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인 대표팀의 빌드업 미드필더로 세 차례 선발 출전한 백승호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화성, 한준 기자] 기성용 은퇴 이후 2022년 FIFA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하는 한국 축구 국가 대표팀의 숙제는 빌드업 미드필더 찾기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골키퍼와 수비 라인을 거쳐 한 명의 빌드업 미드필더를 두고 경기를 전개하는 포지션 플레이의 신봉자라는 점에서 이 자리는 더 중요해졌다. 벤투 감독은 당초 2018년 FIFA 러시아 월드컵 직후 대표팀에서 은퇴하려던 기성용을 적극 만류하기도 했다.

2019년 AFC UAE 아시안컵 후 기성용이 은퇴했고, 2015년 EAFF 동아시안컵에서부터 이 자리의 후계자로 자리잡은 정우영(30, 알사드)이 현재 대표팀의 주전 빌드업 미드필더다. 정우영 역시 카타르 월드컵 본선이 열릴 시점에는 33세가 된다는 점에서 그 역할을 이어받을 선수가 필요하다. 공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적재적소에 패스를 찔러넣을 수 있는 기술 뿐 아니라 공격 전개의 기점을 만드는 축구 지능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마땅한 선수를 찾기 쉽지않은 포지션이다.

벤투 감독은 FC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서 성장하다 여러 이유로 프로 1군 데뷔가 늦어졌던 백승호(22, 다름슈타트)를 전격 발탁했다. 지난 1월 스페인 라리가에 속했던 백승호를 3월 A매치에 처음 소집한 벤투 감독은 6월 이란과 친선경기에 투입했고, 9월 A매치 조지아전에 두 번째로 기회를 준 뒤 10월 A매치에는 스리랑카와 월드컵 예선전에 선발 출전시켰다. 15일 북한 원정을 앞두고 확실히 한 수 아래인 스리랑카를 상대로 어린 선수들에게 대거 기회를 줬는데, 백승호는 이강인과 중원에서 안정적으로 호흡을 맞추며 제 몫을 했다.

이란을 상대한 데뷔전에는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보였고, 조지아전은 전술 실험과 더불어 유럽 원정이라는 점에서 팀 전체적으로 버거운 경기였다. 스리랑카전에 백승호는 한결 여유로운 플레이로 중원을 장악했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백승호에게 세 번째 A매치에서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인 이유를 물었다. 다름슈타트 이적 후 꾸준히 주전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하며 경기 감각이 올라온 것, 그리고 상대가 아무래도 한 수 아래였던 것 중에 무엇이 결정적이었는지 질문에 컨디션이 확실히 좋다고 답했다.

"소속팀에서 많이 뛰어서 그런 것도 있고, 경기 전부터 상대가 어떻든 최선의 모습을 보이자고 이야기했어요. 그런 것을 생각하니 좋은 경기한 것 같아요."

▲ 믹스트존에서 인터뷰하는 백승호 ⓒ한준 기자

유소년 시절부터 공을 다루고 패스하는 기술을 스페인에서 배운 백승호와 이강인의 중원 조합은 스리랑카의 밀집 수비 사이에 패스 길을 찾는 창조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공격진의 황희찬까지 스리랑카전에 선발로 나선 선수들은 한국 축구의 미래 중심이 될 수 있는 세대 교체의 신호탄으로 보였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팬들이 반색했고 백승호도 "정말 좋은 것 같다"며 또래 선수들과 함께 대표팀에 자리잡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다만 ,기회가 기회로 끝나서는 안된다며 강한 각오를 말했다. 기회는 실력으로 증명해야 다시 주어지기 때문이다.

"기회를 받았을 때 잘해서, 또 출전 시간을 받을 수 있도록,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경기 도중 스리랑카 선수의 발길질에 가슴팍을 차여 멍이 든 백승호는 그 뒤에 더 열심히 뛰었다. 가격당한 것으로 인해 승부욕이 생긴 것인지 묻자 대표팀에서 사력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뿐이라고 했다.

"당연히 열심히 해야죠. 대표팀 와서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기회가 없을 거예요. 최선을 다했죠."

백승호에게 정우영은 포지션 경쟁자가 아니라 멘토이자, 선배다. "저보다 경험도 많고 아는 게 많으니 조언을 해주세요. 제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조언해주시는 게 많이 도움이 돼요."

백승호의 플레이를 두고 FC 바르셀로나에서 1군 훈련을 소화하며 함께 발을 맞춰본 스페인 대표 미드필더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떠올리는 팬들이 많다. 백승호는 지금도 "부스케츠의 플레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스케츠도 당연히 보고 크로스도 봐요. 비슷한 자리에서 뛰는 선수를 굉장히 많이 보며 연구합니다. 경기가 있으면 찾아서 보고 있어요."

▲ 다름슈타트 이적 후 주전으로 매 경기 선발 출전하고 있는 백승호

백승호는 현재 맡고 있는 빌드업 미드필더를 소화하며 "최대한 실수없이"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도전적이고, 창조적이기에 앞서 실수로 인해 역습 위기를 내주는 상황을 차단해야 한다. 빌드업 미드필더는 꽃이 아니라 뿌리다. 스스로 빛나려고 하다간 경기가 흐트러진다. "이어주는 역할이니까요. 미드필더, 공격수에게 이어주려고 노력합니다."

백승호는 현재 소속팀 다름슈타트와 대표팀에서 빌드업 미드필더로 뛰고 있지만 유소년 시절에는 최전방에서 돌파하고 득점하며 '한국의 메시'로 불리기도 했고, 청소년 대표 시절에는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 미드필더로 직접 득점에 관여하는 경우가 많았던 선수다. 백승호는 지금도 더 공격적인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며 빌드업 미드필더가 자신의 유일한 옵션은 아니라고 자신했다.

"가장 편한 포지션은 수비형뿐 아니라 공격형 등 미드필더 세 자리 모두예요. 미드필더 세 자리는 다 할 수 있어요. 소속팀에서도 더블 볼란치로 서면 빌드업 미드필더로 서고, 지난 경기는 4-3-3 포메이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어요."

백승호는 계속 발전해서 대표팀의 부름을 받고 싶다고 했다.

"정말 영광이죠. 하루 하루 영광입다. (대표팀은)언제 바뀔지 모르는 자리잖아요. 정말 간절하게 하고 있어요. 꾸준히 오고 싶어요."

백승호의 다음 행선지는 15일 치를 북한 평양 원정이다. "정말 쉽지 않은 경기일 거 같다. 초집중해서 이길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백승호는 이 경기의 정치적 의미를 묻자 "일단 축구 경기하러 가는 것이다. 북한을 이기도록 준비하는 게 관건"이라며 말을 아꼈다.

스포티비뉴스=화성,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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