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클럽나인브릿지(제주), 박대현 기자 / 임창만 영상 기자] 지난 6월 30일. 호주 교포 이원준(34)이 '제주행 티켓'을 끊었다.

커리어 첫 우승이 준 선물.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선수권대회에서 데뷔 첫 승을 거머쥔 이원준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나설 수 있게 돼 정말 설렌다"며 환히 웃었다.

12년째 베테랑도 설레게 하는 대회. 바로 THE CJ CUP이었다.

이원준은 국내 유일 PGA 투어 정규 대회에 출전하는 첫 골퍼로 이름을 올렸다.

출전 명단이 속속 채워졌다. 선수가 발표될 때마다 '뉴스'가 됐다.

한국 골프 팬들이 깜짝 놀랄 이름이 연이어 등장했다.

▲ 국내 유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 대회 'THE CJ CUP' 4라운드가 20일 제주 서귀포시 클럽나인브릿지에서 열렸다. 최종합계 20언더파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한 저스틴 토마스가 환호하는 갤러리에게 인사하고 있다. ⓒ 클럽나인브릿지(제주), 한희재 기자
'살아 있는 전설' 필 미컬슨(미국)이 대표적이었다. PGA 투어 통산 44승에 빛나는 미컬슨은 2015년 프레지던츠컵 이후 4년 만에 방한을 결정했다.

미컬슨은 자국을 대표해 출전하는 국가대항전 외에 본토를 벗어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골퍼로 유명하다.

가족과 시간을 중시하는 그는 오랜 시간 해외에 머물러야 하는 일정을 지양한다. 실제 프로 데뷔 뒤 참가한 612개 대회 중 아시아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한 건 단 4차례에 그친다.

그만큼 미컬슨의 THE CJ CUP 참가는 의미가 남달랐다고 볼 수 있다. 미컬슨 출전 발표로 대회가 지닌 위상이 한두 단계 올라갔다.

디펜딩 챔피언 브룩스 켑카(미국)도 합류했다. 켑카가 THE CJ CUP 출전을 확정하면서 국내 골프 팬들은 세계 랭킹 1위의 호쾌한 장타와 경기 운용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됐다.

미컬슨과 켑카 밖에도 PGA 투어 통산 11승에 빛나는 조던 스피스와 초대 챔피언 저스틴 토마스(이상 미국),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와 개리 우들랜드(미국),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와 카메론 스미스(호주) 등이 대회 출전을 알렸다.

세계적인 골퍼가 차례차례 제주행 소식을 전하면서 국내 골프 대회 역사상 최고 호화 캐스팅이 완성됐다는 말이 나왔다.

▲ 국내 유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 대회 'THE CJ CUP' 3라운드가 지난 19일 제주 서귀포시 클럽나인브릿지에서 열렸다. 무릎 부상을 이유로 기권한 브룩스 켑카가 팬사인회에 나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 클럽나인브릿지(제주), 한희재 기자
▲ 국내 유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 대회 'THE CJ CUP' 2라운드가 지난 18일 제주 서귀포시 클럽나인브릿지에서 열렸다. 18홀로 이동하는 필 미컬슨이 갤러리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클럽나인브릿지(제주), 한희재 기자
화려한 출전 명부는 '흥행 홈런'으로 이어졌다. 약 4만 6천명에 이르는 구름 갤러리가 제주 클럽나인브릿지를 찾았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골프 팬들은 PGA 투어 스타들을 보기 위해 바다를 건넜다. 갤러리 주차장으로 운영된 새별오름 주위는 셔틀버스를 타려는 팬으로 가득 찼다.

남녀노소 설레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팬들은 대회장 곳곳에서 사진을 찍고 먹거리 볼거리를 즐겼다.

갤러리들은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던 PGA 투어 선수 스윙과 퍼트를 카메라에 담았다. 자원봉사단이 조용한 관전을 부탁하는 푯말을 들기 전까지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스타 골퍼의 품격 있는 처신도 돋보였다. 이들은 팬 서비스를 잊지 않았다.

골프 꿈나무와 갤러리, 자원봉사자 등에게 친절히 사인해주며 인사를 건넸다. 사인 받은 팬들 입가에는 미소가 그득했다.

나흘 동안 4만6천여 명에 이르는 갤러리가 다녀갔다. 지난해 2회 대회(약 4만1천명)보다 약 15% 늘었다.

CJ그룹 관계자는 "대회가 열리는 장소가 제주도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갤러리가 몰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국내 유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 대회 'THE CJ CUP' 1라운드가 지난 17일 제주 서귀포시 클럽나인브릿지에서 열렸다. 대회가 열리는 코스의 모습. ⓒ 클럽나인브릿지(제주), 한희재 기자
토마스는 4개 라운드 내내 꾸준한 플레이로 정상을 밟았다. 다부진 장타와 야무진 아이언 샷, 정교한 퍼트로 갤러리 환호를 유도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토마스는 버디 7개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는 20언더파 268타.

대니 리(뉴질랜드)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마른 장타왕'으로 불리는 토마스는 리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마지막 18번 홀까지 우승 향방을 가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글을 노렸던 리 퍼트가 홀 주변을 타고 돌아나왔다. 들어가면 19언더파 동타로 토마스 퍼트를 지켜볼 수 있었으나 무위에 그쳤다.

토마스는 침착하게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우승을 자축했다. 초대 대회에 이어 THE CJ CUP 두 번째 우승. 

제주와 남다른 궁합을 또 한 번 자랑했다.

스포티비뉴스=클럽나인브릿지(제주), 박대현 기자 / 임창만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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