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클럽나인브릿지(제주), 박대현 기자 / 임창만 영상 기자] 안병훈(28, CJ대한통운) 별명은 '빅 벤'이다.

영어 이름이 벤(Ben)인데 덩치가 커서 빅(Big)이 붙었다. 키 186cm 몸무게 95kg에 이르는 안병훈이 티 박스에 서면 "풍채 좋다"는 말이 이따금 들린다.

몸집에 어울리는 장타력을 지녔다. 아마추어 시절인 십 몇 년 전부터 이미 평균 300야드를 넘나들었다.

시즌 종료 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평균 비거리 명단을 살피면 늘 상위권이다. 10~20위를 오간다.

마이크 쥔 안병훈은 골프채 쥐었을 때와 조금 달랐다. 섬세했다.

그린 경사와 잔디 결 읽듯 신중하고 꼼꼼했다.

▲ 안병훈은 덤덤하다. 라운드 4개를 모두 소화하기 전까지는 좌절할 필요도, 지나치게 기뻐할 필요도 없다는 분위기다. ⓒ 클럽나인브릿지(제주), 한희재 기자
안병훈은 18일 제주 서귀포시 클럽나인브릿지에서 열린 THE CJ CUP 2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2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중간 합계 11언더파 133타로 대니 리(뉴질랜드)와 공동 2위.

보기를 기록한 곳은 6번 홀과 10번 홀이었다. 10번 홀에서 둘째날을 티오프한 안병훈은 첫 홀에서 삐끗했지만 이내 감을 찾았다.

백미는 라운드 전후반에 걸쳐 나왔다. 안병훈은 17, 18, 1, 2번 홀에서 내리 버디를 낚았다.

전날 보기 없이 버디만 8개 챙겼던 샷 컨디션을 완전히 되찾은 듯했다. 갤러리 환호와 박수가 쨍쨍하게 쏟아졌다.

그러나 6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다. 기세가 한풀 꺾였다. 

이후 더는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질문이 나왔다. 두 번째 보기에 관한 설명을 부탁하는 질문이었다.

안병훈은 바로 입밖에 냈다. 망설임이 없었다. 한 문제를 골똘히 고민한 학생처럼 곧장 자기 답을 내놨다.

"드라이버 샷이 약간 왼쪽으로 감겨서 (공이) 러프에 잠겼다. 깃발이 살짝 왼쪽에 있어서 노림수를 갖고 쳤는데 조금 짧았다. 티 샷이 언덕을 넘지 못하면서 (플랜이) 꼬였다. 언덕만 넘으면 바로 (그린쪽에) 붙는 샷이었는데(웃음). 아쉬웠다."

샷이 짧게 떨어진 이유로 바람을 꼽았다. 바람 세기는 약했지만 방향이 변수로 작용했다.

옆바람 뒷바람이던 게 맞바람으로 바뀌면서 공이 추진력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맞바람이 불면 확실히 힘들다. 거리 내는 데 애를 먹는다. 드라이버든 웨지 샷이든 (계산한 것보다) 짧게 떨어진다. 옆바람이나 뒷바람이 불 때보다 더 신경 써서 쳐야 할 것 같다."

2009년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를 석권하며 혜성 같이 등장한 18살 천재 골퍼는 어느덧 서른을 바라보는 어른이 됐다. '원 히트 원더'로 끝나는가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오뚝이처럼 묵묵히 공을 쳤다.

안병훈이 유럽 2부 투어부터 차근차근 PGA 투어까지 올라온 배경이다.

덩치가 크고 장타를 펑펑 날려서 붙은 별명(빅 벤)은 영국 런던의 유명 시계탑이기도 하다. 별명처럼 세계에 울리는 빅 벤이 될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클럽나인브릿지(제주), 박대현 기자 / 임창만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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