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주년을 맞은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의 김재훈 PD. 제공|MBC에브리원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드디어 1주년을 맞이한 MBC에브리원의 '대한외국인'(연출 김재훈 심의섭)은 특별한 퀴즈쇼다. 

그 주인공은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10명의 '대한외국인'들이다. 이들과 맞선 한국인 게스트들이 한국에 대한 단계벌 퀴즈를 풀어가며 벌이는 대결이 뼈대. 소소한 정보성이야 퀴즈쇼의 기본 덕목이지만, 각기 팀을 꾸린 대한외국인 팀과 한국인 팀이 아옹다옹 벌여가는 퀴즈 대결엔 따스한 기운이 가득하다. 이 땅과 이 땅의 사람들,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바탕이 된 센스만점의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다보면 의미있는 정보와 함께 유쾌한 웃음, 끈끈한 정이 자연스럽게 전해져온다. 1주년을 맞이한 '대한외국인'이 초등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넓은 팬층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그 따뜻한 에너지는 시작부터 드러났는지, 4회짜리 파일럿으로 출발한 '대한외국인'은 지난해 10월 17일 첫 방송과 동시에 정규방송을 확정했다. 그리고 16일 정확히 1주년을 맞이했다. 2%대 안팎의 시청률를 기록하며 수치 이상의 재미와 의미로 사랑받는 프로그램의 주역들을 스포티비뉴스가 만났다. '대한외국인'의 출발과 함께했으며, 지금도 든든히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김재훈 PD와 프로그램의 두 축인 김용만, 박명수다. '퀴즈쇼의 달인' 김용만이 진행자로서 쇼의 흐름을 쥐락펴락 한다면, 한국인팀 팀장 박명수는 '막내' 한현민과 함께 대결 구도를 이끌며 톡톡 튀는 재미를 더한다.

연출자 김재훈 PD는 '대한외국인'이란 글씨가 가슴팍에 들어간 팀복 차림으로 현장을 누비는 중이었다. 엠넷 시절부터 '비틀즈코드' 등 톡톡 튀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했던 그는 '결혼 터는 남자들', '시골경찰2' 등을 만든 MBC에브리원의 대표 예능 연출자 중 하나다. 스태프와 나눠 가지려고 만든 팀복을 탐낸 '대한외국인' 샘 오취리가 기어이 하나를 얻어가선 평소에도 입고 다닌다고 귀띔하는 그에게선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그대로 묻어났다.

-1주년을 축하드린다. '대한외국인'이 시작할 때, 이 날을 예상하셨나.

"시작 때는 몰랐다. 4회 파일럿으로 출발했는데, 첫 시사 때 방송이사님이 끊김 없이 이어가야겠다 하셔서 바로 출연자들을 섭외했다. 3회 만에 1%를 넘었다. 이건 되겠다 싶더라. 1주년은 있겠구나 예상했다.(웃음)"

-초등학생들도 호응이 좋다. 흔치 않은 전연령 프로그램이다.

"주위에 초등학생 애들이 좋아한다는 부모님들이 많다. 저희 초등학생 딸도 좋아해서 본방사수 한다. 주변 스태프도 그렇더라. 아마도 낮은 단계에 있는 문제들이 자기들도 풀 수 있는 문제가 나와 그런 게 아닐까. 어르신들도 많이 보신다. 퀴즈쇼란 포맷을 좋아하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전연령 프로그램으로 사랑받아 기쁘다."

▲ 1주년을 맞은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의 김재훈 PD. 제공|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은 어디서 출발했나.

"'미녀들이 수다'처럼 예전에는 TV에 외국인이 나와서 한국말을 하면 신기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인이 많아졌다. 단순히 한국말 잘하는 걸로는 신기하지 않다. 한국에 대한 지식을 뽐내기까지 한다.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의 상황이 너무 달라졌고, 한국에 대한 사랑이 크다. 한국을 가지고 이들과 대결을 하면 재밌지 않을까가 시작이었다. 그것을 어떻게 보여줄까 하고 퀴즈쇼 형식을 띠게 됐다."

-피라미드 형태로 한국지식수준별 '대한외국인'들을 배치했다. 섭외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창과 방패, 공격하는 한국인 창, 방어하는 외국인 방패로 시작했다. 그래서 피라미드 구조가 나왔다. 10명 피라미드를 단계별로 배치해야 한다. 1층 1~4단계는 한국을 사랑하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어가 어눌하고 서툰 사람, 한국에 대한 지식 정도가 부족한 분이 나오고 점점 그 수준이 높아진다. 역시 10단계나 8~9단계, 고층이 캐스팅이 힘들었다."

-10단계 담당인 허배 선생님이나 '에바레스트' 에바에겐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한국인도 잘 모르는 한국어, 각종 지식이 풍부하다.

"고층 출연자들은 한국인보다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어야 했다. 그 와중에 허배 선생님(10단계)가 등장하셨다. 과거 인터뷰를 보니 '구운몽' '혈의 누'를 번역하셨더라. 대부분 그러하듯 부담을 갖고 안 하려고 하셨는데 설득을 했고, 삼고초려 끝에 나오셨다. '에바레스트' 에바의 경우 본인의 의지가 강했다. 승부욕이 엄청나다. 퀴즈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지식을 드러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니 좋아한다. 에바는 평소에도 대기실에서 계속 공부한다. 그만큼 이기려는 승부욕이 강하다."

-단계별로 수준차까지 둬야 해 문제 난이도를 조절하는 게 쉽지 않겠다.

"힘들다. 초성, 액자 등등 유형별로 담당 작가들이 있다. 1차 조사를 하고 1,2,3차 회의를 거쳐서 문제를 다듬고 단계별로 조정한다. 이미 자리를 잡은 액자, 초성, 상식 퀴즈는 여전히 재미있는 거리가 많은데, 나머지들은 문제가 고갈되더라. 그래서 계속 바꿔주고 있다. 작가들도 만족도가 높고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것 같다."

-퀴즈 문제를 낼 때 다른 고충은 없나.

"팩트도 중요하게 여긴다. 퀴즈쇼고 이걸 통해 배우는 분들도 많으시기에 정확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했다. 늘 자문을 구하고 확인을 한다. 환경, 문화 관련해 권위있는 기관에 문의하고, 국립국어원까지 다 자문을 받고 애매한 것들은 미리 걸러낸다."

-우승 의욕을 불태우게 하는 선물, 한우는 보면서도 탐난다. 

"이런저런 선물들이 나왔다. 다른 특산물이 나오기도 하고 공예품도 나오고. 그러나 역시 제일 좋아하는 선물은 역시 한우다. 모두 진심으로 좋아한다."

-찬스 역할을 하는 홍삼이, 산삼이, 도라지 캐릭터는 캐릭터화 생각은 없나.

"은근히 살 수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각각 수작업으로 만들어서 나름 제조 단가가 비싸다. 캐릭터 개발도 재미있겠다. 하나로 돌려쓰다가 여분이 필요해 지금은 2개로 돌려쓴다."

-'대한외국인'은 여느 예능과는 차별화된 건강한 에너지가 매력이다. 한국,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절로 생기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의도하며 제작한 건 아니었다. 사실 시작 때는 그런 게 있었다. 퀴즈 프로그램도 예능 프로그램 아닌가. 자극적으로 가지 말자고 했다. 그러다 3회에 존과 맥 형제를 만났다. '얘네는 무조건이다,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니 아이가 있는데 아무 이야기나 할 수가 없더라. 그러다보니 존부터 허배 선생님까지 같이 출연하는, 온 가족을 다 아우르는 프로그램이 된 거다. 편성팀에서도 12세이상 시청자로 가자고 해 그렇게 고수하고 있다."

-남녀노소, 누가 봐도 부담없고 재미있는 '좋은 프로그램'의 매력도 '대한외국인'의 강점이다. 퀴즈쇼의 매력이야 두말할 것 없고.

"저희는 국민가족예능을 지향한다. 뻔한 이야기지만 재미와 의미가 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피라미드 구조로 앉아있는 외국인을 하나하나씩, 도장깨기처럼 올라가 꼭대기 끝판왕에 다다르겠다는 욕망도 자극한다. 그런 효과가 있다. 그 속에서 한국인과 외국인이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두고 다투니까, 국가대항전을 하면 우리나라를 응원하는 법인데 이건 외국인이 이겨도 불쾌하지 않고 오히려 어떨 땐 응원하게 된다."

▲ 1주년을 맞은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의 김용만(왼쪽)과 박명수. 제공|MBC에브리원
-'퀴즈쇼 전문가' 김용만이 중심을 잡고, 한국인팀 팀장 박명수가 이를 거든다. 연출자가 보기엔 둘의 케미가 어떤가.

"보시는 대로다. 둘 모두 중요한 역할이다. 섭외부터 공을 들였고 역시 잘 해주고 계신다. 덧붙이자면 박명수는 한국인 팀 주장이지 않나. 팀장 역할이 중요하다. 빨리 지친다고는 하시지만 다른 게스트가 지치지 않도록 독려해 주신다. 대기실에서의 멘트도 중요한데 그걸 이끌어내주시기도 한다.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1주년을 맞은 기분, 앞으로의 각오를 부탁드린다.

"행복하다. 파일럿으로 시작해 1년이 유지됐다. 감사드린다. 1주년에 만족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더 좋은 프로그램,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3주년, 4주년… 10주년까지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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