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주년을 맞은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의 박명수(왼쪽) 김용만. 제공|MBC에브리원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이거다 싶었죠."(김용만) "저는 잔재미 담당이에요."(박명수)

둘은 만나자마자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독보적인 진행능력과 남다른 캐릭터를 소유한 두 남자, 1주년을 맞이한 MBC에브리원 퀴즈쇼 '대한외국인'의 김용만과 박명수다.

'대한외국인'은 한국인 뺨치는 한국어 실력과 한국에 대한 애정, 관심으로 똘똘뭉친 '대한외국인'들과 진짜배기 '한국인'들의 퀴즈대결을 유쾌하고도 따스하게 풀어낸 퀴즈쇼다. 지난 10월 첫 방송 이후 첫 돌을 맞이하는 사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MBC에브리원의 주력 프로그램으로 입지를 굳혔다.

▲ 1주년을 맞은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의 김용만. 제공|MBC에브리원
온화하고도 안정감 있는 MC 김용만은 진행자이자 프로그램의 중심이다. 이미 수많은 퀴즈쇼를 진행하며 성공시켜 온 자타공인 대한민국 대표 퀴즈쇼 MC이기도 하다. '대한외국인'은 처음 콘셉트를 들었을 때부터 느낌이 왔다고.

"퀴즈쇼는 제가 좋아하는 분야고, 비단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추세죠. 영원한 아이템이기도 하고요. '브레인 서바이벌', '1대100', '1억 퀴즈쇼' 등 제가 퀴즈쇼를 즐겨했어요. 처음엔 '브레인 서바이벌' 작가들이 구심점이 됐죠. 볼떄마다 '같이 해요' 했지만 탐탁지 않았는데 아이템이 좋어요..(웃음) '대한외국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건 무조건이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죠."(김용만)

하지만 시간이 흐르다보니, 이젠 '대한외국인' 선수들이며 다른 출연자들이 그의 얼굴에서 속내를 읽어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답을 외친 뒤 맞았는지 틀린지를 애태워 기다리는 긴장의 순간, 이젠 MC 김용만의 리액션을 살피며 예측을 쏟아내는 게 또다른 재미가 됐을 정도다.

"표정관리, 그거 신경 안썼어요. 드러나는지 몰랐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다보니 출연자들이 그거만 보는 거예요. 정답인지 아닌지 기가 막히게 알더라고요. 제 표정에서 답이 정답이 근접했는지도 알아채고. 힌트가 되니까 주의해야 해서 언젠가부터 신경을 써요. 반대로 표정도 짓고. 그럼 헷갈려도 하고."(김용만)

▲ 1주년을 맞은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의 박명수. 제공|MBC에브리원
김용만이 전반을 아우르는 진행자라면, 한국인팀 팀장 박명수는 팀의 구심점이 돼 대결 구도를 이끌면서 재미를 준다. 사실 까다로운 역할이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박명수의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칭찬이 쑥스러운 듯, 박명수는 "나는 느끼는 게 없다"며 "잔재미로 만든다"고 그저 너스레를 떨었다.

"저는 MC와 각팀 사이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하죠. 방송을 보시면 제가 그 사이를 오가면서 혹시 정신 못차리는 친구들 있으면 질문도 주고요. 그러니까 저는 편집에 필요한 잔재미 담당이에요. 아무래도 저는 평생 이런 걸 할 것 같아요. 큰 그릇이 못 될 것 같아요."(박명수)

'날로 먹지 않는다'고 강조한 박명수가 "날로 먹는 건 현민이지"라고 막내 한현민을 언급하고 나서자 김용만도 "현민이도 자기 역할을 하는데, 1년이 돼도 늘 신선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어느 순간에는 8단계를 가도 이상하지 않다가 다음주엔 1단계에서 떨어진다. 예측불허"라는 게 두 사람의 설명. 막내에 대한 형님들의 장난 섞인 애정표현이다. 처음엔 두 형님들을 어려워하던 한현민도 이젠 편안하게 어우러진다고 연출자 김재훈 PD는 귀띔했다. '에바레스트' 에바가 얼마나 '귀중한지' 이야기를 이어가더니 이젠 전 출연자를 언급할 기세다. 티격태격 주고받는 호흡이 한 번 시작되니, 그칠 줄 몰랐다.

오랜 시간 고락을 함께해 온 개그맨 출신 방송인 선후배인 김용만 박명수의 호흡이야 두말할 나위가 있으랴. 하지만 이전까지 한 프로그램에서 호흡을 맞춘 경험은 많지 않았다. 드디어 제대로 만난 김용만 박명수는 노련한 방송인다운 유쾌한 호흡. 서로 달라 더 빛나는 케미스트리로 더 쫀쫀하게 어우러지고 있다.

▲ 1주년을 맞은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의 김용만. 제공|MBC에브리원
김용만은 박명수에 대해 "저는 좋다고만 한다. 좋긴 한데 문제가 있다"며 "명수가 쉬 지친다. 어느 순간 '명수가 좀 해줘야 하는데 안해주나' 하고 보면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다"고 선공에 나섰다. 물론 "그런 걸 놀리면서 재미가 되기도 한다. 그것 말고는 다 좋다"는 완벽한 마무리도 잊지 않았다.

박명수는 "저는 형이 좋다. 제가 형을 좋아한다. 형을 보면서 개그맨이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며 애정 고백(?)을 시작했다. "사실 예능 하는 사람들이 용만이 형을 다 좋아한다. 외모도 둥글둥글하지 않나. 동생들을 항상 챙겨주고, 방송에서는 늘 프로다. 편안한 외모에 보이스 좋고 인성도 좋다"며 이야기를 이어가자 슬슬 김용만이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박명수는 준비한 듯 "헌데 형과 함께하면 챙겨야 하고, 오버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래서 잘 맞는다. 함부로 대하고 싶은, 좋은 형이다"라고 장난어린 웃음을 보냈다.

김용만은 이에 "방송은 같이 많이 안했지만, 평상시 사석에서도 뭘 하더라도 뭐라 하고 덤비는 동생이 명수"라며 "나 김국진, 김수용이 같이할 그시절에도 '삼김시대' 없애야 한다고 하고 그랬다. 하지만 밉지 않다. 이런 캐릭터가 없다. 국내 최강"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김용만은 '대한외국인' 외에도 '뭉쳐야 찬다'를 비롯해 여러 프로그램에서 스튜디오와 야외를 누비며 활약 중이다. 심지어 공을 차고 땀을 흘리며 이전과는 다른 '아재 방송인'의 매력을 뽐내기도 한다. 김용만은 "저는 변하지 않았다"면서 달라진 방송 환경을 언급했다.

"예전엔 카메라 대수가 많지 않았는데 요새는 대수도 늘고, 오디오를 뽑아내는 기술도 좋아져서 속삭이는 게 그대로 드러나요. 거기서 오는 재미가 또 있죠. 예전에는 제 자신을 보여줄 때 그런 걸 다 담지 못했는데, 그런 변화가 있기에 야외에서도 예능을 하지 않을까 해요. 예전엔 야외에서는 다 소리를 질러야 했어요. 그럼 못하죠. 또 예전에는 잘하는 사람들 위주였는데 요즘엔 못하고 지지부진한 사람들에게도 초점을 맞춰주잖아요.. 지지부진한 사람들에게 캐릭터가 주어진 건 (박)명수부터가 아닐까. 명수가 물꼬를 텄죠. 부족한 사람들도 호감을 얻을 수 있게!"(김용만)

▲ 1주년을 맞은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의 박명수. 제공|MBC에브리원
친정과도 같은 '무한도전'을 떠난 박명수는 여전한 호통 캐릭터로 라디오부터 스튜디오 예능, 여행 예능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오가며 꾸준히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김용만과 비교한다면 "저는 아무래도 야외 버라이어티를 많이 했다. 못 따라온다.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는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스스로 자부할 정도. 솔직담백한 입담에 때로는 빈틈 많고 우스꽝스러운 모습까지 숨기지 않는 박명수에게 '리얼 예능'의 비결을 물어봤다. 김용만도 한 마디를 보탰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방송해요. 이런 리얼한 예능은 생방송 느낌이 있어요. 마치 라디오 생방송같아요. 줄타기를 잘해야죠. 어느 선을 넘으면 비호감이지만, 거기까지 가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요. 리얼예능에 맞는 재미가 나오려면 선을 잘 넘나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선 넘으면 사고죠. 사실 경험으로 알아가는 거죠."(박명수)

"맞아요, 제가 타 프로그램에선 레전드 스포츠 스타와 함께하거든요. 어디까지 해야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너무하기도 한다. 그런 걸 어느 정도 안정시켜 놓으면 '여기까지 넘으면 안되는 수가 있구나' 하며 더 마음껏 해요. 그래서 프로그램이 더 활기차게 흐르죠."(김용만)

▲ 1주년을 맞은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의 김용만(왼쪽) 박명수. 제공|MBC에브리원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믿음만큼 '대한외국인'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한국문화가 더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프로그램"(김용만), "한국의 문화는 무궁무진하니 3~4년은 족히 더 갈 것"(박명수)이라며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아닌게 아니라, '대한외국인'은 정보성과 오락성, 그와 함께 우리나라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까지 담뿍 담긴 '좋은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으며 더 사랑받고 있다.

김용만은 "1년여가 되니까 제작진이 편집을 기가 막히게 한다. 팀워크도 더 잘 맞고 더 스피디하게 진행된다"며 "편집하기 전 녹화만 했을 때도 재미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박명수는 "굉장히 트렌디한 프로그램이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처럼 글로벌 시대에 친구같은 외국인이 있다. 동시에 이 프로그램에는 한국이 문화를 이야기하는, 3박자가 잘 맞았다"고 자평했다.

김용만은 '10단계 담당'인 한국 문학 전문가 독일 알브레히트 허배 교수가 한국인도 잘 몰랐던 순우리말 '구쁘다'('배 속이 허전해 자꾸 먹고싶다'는 뜻)를 맞췄던 '대한외국인'의 일대사건을 언급하며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부탁했다. 박명수는 '윗선'이 주목해야 한다며 '급' 호통을 쳤다. 김용만은 그저 허허 미소다. '대한외국인', 이거이거 더 오래갈 것같은 느낌이 온다.

"허배 선생님이 '구쁘다'를 맞췄을 그 때, 하나로 압축되는 것 같아요. 외국인들이 사랑하는 한국문화, 그리고 그 분들을 통해 바라보는 한국문화가 더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게 많거든요. 그래서 하면서 즐겁고 보면서 습득하는 게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갈수록 발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청자들께서 알아봐주셔서 감사하고요, 즐겁게 할 테니까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김용만)

"기성세대가 원했던 아날로그 감성이 있고, 퀴즈프로를 잘 하는 용만이 형, '무한도전'을 했던 저, 그리고 경험 많은 스태프의 3박자가 맞으니까 프로그램이 되는 것 같아요. 전문가로 구성된 제작진, 경험있는 MC, 그리고 한국을 아끼는 출연자들. 그들이 노력하는 모습이 있으니 케미가 붙죠. 요즘엔 컴백한 가수들이 저희 프로그램에 먼저 연락을 하곤 한다니 뿌듯해요. 한국의 문화는 무궁무진하니까 3~4년은 족히 갈, 장수할 프로그램이잖아요. MBC가 회사 차원에서 가져가야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꼭 그렇게 써주세요!"(박명수)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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