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클럽나인브릿지(제주), 정형근 기자 / 배정호‧이강유‧임창만 영상 기자] 18번 홀(파5)에서 환상적인 이글 퍼트로 공동 선두에 오른 대니 리(뉴질랜드)는 차분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돌아봤다. 

“퍼트를 넣으려던 건 아니었다. 내리막으로 잘 보내려 했는데 들어갔다. 걸음걸이로 셌을 때는 열아홉 걸음 정도 됐다. 그동안 한국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항상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 주에 실력을 잘 보여드리고 있어서 기쁘다.”

대니 리는 이진명이라는 한국 이름이 있는 교포 선수. 부모님과 와이프는 한국인이다. 2015년 7월 그린브라이어 클래식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을 거둔 그는 ‘부상’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자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2017년쯤 3개 홀을 치고 기권했다. 웨지 샷을 치고 허리 쪽에 칼로 찌르듯이 아파 땅바닥에 누웠다. 그다음 날 일어났는데 다리에 감각이 안 느껴졌다. 이게 내 인생의 끝이구나, 골프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 국내 유일의 PGA 투어 정규 대회 'THE CJ CUP @ NINE BRIDGES(이하 THE CJ CUP)' 3라운드가 19일 제주도 서귀포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열렸다. 18번홀 이글을 성공 시키며 공동 1위로 라운딩을 마친 대니 리가 캐디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다행이 한 달 정도 쉬고 치려를 받자 상태는 호전됐다. 이후 트레이너와 운동하며 몸 상태를 끌어 올렸다. 대니 리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정말 싫어하지만 좋은 골프 선수가 되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우승하면 아내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자 그는 어렵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 얘기는 끝날 때까지는 안 하려 했는데…와이프가 둘째를 임신했는데 지난주 일요일에 조산을 했다. 원래 크리스마스에 나와야 하는 아기인데…일찍 나왔다. 그래서 아기는…죄송합니다.”

울먹인 대니 리는 더 이상 말을 이어 가지 못했다. 

화제를 바꿔 최종 라운드 이야기를 꺼냈다. 19일 제주 클럽나인브릿지에서 열린 PGA 투어 'THE CJ CUP' 3라운드에서 15언더파 201타로 저스틴 토마스(미국)와 공동 선두에 오른 대니 리는 우승에 도전한다. 

“내일 일은 지금 아무리 생각한다고 해도 그대로 되지 않는다. 최종 라운드는 내일 아침 컨디션을 보고 게임 플랜을 정하겠다.”

대니 리가 THE CJ CUP의 ‘한글 트로피’를 번쩍 들며 환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클럽나인브릿지(제주), 정형근 기자 / 배정호‧이강유‧임창만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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