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진 결과 큰 부상을 면한 것으로 드러나 키움 벤치를 안도시킨 박병호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문승원(SK)은 14일 늦은 밤 전화기를 들었다. 자신의 투구에 손목을 맞은 선배 박병호(키움)의 상태가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문승원은 1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 연장 10회 등판했으나 연장 11회 3실점하며 패전을 안았다. 패전도 패전이지만 강판 상황이 찜찜했다. 연장 11회 박병호 타석 때 유리한 카운트에서 몸쪽으로 빠른 공을 붙인다는 게 박병호의 왼 손목을 강타했다.

타격 시동을 건 상태라 박병호가 피하기 어려웠다. 박병호도 맞는 순간 통증이 극심한 기색이 역력했다. 문승원도 당황했고, 키움 벤치에도 비상이 걸렸다. 고의성이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박병호는 1루에 나갔으나 결국 다음 상황에서 대주자로 교체돼 병원 검진을 받았다.

문승원은 직후 강판됐다. 강판되면서 모자를 벗고 1루를 계속 바라봤으나 통증을 가라앉히며 주루를 준비 중인 박병호도 마주치지 못하고 더그아웃에 들어갔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키움 관계자는 “X-레이 촬영을 했는데 단순 타박 소견을 받았다.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발표했다. 

이 결과를 알 수 없었던 문승원은 경기 후 잔뜩 긴장한 상태로 전화를 했다. 전화통화 처음에는 더 당황했다. 문승원은 “병호 선배가 ‘골절이다’고 말씀하시더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는 어렵사리 전화기를 든 후배를 생각한 농담이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문승원에게 박병호는 껄껄 웃으며 “농담이다. 골절이 아니고 괜찮다. 너무 신경 쓰지 말아라”고 덧붙였다.

박병호가 불같이 화를 내도 투수는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하는지 고민했던 문승원은 선배의 농담이 차라리 고맙다. 근육이 놀라 컨디션이 100%는 아니지만 박병호는 큰 부상은 면한 채 2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성가신 상황에서 사과를 받는 과정에서도 품격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문승원도 “어제 경기는 빨리 잊겠다. 오늘도 대기할 수 있다”고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