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김상수.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정철우 기자]키움 불펜의 핵심인 김상수는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김상수의 원 소속 팀은 삼성이다. 2009년 시즌이 끝난 뒤 삼성과 히어로즈는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를 한다.

겉으로는 박성훈(삼성)과 장원삼(히어로즈)의 트레이드였지만 현금이 30억 원이나 포함된 것이 알려지며 트레이드가 불발됐다.

이때 삼성이 한 명을 더 끼워 파는(?) 대신 10억 원의 트레이드 머니가 줄어들었고 우여곡절 끝에 장원삼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당시 삼성에서 끼워 팔기로 보낸 선수가 김상수였다.

김상수는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장원삼을 돈 주고 팔았다는 비난만 거셌다. 김상수가 앞으로 히어로즈에 얼마나 힘이 될지에 대해선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야구 인생의 바닥을 치게 된다.

이후에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 주지 못한다. 있는 듯 없는 듯 시간이 흘러갔다.

김상수가 자신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시즌부터였다. 67경기에 출장하며 히어로즈의 핵심 불펜 투수로 성장했다. 이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올 시즌엔 리더십까지 인정받아 불펜 투수로는 드물게 주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김상수는 "야구 선수로서 처음 10년은 허송세월을 보냈다. 절실하지도 않았고 절박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내가 친구들(강정호 차우찬)에게 어느새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뒤처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분명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비슷한 수준의 선수였는데 10년의 시간 동안 너무 큰 차이가 나 버렸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남은 10년은 허투루 보낼 수 없다는 각오로 매달렸다. 다행히 노력이 조금은 결실을 보이며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무언가 절실하게 매달려 땀을 흘려 본 사람은 위기에 강한 DNA를 갖게 된다. 장정석 키움 감독이 김상수에게 주장을 맡긴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그 김상수가 지금 팀의 중심에서 키움의 가을을 이끌고 있다. 보이는 곳에서 노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더그아웃에서 분위기를 만들고 흐름을 이끄는 것 또한 김상수의 일이다.

김상수는 "선수들에게 쉽게 들뜨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린 지난해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트렸다가 끝내기로 패한 아픔을 갖고 있다. 앞서고 있을 때에도 한 점이라도 더 내려고 노력하고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고 마냥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어서도 안된다. 큰 경기는 분위기 싸움이다. 절대 지지 않는다는 투지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가운데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마운드에 올라 좋은 결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들에게 힘과 집중력을 불어넣는 것도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그가 잡아 놓은 중심대로 키움의 야구가 흘러가고 있다. 무서운 집중력과 쉽게 포기하지 않는 근성, 여기에 신바람 나게 가을 야구를 즐기는 분위기까지 만들어져 있다. 모든 것을 김상수 혼자 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분위기의 상당한 지분을 그가 갖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선수로서 맨 바닥을 쳐 봤던 사나이 김상수. 그가 그리는 가을의 끝이 어떤 색깔일지 지켜볼 일이다.  

스포티비뉴스=인천,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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