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이정후가 17일 고척돔에서 열린 SK와 플레이오프 3차전서 3회 2타점 2루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고척=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정철우 기자]'바람의 손자' 이정후(21.키움)가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됐다.

키움은 17일 고척돔에서 열린 SK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0-1로 대승을 거두며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정후는 3경기에 모두 출장해 15타수8안타(타율 .533) 3타점 4득점을 올리는 맹활약을 펼쳤다. MVP의 자격이 충분한 성적이엇다.

3차전 결승타가 결정적이었다. 이정후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회말 결승 2타점 2루타를  때려 냈다. 상대 투수는 빠른 공을 지닌 소사였다.

2사 1, 2루. 이때 이정후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정후는 볼 카운트 1-1에서 3구째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익 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로 주자 두 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날의 결승타였다.

주목할 것은 공이 들어 온 존이었다.

투수 볼 배합 교과서에서 항상 등장하는 몸 쪽 높은 볼 존의 공을 공략해 장타를 만들어 낸 것이다. 구속이 149㎞나 됐다.

평범한 타자였다면 쳤어도 파울이 되거나 헛스윙을 할 가능성이 높은 존에 공이 형성됐다. 타이밍이 조금만 빨랐어도 무조건 파울이 되는 공이었다.

그러나 이정후는 이 공을 페어 그라운드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대단히 기술적인 배팅이었다. 이정후의 천재성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는 대목이었다.

소사와 이재원 배터리는 볼 카운트 1-1에서 높은 볼 존의 공을 보여 주거나 파울을 만들어 다음 공을 던지기 쉽게 만들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어지간한 타자였다면 그 전략이 성공을 거뒀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상대가 이정후라는 점에서 결과가 달리 나왔다.   

▲ 이정후 ⓒ한희재 기자
아버지 이종범(현 LG 코치)의 한국시리즈 MVP에 이어 처음으로 부자가 포스트시즌 MVP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나이답지 않게 차분하고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정후는 플레이오프 3차전이 끝난 뒤 스포티비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정말 기쁘다. 뭐라고 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기쁜 밤"이라고 말했다.

이정후가 큰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인 시절엔 신인왕을 받았고 지난해 데뷔 2년만에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군사 훈련 중이라 시상식장에 나서지 못했던 이정후는 이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당시 이정후는 "올해 골든글러브에 대해서 나도 나 자신에게 매우 부끄럽고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부족한 나에게 투표해 주신 기자분들께 감사 드리고 내년에는 좀 더 많은 분께서 인정해 주시고 나 자신에게 떳떳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정후는 어깨 부상 탓에 109경기에 출장하는데 그쳤다. 단순 성적으로는 김현수(LG) 로하스(kt) 등이 조금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그가 실제로 자신과 약속을 지켰다. 이번 플레이오프 MVP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을 정도의 맹활약을 펼쳤다.

3차전에서는 팽팽한 흐름을 끊는 2타점짜리 2루타를 치며 결승 타점까지 올렸다. 2패로 벼랑 끝에 몰려 있던 SK는 이정후의 한 방 이후 급속도로 무너져 내렸다.

이정후는 "이번 MVP는 진짜 내 실력으로 받은 것 같아 지난해 골든글러브보다 기분이 좋다. 골든글러브 땐 마음이 정말 편치 않았다. 정말 최고다. 뭐라 말하기 힘들 정도로 좋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다. 아직 끝이 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무대가 남았다. 생애 첫 경험이다.

이정후는 "지금까지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이 분위기를 잘 이어 가다 보면 한국시리즈에서도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특히 형들이 정말 잘해 줄 것 같다. 나는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며 꼭 우승을 해 보고 싶다. 잛게 쉬고 나서 다시 준비에 들어가겠다. 우승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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