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키 축구대표팀이 프랑스전에서 터키 정부의 군사행동을 지지하는 거수경례 세리머니로 파문을 일으켰다. ⓒ연합뉴스/AP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2019-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CL) 결승전은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2020년 5월 31일(이하 한국시간) 예정됐다. 경기 장소인 아타튀르크 스타디움은 2004-05 시즌 당시 리버풀이 AC밀란과 승부차기 혈투를 벌여 우승해 '이스탄불의 기적'으로 불린, 역사성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CL 결승전을 치르지 못할 가능성이 생겼다. 터키 국가대표 선수들의 행동이 파문을 낳았기 때문이다.

영국의 공영방송 비비시(BBC)를 비롯해 주요 매체는 15일 '터키 국가대표 선수들이 터키 정부의 군사행동을 지지하는 행동을 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이 행동에 대해 조사에 들어갈 것이다'고 전했다.

최근 중동 정세는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군이 시리아 북부지역에서 철군을 결정하면서 힘의 공백이 시작됐다. 이런 와중에 지난 9일 터키군이 '테러리스트 섬멸'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 지역 침공을 강행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규탄 수위가 높아졌다. 특히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에 나섰지만, 터키는 압도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쿠르드족을 겨냥한 공격이라는 지적에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평화의 샘'이라는 군사작전을 내세워 침공을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쿠르드족이 악연인 시리아 정부와 손을 잡고 대응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 선수들의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그대로 받은 터키 관중들 ⓒ연합뉴스/AP

정부의 행동에 지지라도 하는 듯 터키 대표팀은 지난 12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알바니아와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H조 조별리그 7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군대식 경례 세리머니로 승리를 자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승골을 넣었던 젠크 토순(에버턴)은 자신의 SNS에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건 이들을 위해'라는 문구와 함께 거수경례 사진을 올렸다. 이는 군사행동을 개시한 터키군을 응원하는 것처럼 인식됐다.

또, 다른 선수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부를 지지하는 말을 하거나 세리머니 사진을 올렸다고 한다. 이는 1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와 8차전 원정 경기에서 1-1로 비기며 1위 탈환에 성공한 뒤에도 같은 경례 세리머니로 파문을 일으켰다. 프랑스는 즉각 반발하며 터키에 징계를 내려야 한다며 UEFA를 압박하고 나섰다.

스포츠에서 정치적인 행동은 엄격하게 금지된 사항이다. 하지만, 터키 대표팀은 이를 어겼다. 결국, UEFA가 사실 계 확인에 나섰다. 필립 타운센드 UEFA 대변인은 "도발로 볼 수 있다. 이번 상황을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터키의 군사행동에 반대 의사를 보인 국가 중 하나인 이탈리아는 체육부 장관이 직접 나서 "UEFA에 CL 결승전 이스탄불 개최가 문제가 있다는 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의 안사(ANSA) 통신은 '터키의 CL 결승전 개최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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