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훈련 때 김규민(왼쪽)이 '웨하스'를 물고 강병식 코치와 함께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고척돔, 고유라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고유라 기자]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김규민은 최근 포스트시즌에서 두 가지로 유명세를 탔다.

하나는 지난 17일 끝난 SK 와이번스와 플레이오프에서 8타수 5안타 5타점 타율 0.625의 활약을 펼친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준플레이오프 4차전부터 시작한 '웨하스 스윙'이다. 타격 훈련 때 상체에 들어가는 힘을 빼고 치기 위해 부서지기 쉬운 과자를 입에 물고 스윙한 것이 TV 중계를 타면서 과자 선물을 듬뿍 받는 '스타'가 됐다.

김규민이 효과를 봤다고 밝힌 '웨하스 스윙'은 강병식 키움 타격코치가 고민 끝에 권한 훈련 방법이다. 20일 팀 훈련을 마치고 만난 강 코치는 "준플레이오프를 보면서 (김)규민이만 터지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고민을 하다가 골프에서 과자를 물고 연습하는 것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좋다고 해서 모든 선수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강 코치는 "김규민, 김혜성 등 이 훈련이 필요할 것 같은 선수들에게만 한 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했고 해본 선수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예진원은 스스로 궁금하다고 해보더니 안 맞는 것 같다 해서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입단 2년차 예진원도 훈련법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것이 바로 강 코치가 만드는 훈련 분위기다. 강 코치는 "선수들마다 맞는 게 있고 맞지 않는 게 있다. 내가 권하는 것은 내 생각일 뿐이다. 절대 정답이 아니다. 선수들에게 어울리는 방법을 찾아 설명을 해주면 선수가 그 훈련을 할지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타격 훈련 전 리본용 끈을 설치하고 있는 키움 선수단. ⓒ고척돔, 고유라 기자

'웨하스 스윙' 뿐 아니라 맞춤형 훈련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강 코치는 최근 김하성, 박병호 등 몸쪽 공을 많이 건드리는 선수들을 위해 타격 훈련 때 마운드부터 홈플레이트 끝으로 이어지는리본 끈을 설치했다. 끈을 따라 날아오는 공을 골라내게 하기 위해서다. 좌타자들을 위해 반대쪽 홈플레이트 끝에도 끈을 놓았더니, 선수들에게서 "끈 사이로 들어오는 공이 더 잘 보인다"는 뜻밖의 효과를 얻기도 했다.

이처럼 강 코치가 개발한 훈련법 외에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보고 도입해본 훈련법도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스프링캠프지였던 애리조나에서 시애틀 매리너스 선수들의 훈련을 눈여겨 본 강 코치는 배트를 손잡이만 남기고 잘라낸 뒤 수건을 달아 '섀도 배트'를 만들었다. 배트를 휘두를 때 저항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하나는 가운데로 몰리는 공을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해 홈플레이트 모양 플라스틱 가운데를 빨간색으로 칠한 것.

▲ 배트를 밑동만 남기고 수건을 매단 '섀도 배트'. 스윙 때 저항력을 높이는 훈련법이다. ⓒ고척돔, 고유라 기자
▲ 빨간색으로 칠한 부분 위로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한 키움 특별 제작 훈련용 홈플레이트. ⓒ고척돔, 고유라 기자

섀도 배트를 만들고 홈플레이트를 직접 칠한 안병훈 구장관리팀 주임은 "색을 칠한 홈플레이트는 내가 메이저리그에 가서 그라운드 키퍼 교육을 받을 때 본 것인데 강 코치님이 어느 홈페이지 캡처 화면을 가져와 보여주면서 이렇게 칠해달라고 하더라. 어디서 이런 걸 발견하셨지 싶었다. 섀도 배트를 만들 때도 저항력을 적당히 하기 위해 수건을 계속 잘라가며 적당한 길이를 찾느라 함께 애를 먹었다. 한 개만 만들었다가 선수들 반응이 좋아 더 만들었다"고 밝혔다.

강 코치가 이처럼 다양한 훈련법을 찾는 것은 모든 선수들의 타격폼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강 코치는 "선수들이 폼이 예쁘다고 잘 치는 건 아니다. 각자 잘 치는 폼이 있다. 그걸 건드리지 않고 훈련을 통해 약점을 보완해주기만 하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내가 현역 때 폼이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냉정하게 말하면 못 쳤다. 그러면서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스스로 선수 때 아쉬웠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강 코치는 오윤 타격보조코치와 함께 심리학도 공부하고 있다. 개개인마다 성격이 다른 선수들을 존중해주기 위해서다. 강 코치는 "선수 때부터 심리학 쪽에 관심이 많았다. 아내가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도움을 많이 준다. 오 코치도 관심이 많아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일 훈련법만 생각하는 강 코치의 노력과 선수들의 땀방울이 더해져 키움은 올해 창단 후 처음으로 시즌 팀 타율 1위(0.282)를 기록했다. 강 코치는 "타율 1위도 좋지만 OPS(0.768), 득점(780점) 1위에 의미가 있다. 그리고 감독님이 내가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이것저것 시험해볼 수 있다. 선수들과도 서로 잘 맞는다. 나는 운이 좋은 코치"라며 팀 타격에서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게 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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