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이승환. 제공ㅣ드림팩토리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가수 이승환이 30주년을 맞아 12집 앨범을 내며 "젊은 음악을 하는 완벽한 현재진행형 현역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승환은 14일 오후 2시 서울 서교동 홍대 구름아래 소극장에서 데뷔 30주년 기념 12집 정규 앨범 '폴 투 플라이 후' 쇼케이스를 열고 새 앨범 소개에 나섰다.

이승환의 정규 12집 '폴 투 플라이 후'는 지난 2014년 11집 '폴 투 플라이 전' 이후 5년 만에 발매하는 앨범으로 총 10곡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나는 다 너야'는 60년대 모타운 사운드에서 착안한 뉴트로 경향의 곡이다. 공감대를 자극하는 가사와 밝고 경쾌한 재즈 풍의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이다.

이승환은 이번 앨범 수록곡 중 자신의 대표곡들과 비슷한 스타일의 '대곡'이 아닌 비교적 가벼운 느낌의 신곡을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것에 대해 "저를 마니아 층 있는 가수로만 알고 계신다고 생각한다. 20대 분들은 전혀 저를 모르고 페스티벌에 강제 관람할 때만 알고 계시는 거 같다. 나이 든 가수지만 트렌드를 놓지 않고 젊은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완벽한 현재 진행형 현역이라는 걸 이번 30주년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걸 통해 모든 가수들의 생명력이 연장될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고, 후배들에게는 노쇠한 선배 음악인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지 않고 영향력 끼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좀 더 최근 트렌드 음악을 들려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번 앨범 작업을 미국 캐피톨 레코드와 함께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느낀 점은 '케이팝의 위용이 엄청나졌구나'라는 것이다. 예전엔 약간의 냉소를 겪었다면 지금은 환대다. 저를 일종의 케이팝 아티스트로 보시는 것 같다"며 "제가 작업할 당시 캐피털 레코드가 SM과 계약해서 NCT가 화장실에서 옷갈아입는 걸 봤다. 그분들이 저를 못알아봐서 제가 인사를 드렸다"는 에피소드를 언급하기도 했다.

어느덧 55세인 이승환은 '어린왕자'라는 별명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어린왕자라는 별명은 28년 전 부터 제발 거둬달라고, 이미 왕위를 찬탈당했다고 장난스레 말씀을 드렸었다. '어린왕자'란 별명이 제 음악의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했다"며 "음악하는 사람의 젊음은 완벽한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젊은 감각을 놓지 않고 지내는 것이야말로 창의력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젊으려고 노력하는 건 별로 없다. 그냥 원래 록과 패션은 떨어질 수 없다는 생각이다. 옷을 이렇게 입어서 오해를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가수 이승환. 제공ㅣ드림팩토리

이승환은 최근 가요 업계의 부조리함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얘기지만, 저는 제작자로서 최초로 자신의 앨범을 제작한 가수였다. 유재하 선배님이 계셨지만 저는 매니지먼트까지 하다보니 어른들의 세계를 눈 앞에서 맞닥뜨렸고 그때 가졌던 불신과 부조리함에 대한 저항과 반항심이 많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얼마 전 부터는 더 이상 PD에게 촌지 요구를 받지 않아도 좋은 세상이 됐다. 이제는 업계에 이상한 일들이 많이 있다.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하게 돈을 가져간다. 가수들이 가져가야 할 것들의 공정함을 해치면서 그렇다. 이렇게까지밖에, 직접적으로는 말씀드리지 못하겠다"며 "전 언제나 정직하게 음악하고 싶어했다"고 덧붙였다.

30주년을 맞은 입장에서 음원차트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이승환은 "개인적인 기준은 동종업계에서 이방인으로 살고 있지만 그 얘기를 바깥에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었다. 그 이후에 제가 별 다른 유혹이라고 느낄만한 점은 크게 없었다. 어쨌거나 차트에 못 든다고 하는 건 기대를 줄이면 되고, 인기를 얻겠단 욕심을 줄이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 15~20년 전엔 조바심이 많았다. 지금은 그냥 겸허하게 좋은 앨범 만드는 것이 제 팬이나, 후배 음악인들에게 귀감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서운할 때는 있다. 되게 많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한때는 누군가 프레임을 만들어서 '퇴물'이라고 공격하셨던 분들이 있다. 그래서 제가 '퇴물'이란 공연도 열었다. 이런 결과물이 나왔을 때 기준이란 게 생긴다. 그 분들은 차트에 드러나는 것을 보고 저의 음악성이나 활동을 등치시킨다. 그걸로 공격하실까봐 그런 두려움은 있다"고 털어놨다.

끝으로 선배 가수로서 후배들에게 전하는 코멘트도 있었다. 그는 "마법같은 음악, 함부로 휘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음악인은 세상의 아픔과 함께해야하고, 내면 깊숙하게는 이런 마음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사람인데, 언제나 돈과 권력의 편에 서서는 안되고 사람 편에 서는 음악이 되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환의 정규 12집 '폴 투 플라이 후'는 이승환의 데뷔일에 맞춰 15일 낮 12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이후 11월에는 데뷔 30주년 기념 대규모 콘서트 '무적전설'을 개최할 예정이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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