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팀 김경문 감독. ⓒ 수원, 신원철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김경문 감독은 프로 팀을 맡았을 때 경기 전 브리핑에서 선발 라인업을 밝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비밀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정해둔 것이 없어서다. 경기 전 훈련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봐뒀다가 '탁' 느낌이 오는 순간 라인업을 그린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지금도 이 과정은 계속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13일 "내가 생각하는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이 얼마나 올라오는지 계속 체크하고 있다"며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단기전은 그 순간의 컨디션이 중요하다. 주전으로는 예전에 잘했던 선수를 먼저 쓰겠지만, 그러면서도 가장 컨디션 좋은 선수를 알아야 한다. 단기전에서는 그런 선수를 써야한다. 시즌이라면 오늘 지더라도 내일이 있다. 단기전은 다르다. 내일이 없다. 이겨야 다음 경기에서 여유가 생긴다."

대표적인 장면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전에서 나왔다. 왼손투수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왼손타자 김현수를 대타로 내보내 역전에 성공했다. 김현수는 이 대회를 시작으로 '국제형 선수'로 떠올랐다. 김경문 감독은 여전히 그 순간을 또렷히 기억하고 있다. 

"실패했으면 욕 먹었을 일이다. 누군가는 두산 선수라서 제 식구 챙긴다고 했을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 김현수가 두산 선수라서 내보낸 것은 절대 아니다. 김현수가 왼손투수 공을 잘 치고, 또 맞히는 재주가 있기 때문에 선택했다." 

▲ 김경문 감독 ⓒ 연합뉴스

순간의 감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전반적인 컨디션을 올리기 위한 작업도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다. 프리미어12가 시즌이 끝난 뒤 열리는 만큼 타자들이 감을 찾는데 시간이 걸릴 것을 대비해 단계별 프로그램을 짰다. 

김경문 감독은 "(김재현)타격코치 이맘때 열리는 대회에서 실전감각 회복이 어려웠었다고 하더라. 해본 사람이 있으니 준비하기 수월하다"고 얘기했다. 

첫 3일 동안 훈련한 선수들은 배팅볼만 때렸다. 15일부터는 더 빠른 공에 대비하기 위해 kt의 도움을 받아 피칭머신을 사용할 예정이다. 

19일 훈련 세 번째 턴이 되면 성균관대 투수 3명이 도우미로 나선다. 육성선수 테스트를 위해 계속 공을 던지던 선수들이라 대표팀 타자들도 컨디션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 달 1일과 2일 고척돔에서 열릴 푸에르토리코와 평가전도 밑그림이 그려졌다. 김경문 감독은 "1일 첫 평가전에서는 우선 초반부터 훈련한 선수들 위주로 경기를 치르려고 한다. 한국시리즈까지 한 선수들은 되도록이면 쉬게 해주겠다. 그렇지만 2차전은 선수들이 조금 힘들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베스트 멤버로 나간다"고 예고했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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