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선수들이 15일 인천 SK 행복드림 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키움에 7-8로 진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인천=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정철우 기자]SK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새로운 세리머니를 들고 나왔다.

결정적 한 방을 친 선수는 왼쪽 팔뚝에 붙어 있는 패치를 두드리거나 치켜세운다. 그 패치엔 2018년 한국시리즈 챔피언 로고가 새겨져 있다.

지난해 우승 팀의 자부심을 가지고 가을 야구를 하자는 선언적 의미가 담긴 세리머니다.

또한 지난해에도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챔피언까지 올랐던 기억을 되살리자는 뜻도 함께하고 있다.

가을 야구 구호도 '원스 어게인 챌린지'(또다시 도전)로 삼았다. 다시 도전자의 자세로 챔피언을 노려보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난 지금, SK에서 그 자부심을 찾아보기란 매우 힘든 일이 됐다.

선수들의 세리머니는 매우 화려하지만 마음까지 자부심으로 실제 가득 차 있는지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1차전에서는 빈공에 시달리다 연장 승부 끝에 0-3으로 무릎을 꿇었고 2차전에서는 장기인 홈런이 세 방이나 터졌지만 지키는 야구에 실패하며 7-8로 재역전패하고 말았다.

그 어느 쪽으로도 SK다운 야구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감춰 뒀던 패배 의식이 안 풀리는 경기와 함게 스멀스멀 살아 올라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SK 코치 A는 이런 말을 했다.

"지난해엔 꼭 이겨서 올라가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왜 여기 있지?라는 의문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그런데 선수들은 오죽하겠는가. 1년 농사를 잘 지어 놓고 마지막에 수확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치명타가 되고 있다. 좀처럼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는다. 선수들이 일부러 액션도 크게 하고 힘도 내 보고 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엔 투지보다 아쉬움이 더 크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 상대는 키움이지만 마음속의 패배 의식과 싸움이 만만치가 않다. 그것이 SK다운 야구가 나오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제 두 경기를 했을 뿐인데 몇 경기를 더 한 것처럼 피곤하다"고 말했다.

SK는 2019년 시즌을 지배했던 팀이다. 거의 전 시즌을 1위에 올라 있었다. 2위와 승차가 9경기까지 벌어진 적도 있었다.

8월까지만 해도 SK의 정규 시즌 우승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9월 이후 거짓말같은 추락이 시작됐고 결국 두산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승패는 똑같았다. 다만 상대 전적에서 밀리며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놓쳤을 뿐이다.

A 코치는 "아직도 순위표를 보면 숨이 턱 막힌다. 최고의 승률을 올리고도 1위가 아닌 2위라는 것이 믿기지 않기 때문이다. 최고의 성과를 내고 박수 받으며 나서야 할 자리에 눈치를 보며 겨우 끼어 있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선수들도 응원해 주시는 팬들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흐름을 살리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기분"이라고 지금 SK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단기전은 분위기 싸움이다. 어느 팀이 흐름을 타고 치고 올라가느냐에서 승부가 갈린다. 전력 차이가 크지 않을 땐 더욱 그렇다.

벼랑 끝에 서게 된 SK가 진짜 자부심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 어려운 일이 될 것이 분명하다. SK에 지금 필요한 건 과거의 영광이 아니라 진짜 도전자 정신일 것이다. 

스포티비뉴스=인천,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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