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김재호 ⓒ 한희재 기자
▲ 조쉬 린드블럼(왼쪽)과 수비를 마치고 기뻐하는 김재호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2년 동안 너무 못한 기억뿐이에요. 가을에는 잘하고 싶어요. 가을에는 형으로서 뭔가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두산 베어스 유격수 김재호(34)는 올 시즌을 마친 뒤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습니다. 주전으로 처음 도약했을 때 잘하든 못하든 경기에 나가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했던 그 시절의 열정을 간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고백했습니다. 야수 맏형으로서 센터라인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 개인 기대에 못 미치는 시즌 성적에 동생들을 챙기지 못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정규시즌 막바지 대역전 1위를 하면서 후배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은 더욱 커졌습니다. 김재호는 올해 초부터 "이제는 우리가 아닌 후배들이 팀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시즌 후반 후배들의 저력을 확인하면서 "왜 내가 후배들을 조금 더 믿지 못했을까" 반성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김재호는 생애 7번째 한국시리즈를 맞이하는 마음가짐이 조금 달랐습니다. 2017년과 2018년 두산이 2번 준우승을 차지할 때 부상 여파로 보탬이 되지 못한 기억, 또 올 시즌 후배들에게 힘이 되지 못한 기억을 지울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짐은 첫 타석부터 실천했습니다. 0-1로 뒤진 2회말 1사 만루 기회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1-1 동점이 되자 주먹을 불끈 쥐며 더그아웃을 바라봤습니다. 분명 평소보다 세리머니 동작이 컸습니다. 2-1로 앞선 4회말 1사 3루에서 중견수 앞 적시타를 때리고, 이어진 2사 2루에서 3루수 실책을 틈타 홈까지 전력 질주해 4-1로 거리를 벌릴 때도 김재호는 더그아웃 분위기를 띄우는 동작을 계속해서 보여줬습니다. 

▲ 밀어내기 볼넷을 얻고 주먹을 불끈 쥔 김재호 ⓒ 한희재 기자
김재호는 평소보다 세리머니가 컸다고 이야기하자 "동생들이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런 노릇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올해 최고의 활약을 펼치던 김재호는 6회초 수비 때 오른쪽 종아리 근육 경련으로 류지혁과 교체됐습니다. 근육 손상은 없어서 관리만 잘하면 23일 열리는 2차전에 나설 수 있다고 했는데요. 김재호는 "일찍 교체돼서 미안했다"며 "너무 짧게 보여준 것 같아서 아쉽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김재호는 아쉬운 대로 라커룸 앞에 서서 경기를 마치고 들어오는 모든 동료, 코치, 스태프와 포옹, 하이파이브를 하며 못다한 마음을 전달했습니다.

그라운드에 머문 시간은 짧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는 짧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김재호의 마음이 후배들에게 충분히 전달됐을 것 같은데요. 김재호의 열정을 가득 담은 세리머니는 한국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겁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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