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선수들이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준플레이오프 4차전서 패한 뒤 고개를 숙인 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잠실=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정철우 기자]LG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은 뒤 수비 강화 훈련을 했다. 훈련 내용을 비밀에 부쳤을 만큼 철저하게 준비했다.

상대의 주루 플레이 미스를 유도해 흐름을 끊는 훈련이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주자 1, 3루때 3루로 느슨하게 견제를 해 1루 주자의 스타트를 유도한 뒤 2루로 빠르게 송구해 잡아내는 방식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하고 훈련을 했다.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에선 실수 하나가 큰 흐름을 바꿀 수 있다. LG는 바로 이 점을 노렸다. 상대가 덫에 걸려 좋은 분위기를 흐트릴 수 있는 함정 수비를 준비한 것이다.

결과는 준플레이오프 성적이 말해 주듯 실패로 끝났다. 이렇다 할 시도조차 해 보지 못한 채 4차전에서 끝나고 말았다.

2차전의 치명적 실수가 결국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LG는 키움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 4-4 동점이던 연장 10회말 1사 2루에서 기습적인 2루 견제를 시도했다. 투수나 야수의 움직임으로는 전혀 낌새를 채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투수 진해수와 포수 유강남의 사인 미스, 포수 유강남과 유격수 구본혁의 사인 미스가 겹치며 실패로 돌아갔다.

진해수는 아무도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지 않은 2루로 공을 던졌고 이 공이 빠지며 1사 3루가 됐다. 이 주자는 끝내기 주자가 됐다.  

이 실패가 이후 과감한 시도를 방해했다고 볼 수 있다. 또 한번 실수가 나와선 안된다는 불안감이 함정 수비 훈련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훈련을 진두지휘했던 유지현 LG 수석 코치는 준플레이오프 기간 "몇 차례 기회가 왔는데 시도하지 못했다. 상황이 많지 않기도 했지만 과감하게 시도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차례 큰 실수가 이후 승부수를 던지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LG의 가을은 이렇게 끝났다. 하지만 LG는 올 시즌 분명한 소득을 올렸다. 한층 짜임새 있는 팀으로 발전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김인식 전 대표 팀 감독은 "상대의 실수를 유도해 잡아내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요즘 그런 야구를 보기 힘들다. 하지만 LG는 그런 야구를 가장 잘하는 팀이다. 적극적인 수비 전략은 LG 야구의 장점 중 하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3년 만의 가을 야구에선 장기를 살려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경험이 LG 선수단에는 경험이라는 약이 됐을 것이다.

좀 더 짜임새 있고 파격적인 LG의 시도를 기다려 보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정철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