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인이 '아이돌학교' 부당함에 대해 털어놨다. 'PD수첩' 방송화면 캡처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의 조작 의혹이 MBC 'PD수첩'으로 또 한 번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6일 방송된 'PD수첩'에서는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조작 의혹을 파헤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돌학교' 출신 이해인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인터뷰한 모습이 전파를 타 이목이 집중됐다.

16일 'PD수첩'은 엠넷 '프로듀스101' 시리즈, '아이돌학교' 등 CJ ENM에서 제작한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의 순위 조작 의혹을 집중 취재했다. 합숙 과정에서 겪은 부당한 과정에 대해 참가자들의 증언이 다수 이어졌는데, '아이돌학교'에 출연했던 이해인이 등장해 직접 입을 열었다.

이해인은 이날 방송에서 "(프로그램이) 처음부터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프로그램 지원자 3000명은 이용당한 거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당시 상황을 꼼꼼하게 되짚던 그는 "(제작진이) 처음에 3000명이 참가한 오디션장에 가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준비를 안 하고 있었는데 촬영 전날 담당 작가님이 '해인씨는 가주셔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 왜냐하면 제가 프로듀스 시리즈에 참여했었고 비교적 얼굴이 알려진 연습생이니까"라고 말했다.

이해인 말에 따르면, 방송 출연 41명은 거의 예선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해당 방송은 3000명 지원자 중에 예선을 걸쳐 이들이 뽑혔다는 식으로 설명했었다. 다시 말해, 이미 프로그램 출연 내정자들이 있었고 나머지 참가자 3000명은 내정자들을 위한 들러리 섰던 셈. '아이돌학교' 또 다른 출연자 A씨도 "3000명 오디션에 참여 안 했다. 제작진 측에서 '물어보면 그냥 갔다고 해라' 그렇게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 이해인이 '아이돌학교' 부당함에 대해 털어놨다. 'PD수첩' 방송화면 캡처

또한 숙소로 적합하지 않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피부가 예민한 친구들은 빨갛게 피부병이 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열악한 숙소 생활은 그뿐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그때 12살짜리 애들도 있었다. 성장기니까 먹어야 하지 않나. 거기 애들은 어린 애들도 있었는데 울고 엉망이었다. 머리가 아파서, 이게 무슨 촬영장인가 (싶었다)"면서 "중간에 애들 창문 깨고 탈출한 적도 있다. 합숙한다고 가둬두니까 스트레스 받아서 방충망이랑 창문을 뜯어서 탈출한 거다"라고 말했다.

충격적인 폭로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또 다른 출연자들은 "(출연자) 애들 다 생리를 안 했다. 하혈을 두 달 동안 했다. 생리를 안하거나 하혈을 하거나 다 그랬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방송 중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할 때는 제작진들이 앞에서 금지어 푯말을 들고 있어, 해당 말을 하면 안 됐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금지어가 '감금' '탈락' '조작' 등 이었다고 덧붙였다.

이해인은 '아이돌학교' 파이널 생방송에서 떨어지자 제작진 측에서 "니가 실시간 검색어 1위다. 니가 승자이지 않냐. 너를 위한 그룹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이해인은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는데, 해당 방송 최종 문턱에서 떨어서 의아함을 샀었다.

이해인을 지지하는 팬들은 투표 당시 모바일 투표 인증 사진을 5000건 넘게 확보했는데, 실제로 방송을 통해 공개된 투표수는 2700표에 그쳤다며 '투표수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해인은 자신의 아버지 역시 해당 의혹에 이의 제기를 해보자고 주장했지만, 대기업인 CJ를 상대로 하는 싸움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며 토로했다.

실제로 당시에는 온라인을 통한 투표 인증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지나치게 편차가 크다는 의혹이 컸다. 그러나 명확하게 눈에 드러나는 근거를 제시할 수 없어 조작'설'에서 마무리됐었다.

그러면서 이해인은 부모님이 자신을 처음 보러 오신 게 '아이돌학교' 파이널이었다며, 그런데 또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드려 속상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아이돌학교' PD는 이같은 주장들에 대해서 "조작이랑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투표수에 대해서는 직접 관여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밥을 안 줬다고 하는데 급식소가 있었다. 그 친구들이 밥을 잘 먹어서 살이 쪄서 걱정할 정도였다"며 반박했다.

▲ 엠넷 '아이돌학교'에 출연했던 이해인. 제공| 엠넷

앞서 이해인의 부친은 딸이 '아이돌학교' 투표수 조작 피해자이며, CJ E&M과 계약했지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고백했었다. 이해인 역시 '아이돌학교'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폭로했다. 그는 지난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결코 좋은 사안도 아니고 그래서 더 언급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었지만 직접 있는 그대로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아이돌학교' 조작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이어 이해인은 "실제로 저는 조작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여부가 제 삶에 있어 그렇게 중요한 부분인지도 잘 모르겠다"며 "많은 시간을 통해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할 수 없다는걸 느꼈고 이번일을 떠나 짧았던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저를 응원해주셨던 팬들을 만날 수 있었던 기회가 운이 저에게는 있었던 것처럼 그저 아이돌학교라는 기회도 그저 '제가 못잡은 것 뿐이다'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을 따름이었다"고 조작 의혹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진실은 경찰 조사에서 밝혀질 거라고 생각한다"는 이해인은 "지금 논란이 되는 3000명 오디션에 관해서는 처음에 참석하지말라하는 요청을 받은 것이 맞다. 만약 모두가 참석했다는 입장을 제작진분들이 말씀하시고 싶다면 그 친구들의 1차 오디션 영상을 공개하실 수 있으신지 묻고 싶다"며 본선에 합격한 대부분의 연습생이 오디션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해인은 '아이돌학교' 결승 전 탈락을 예감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해인은 "마지막 전날 데뷔할 것 같지만 하고 싶지 않아하던 특정 참가자를 불러 달래는 모습에 나는 떨어지겠구나 생각했고, 혹시 몰라 미리 탈락소감을 정리했다. 예상 그대로 저는 11등으로 탈락하게 됐다"며 "9등까지 뽑는 오디션 프로에서 아무도 하지 않은 탈락 소감을 10등이 아닌 11등에게 시키신 이유는 뭐냐. 마지막에 저와 함께 인지도가 있던 서바이벌 출신 다른 참가자를 남겨두고 투샷을 잡으셨을 때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하다"고 프로그램을 위해 자신을 악용한 제작진을 저격했다.

▲ '아이돌학교'에 대해 폭로한 이해인. ⓒ곽혜미 기자

'아이돌학교'에 대해 "인권이 없는 촬영이었다"고 폭로한 이해인은 "떨어진 다음날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당시 있던 조작 논란에 대해 진실이 뭔지 알려달라 했지만 '네가 실검에 떠 있지 않냐', '네가 더 승리자인 거다'라고 하는 둥 더 이상 지쳐 팀이 하기 싫다는 제게 널 위한 팀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며 "'프로듀스48'이 한다는 기사를 보고 뭐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너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말려서 회사에 홀로 연습을 나가며 약속했던 10월 데뷔만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해인은 '아이돌학교' 당시 체결했던 전속계약을 해지하면서 받은 포스트잇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해인은 "저 포스트잇 한 장에 제 몇 년이 들어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 허무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말하고 싶지도 않고 말해서 잃는 것밖에 없다는 걸 잘 알지만 말하지 않으면 많은 오해를 낳고 훗난 후회하게 될까 사실만을 기록한다"고 장문의 글을 올린 이유를 밝혔다.

내정자를 위한 투표수 조작 의혹과 열악한 환경, 인권 침해까지. 이해인의 폭로와 'PD수첩'에서 보인 '아이돌학교'의 실체는 '짜고 치는 판' 그 자체였다. 누리꾼들은 출연자 증언들이 난무하고, 공중파 시사교양프로그램에까지 다루어진 만큼, '아이돌학교'는 문제의 의혹들로 더이상 자유로울 수 없다고 평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u_z@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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