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관중으로 치러진 남북전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그 어떤 것도 없었던 한 판이었다. 승점 3점부터 유니폼 교환 등 모든 것이 없었다.

축구대표팀은 15일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2020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조별리그 3차전 북한전을 치렀다. 0-0으로 기면서 2승 1무, 승점 7점으로 1위를 유지했다. 4위 레바논(3점)이 스리랑카(0점) 원정에서 이겨도 3위가 된다. 북한(7점)은 한국에 골득실에서 뒤져(한국 +10, 북한 +3) 2위다.

이번 경기는 준비 과정부터 이상했다. 북한은 선수단과 임원진의 비자 발급을 위한 초청장을 보냈을 뿐 18명으로 구성된 공동 취재단과 20여 명의 지상파 3사 현지 중계 인력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통상 원정을 하러 가면 있는 취재진, 방송 중계 자체가 물리적으로 되지 않았다. 14일까지도 협상이 있었지만, 성사된 것은 없었다.

경기 영상 녹화분을 가지고 나와 방송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 역시 불투명하다. 조선중앙TV가 국제신호를 따로 제작하지 않으면 방송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녹화분을 편집해 제공하면 조선중앙TV 로고가 그대로 박혀 방송될 가능성이 있다.

인터넷도 제대로 통하지 않아 경기 소식 전달도 쉽지 않았다. 깜깜이 경기를 하느라 아시아 축구연맹(AFC) 경기 감독관이 AFC에 보낸 것을 다시 대한축구협회가 받아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팬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거쳤다.

아시아 축구연맹(AFC)과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기 문자 중계에도 선수 교체와 경고, 선발 명단 외에는 그 어떤 상황 설명도 없었다. 현장에서는 세계적인 통신사인 AP 평양지국 기자들도 경기장에 출입하지 못했다. 경기 전날 북한 기자 5명만 파울루 벤투 감독의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등 철저하게 통제됐다.

더 황당한 것은 5만 관중이 가득 메워질 것으로 예상됐던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는 점이다. 일부 평양 주재 외교관들이 경기를 관전한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지난달 레바논과 1차전에서 열띤 관중의 응원을 받아 경기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상황이다.

▲ 빈 상태로 경기를 치른 남북전 ⓒ대한축구협회

일각에서는 북한이 관중석을 비운 것은 남한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굳이 홈 이점을 포기하면서 관중석을 비운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경색된 남북 관계를 북한이 스포츠에도 영향을 끼쳐 그대로 보여줬다는, 한마디로 상대하기 싫다는 의미다.

결국, 승부는 무승부로 끝났다. 북한은 2005년 3월 이란과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0-2 패배 이후 14년 넘게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2010 남아공월드컵 예선, 2014 브라질월드컵 예선에서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을 모두 1-0으로 잡는 등 홈에서는 강함을 보인 북한이다.

경기 후 양팀 선수단은 유니폼을 교환하지 못했다. 이미 경기 전 축구협회에 선수단에 유니폼 교환을 금지했다. 축구협회 용품을 후원하는 후원사는 미국 업체다. UN의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물품을 그대로 가지고 와야 한다. 흔한 유니폼 수집 광경을 보기 어려운 이유다.

AFC는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이날 가장 관심을 모았던 무관중 경기에 대해 'AFC와 사전조율된 사항은 아니다'며 '홈경기의 마케팅권리(입장권 판매 등) 은 주최국 축구협회에서 가지고 있음으로 AFC에서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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