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이 17일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고유라 기자] 키움 히어로즈가 역대 3번째 포스트시즌 기적을 일으켰다.

키움은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2019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0-1로 크게 이겼다. 키움은 14일 1차전 3-0, 15일 2차전 8-7 승리를 거둔 데 이어 3차전에서 대승하면서 2014년 이후 5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플레이오프 스윕은 역대 8번째. 역대 플레이오프 중 정규 시즌 하위 팀이 시리즈를 3연승으로 마치고 상위 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1990년 삼성(대 해태), 2003년 SK(대 KIA) 이후 키움이 역대 3번째다.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키움은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치열한 접전을 펼친 만큼 체력, 정신적 피로도가 쌓인 상태였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은 분위기 싸움이라는 말처럼 최고의 분위기를 자랑한 키움이 SK의 흐름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시리즈를 일찌감치 끝냈다.

키움 선수들은 3차전에서 더 독하게 SK를 몰아쳤다. 1,2차전에서 먼저 2연승을 거둔 만큼 여유가 있을 법도 했지만 벤치는 3점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5회 2사에서 선발투수를 과감하게 교체했고 타자들은 기회마다 점수를 내며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했다.

경기 후 만난 송성문은 "절대 방심하지 말자고 했다. 선배들이 먼저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지난해 5차전에서 너무 아쉽게 지지 않았나. 선배들이 1,2차전은 다 잊고 오늘이 1차전이라고 생각하라고 했다. 더그아웃에서도 계속 집중하게끔 서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송성문은 5회 5-1에서 7-1로 달아나는 적시타를 치고도 크게 웃지 않았다. 송성문은 "지난해 우리가 9회 5점을 내고도 졌다. 그때를 잊지 않으려 했다"고 밝혔다. 그에게 지난해 5차전을 아직 기억하냐고 묻자 "그날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아쉬운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키움(당시 넥센)은 준플레이오프에서 한화 이글스를 꺾은 뒤 플레이오프에서 SK를 만나 1,2차전을 내줬으나 3,4차전을 잡고 시리즈를 5차전까지 끌고 갔다. 5차전에서는 9회 5득점하며 경기를 극적으로 연장으로 이어갔지만 10회 한동민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가을야구를 마쳐야 했다.

이날 경기 초반부터 키움이 점수를 내면서 점수차가 벌어졌음에도 투수들이 1점으로 끝까지 SK를 묶을 수 있었던 것 역시 지난해 기억 덕분이었다. 주장 김상수는 불펜에서 투수들에게 "지난해 5차전처럼 되지 말자"고 주문했다. 마정길 불펜코치 역시 "득점에 투수들이 흥분한 것 같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자신들을 다잡으며 방심하지 않았던 키움 선수단은 9회초 2사 후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잡히고 난 후에야 마음껏 기뻐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의 꿈을 이뤘다. 지난해 SK에 당했던 쓰라린 기억을 바탕으로 한 단계 성장한 키움이, 그 악몽을 SK에 그대로 되갚아주며 승자가 됐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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