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이정후(윗줄 왼쪽)와 1997년 MVP에 오른 뒤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종범(윗줄 오른쪽), 두산 박세혁(아랫줄 왼쪽)과 1989년 MVP를 차지한 박철우(아랫줄 오른쪽). 박철우의 머리에 샴페인을 붓고 있는 선수는 해태 시절 또 다른 전설 김종모다. 사상 최초 부자 한국시리즈 MVP가 탄생할까. ⓒ한희재 기자, KBO
[스포티비뉴스=고척, 이재국 기자] 가을의 전설을 쓴 아버지들, 그리고 아버지의 DNA를 이어받아 가을의 전설을 준비하는 아들들….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가 만나는 2019 한국시리즈는 갖가지 흥미로운 스토리들이 얽혀있다.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 하나는 한국시리즈(KS) MVP 출신 아버지를 둔 아들들의 맞대결이다. 바로 두산 포수 박세혁(29)과 키움 외야수 이정후(21)가 주인공이다.

◆박철우 1989년 KS MVP…이종범 1993년·1997년 KS MVP

박세혁의 아버지 박철우(55) 현 두산 퓨처스팀 감독은 1989년 KS MVP 출신이며,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49) 현 LG 퓨처스팀 총괄코치는 1993년과 1997년 2차례나 KS MVP를 거머쥐었다. 둘 다 해태 타이거즈의 전설을 만들었다.

박철우는 1989년 빙그레와 격돌한 KS에서 0.444(18타수 8안타)의 고타율을 올리며 MVP를 차지했다. 1위표 29표를 얻어 20표의 김성한을 제쳤다. 1986년부터 1989년까지 해태는 사상 최초로 4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는데, 그 마지막을 박철우가 장식했다.

이종범은 1993년 삼성과 맞붙은 KS에서 타율 0.310(29타수 7안타), 4타점과 함께 결정적인 7도루를 기록하는 등 공수주에서 맹활약하면서 역대 신인 최초로 KS MVP에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 48표 중 45표를 획득해 2승1세이브를 거둔 선동열을 제치고 최고의 가을남자로 우뚝 섰다.

이종범은 LG와 맞붙은 1997년 KS에서도 MVP가 됐다. 타율은 0.291(17타수 5안타)로 평범한 듯했지만, 1차전과 3차전에서 홈런 3개를 때리고 4타점 2도루도 곁들이며 해태의 9번째 우승을 완성했다. 이종범은 MVP 기자단 투표에서 팀 후배인 투수 이대진을 33-12로 제치고 영광을 안았다. 한 선수가 KS MVP를 2차례나 차지한 것은 LG 김용수(1990·1994년)에 이어 역대 2번째였다. 야수로는 최초의 역사를 쓴 셈이다.

▲ 두산 박세혁이 지난 1일 시즌 최종전인 잠실 NC전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치고 있다. 이 끝내기 안타로 두산은 6-5 승리를 거두고 페넌트레이스 1위를 확정했다. ⓒ곽혜미 기자
◆정규시즌 우승 확정 결승타 박세혁…PO MVP 이정후

부자(父子)가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KS 우승과 KS MVP까지 차지는 것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런데 이번 가을에 공교롭게도 물러설 수 없는 최후의 무대, KS에서 격돌하게 돼 흥미롭다. 일단 사상 최초 부자 KS MVP가 탄생할 수 있는 무대는 만들어졌다.

이정후는 입단 3년째인 올 시즌 193안타를 기록하며 최다안타 부문에서 두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197안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아버지 이종범이 1994년 작성한 196안타에 3개 미치지 못했지만 얼마든지 200안타를 칠 수 있는 후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여세를 몰아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폭발적인 안타 생산을 이어갔다. 준PO 2차전부터 최근 6연속경기 안타 행진을 펼쳤는데, PO 3경기에서 15타수 8안타(타율 0.533)에 3타점 4득점 1도루를 기록하며 MVP로 뽑혔다. 이정후는 아버지에 이어 '사상 최초 부자 포스트시즌 MVP'의 역사를 썼다.

박세혁은 2012년 두산에 지명을 받은 뒤 처음 주전 마스크를 썼다. 국내 최고 포수로 꼽히는 양의지가 FA 자격을 얻은 뒤 NC로 옮기자 박세혁은 그 자리를 물려받아 풀타임 주전포수로 안방을 책임졌다. 팀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는 데에 큰 힘을 보탰다. 특히 시즌 최종전인 지난 1일 잠실 NC전에서는 9회말 6-5 승리를 결정하는 극적인 끝내기 안타를 치면서 KS 직행을 확정했다. 그 짜릿한 여운이 여전히 남아 있다.

▲ 키움 이정후가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K와 플레이오프 3차전 3회초 2사 1,2루 찬스에서 선제 2타점 2루타를 날린 뒤 주먹을 내지르며 기뻐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박세혁-이정후 '사상 최초 부자 KS MVP' 도전

이런 상황 속에 이정후와 박세혁 둘 다 최근 기분이 최고조로 올라 있는 상태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속된 말로 '미치는 선수'가 나와야하는데, 둘 다 '미치는 선수'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만약 박세혁과 이정후 둘 중 누군가가 MVP에 오른다면 '사상 최초 부자 KS MVP'의 새 역사를 쓰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1990년생 박세혁과 1998년생 이정후가 태어나기 1년 전에 아버지들이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올 시즌 도중 이에 대해 박세혁에게 물어보자 "난 1990년 1월생으로 '빠른 90년생'이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아빠가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다. 나로선 기억이 없지만 주변에서 다들 복덩이라고 했다고 한다"며 웃었다.

이정후는 PO MVP에 오른 뒤 공식 인터뷰룸에 들어서서 구체적으로 얘기했다. '포스트시즌 부자 MVP' 첫 사례 같은데, 아버지와 비교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뜻 깊은 기록이라 좋다. 아빠 이름이 한번씩 거론되면 아빠를 몰랐던 사람에게도 각인되는 거니까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정확히는 한국시리즈 MVP를 받아야 한다. 플레이오프에도 만족하지만, 한국시리즈 가면 다른 형들이 잘해줄 것이라 생각하고 내 몫을 잘하겠다"고 큰 뜻을 숨기지 않았다.

박세혁과 이정후는 포지션은 다르지만 팀 내 비중이 절대적인 선수들이다. 우투좌타, 한국시리즈 MVP 출신 아버지, 최근 타격감과 기분 등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포수인 박세혁이 천재타자 이정후를 봉쇄한다면 두산은 KS 우승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이정후가 아버지처럼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펄펄 날아다닌다면 키움의 공격력은 무섭게 터질 가능성이 크다.

키움의 첫 우승일까, 두산의 통산 6번째 우승일까. 사상 최초로 성사된 'KS 서울시리즈'가 오는 22일 잠실 1차전을 시작으로 열전에 돌입한다.

스포티비뉴스=고척, 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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