의 장점을 활용하는 경기력이 나오리라 봤다. 점점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에 적응하는 것 같다"며 김신욱의 쓰임새에 대해 설명했다.

세트피스 활용도가 높았던 것도 특징이다. 세트피스는 수비 숫자와 관계없이 득점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한국은 전반 13분과 17분 코너킥 상황에서 손흥민이 가까운 쪽 골대로 움직이면서 발에 공을 맞췄다. 이강인의 날카로운 킥을 방향만 바꾸면서 해결하려는 시도였다. 전반 21분 나온 황희찬의 득점도 가까운 골대 쪽으로 움직이면서 이강인의 짧은 코너킥을 골문 쪽으로 돌려 놓으면서 나왔다. 후반전엔 손흥민과 이강인이 코너킥을 짧게 연결한 뒤 공격을 노리는 형태도 실험했다.

측면에서 개인 능력을 살린 돌파도 중요했다. 한국은 손흥민, 황희찬처럼 빠르고 저돌적인 공격수들을 보유했다. 수비수들과 1대1 싸움에서 승리하면서 공격을 푸는 것 역시 대안이 될 수 있다. 스리랑카전에서도 1대1에서 우위가 골로 연결됐다. 전반 18분 손흥민이 왼쪽 측면에서 주력 경쟁에서 완승한 뒤 올려준 크로스를 김신욱이 침착하게 골키퍼를 넘기면서 골로 연결했다. 후반 32분 황희찬이 왼쪽 측면에서 속도를 살려 수비를 제친 뒤 꺾어준 패스를 권창훈이 왼발 땅볼 슛으로 득점했다.

벤투호는 스리랑카의 밀집 수비를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공격을 시도해 득점했다. 하지만 스리랑카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202위를 기록한 약체다. 1대1 상황에서 한국과 엇비슷하거나 기량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엔 밀집 수비를 깨는 것이 더 어렵다.

선수들도 스리랑카전에서 얻은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다. 남태희는 "원하는 것을 거의 다 했다. 스리랑카전은 끝났고 북한전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 기량 차이가 크게 나는 상황에서 한국은 원하는 형태의 공격을 모두 펼쳤다. 일단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고 성공했다는 그 자체에는 점수를 줄 수 있다.

이젠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한국은 2차 예선에서 스리랑카 외에 레바논, 북한, 투르크메니스탄과 한 조에 속했다. 까다로운 상대는 없지만, 최종 예선에선 이란, 우즈베키스탄 등 강력한 수비와 역습을 주 전술로 하는 팀들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스리랑카전에서 보여준 해법들을 더 세밀하게 완성시켜야 한다.

스포티비뉴스=화성, 유현태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