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축구협회는 축구회관 2층 대회의실에 북한전 상황실을 마련했다. ⓒ한준 기자

▲ 축구회관 2층 대회의실에 KFA 상황실을 꾸려 북한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축구회관, 한준 기자] "이것도 기묘한 경험이네요."

전 세계 축구 경기가 24시간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시대에 한국과 북한의 2022년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은 진상을 파악하기 어려운 깜깜이 경기로 진행됐다.

북한이 한국의 중계진과 취재진의 입국을 불허하면서 55명으로 꾸려진 선수단과 대한축구협회 임직원만이 평양에 입성했다.

막판까지 중계권 조율이 진행됐으나 결국 15일 오후 5시 30분 김일성 경기장에서 킥오프하는 남북 축구 대결은 문자 중계로 상황을 파악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그리고 문자 중계는 당초 예상한 것보다 훨씬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여자 대표팀의 월드컵 예선 방북 당시보다 엄격한 통제로 휴대 전화 사용, 인터넷 사용에 제한이 생겨 경기 중 상세한 소식을 전달받기 어려웠다.

대한축구협회 직원이 아닌 AFC 경기 감독관이 경기 주요 상황을 전달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이 정보를 받아 축구회관 2층 대회의실에 꾸린 KFA 상황실에 모인 취재진에게 전달했고, 문자 메시지로 기자단 전체에 공지해 보도될 수 있었다.

한국에 경기 상황을 즉각적으로 알려준 인물은 키르기스스탄의 AFC 경기 감독관 케멜 토카바예프씨다. 본 임무가 경기 감독관인지라 경고와 선수 교체, 추가 시간, 득점 상황 등만 전했다. 득점 없는 0-0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면서 득점 상황에 대한 묘사도 없었다.

다만 토크바예프 AFC 경기 감독관은 "대등한 경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경기가 팽팽하다는 것을 몇 차례 전했다.

▲ 케멜 토크바예프 AFC 경기 감독관이 한국-북한전 소식을 한국 측에 전해줬다. ⓒ토크바예프 FACEBOOK

경기 상세 내용 일부는 경기 종료 20여분 뒤에야 회견장 이동 후 이메일 사용이 가능해진 현지 파견 축구협회 직원이 전달했다. 그제야 후반 24분 김문환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는 경기 내용 일부를 알 수 있었다.

워낙 공방이 치열한 승부였던 탓인지 그 외에는 주요 상황이 없었다는 것이 현지 직원의 설명이었다.

KFA 상황실에는 일부 방송사와 신문 매체가 조금 더 빠르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 모였다. 경기가 시작됐다. 관중이 없다, 경고를 받았다는 단편적 사실만 전달됐지만 워낙 정보에 대한 갈증이 컸기에 그러한 작은 정보에도 호응이 있었다.

북한 미드필더 리영직과 리은철이 경고를 받는 상황이 전해지자 "거칠구나"라는 상상, 김영권과 김민재가 연이어 경고를 받는 상황이 전해지자 "북한이 밀어붙이나보다"라는 상상이 취재진 사이에 오갔다.

▲ 대한축구협회가 마련한 임시 상황실에서 경기 상황을 곧바로 한국 취재진에 알렸다. ⓒ한준 기자

한국이 후반전에 황희찬, 권창훈, 김신욱을 연이어 투입하자 급해진 상황도 상상했다. 경기를 볼 수 없는 취재 현장이었지만 한줄 한줄 작은 정보를 전하기 위해 KFA 상황실의 기자들도 바삐 일했다.

정보가 제한적이다 보니 평양 현지에서 상황을 전하는 AFC 경기 감독관이 누구인지 취재하며 팩트를 체크했다. 본래 이 경기를 중계할 예정이던 KBS는 경기 중계 대신 상황실 현장을 담으며 KFA 관계자들을 취재했다. 

이날 현장에는 직접 북한 평양 현지를 취재했던 기자도 있었다. KFA 상황실 현장에서 취재한 기자들은 "이것도 평양 방문만큼이나 기묘한 경험"이라고 자조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대표팀은 경기 종료 직후 기자회견을 가졌으나 이 내용도 한참 뒤에 전해졌다. 경기 하루 전인 14일 밤 7시 55분께 진행한 회견은 15일 오전 7시 30분에 한국 취재진에 전달된 바 있다.

대표팀이 평양에서 어떤 경기를 했는지는 추후 북측이 제공할 영상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경기 영상 촬영 및 제공은 AFC가 의무 사항으로 두고 있다. 한국도 이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선수들의 이야기는 17일 오전 0시 45분, 베이징을 거쳐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는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전망이다. 공항 입국장에서 심야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다. 역사상 가장 이상한 월드컵 예선 경기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포티비뉴스=축구회관,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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