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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타임 ISSUE]'이례적인 무관중' 북한, 정말 패배가 두려웠나

이성필 기자 elephant37@spotvnews.co.kr 2019년 10월 16일 수요일

▲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H조리그 3차전은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다.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29년 만의 '평양 원정'으로 화제를 모았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리그 3차전 남북 겨루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5일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원정 경기에서 북한과 0-0으로 비겼다. 김영권(감바 오사카), 김민재(베이징 궈안)가 경고를 받았고 경기 중 몸싸움이 한 번 있었을 정도로 불꽃 튀는 승부였다.

2승1무, 승점은 나란히 7점이 됐지만 골득실에서 앞서(한국 +10, 북한 +3) 1위를 이어갔다. 내년 6월 4일 국내에서 예정된 남북 겨루기가 중요한 일전이 됐다.

결과와 상관없이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것은 5만 관중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던 경기가 '무관중'이라는 맹탕이 된 이유다. 북한 스스로 홈 이점을 포기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다.

북한은 이미 경기 전 국내 공동취재진과 방송사 중계진의 방북을 허가하지 않았다. 비자 발급을 위한 초청장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신의 취재까지 차단하는 등 철저하게 고립된 경기를 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 전날 경기 감독관 미팅에서 북한측은 4만 관중을 예상했다고 한다. 지난 9월 레바논과 첫 경기에서 비슷한 수의 관중이 몰렸고 2-0으로 승리했기 때문에 관중 응원으로 압박하기에도 충분했다. 물론 한국 대표 선수 대다수는 4~5만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른 경험이 풍부해 문제가 될 것은 없었지만, 다른 분위기를 체험하면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었다.

그런데 북한은 관중 관전을 포기했다. 의아한 일이다. 보통 무관중 경기는 관중 소요 사태나 부정적인 일을 저질렀을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이나 아시아축구연맹(AFC) 등 기관이 직접 징계를 내릴 경우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보면 북한의 무관중은 물음표가 남는다.

경기를 앞두고 중국 내 북한 관광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는 남북전 관람이 포함된 상품을 팔았다. 그런데 실제 관전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대신 경기장에는 평양 외교가에서 활동하는 외교관 일부와 이날 오전 전세기편으로 평양을 찾은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정도가 있었다.

생중계가 되지 않고 녹화 중계였다는 점에서 관중의 자연스러운 행동 등을 얼마든지 편집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상파 3사(KBS, MBC, SBS)로 구성된 '코리아풀'을 대표해 협상했던 KBS 관계자는 "과거 북한 경기를 지연 중계하기 위해 영상을 받으면 조선중앙TV가 일부를 편집해 보내는 경우가 있었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은 충분한데 관중이 비었으니 편집을 할 것도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 황희찬(왼쪽)이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H조리그 3차전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북한은 정상 국가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경기를 통해 충분히 자신들의 홍보가 가능했다. 2017년 4월 2018 여자 아시안컵의 경우 국내 ENG 카메라 반입을 승인해 짧지만 경기 영상 촬영도 가능했다. 지금과 비교해 조금 더 국제 정세가 나빴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스스로 봉쇄를 택했다. 국내 공동취재진은 물론 평양 주재 유수의 통신사 취재까지 막았고 재일본 조선인총련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의 입국도 허용하지 않았다.

언론의 원천 차단은 현 국제정세와도 무관하지 않다. 북한은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스포츠는 스포츠로 끝나야 하지만, 무관중을 통해 한국과는 대화조차 싫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익명의 한 대북 전문가는 "관중석을 모두 비운 것은 한국을 향해 소통을 할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북한이 한국을 향한 태도가 그랬다는 점을 보면 더 그렇다. 정부가 통제하면 무관중 경기야 쉬운 일이다"고 분석했다.

축구 자체로 접근하면 패배하는 장면을 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인조잔디 등 환경 적응이 쉽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선수들의 실력은 분명 우위에 있다. 2승을 이미 거둔 상황에서 최소 한국전에서 비겨야 향후 순위 싸움에서 버티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방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스스로 은둔을 택한 북한이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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