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영화 '기생충' 북미 포스터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기생충'은 올해의 영화(the film of the year)."

미국 뉴욕타임스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올해의 영화'로 꼽으며 영화의 의미와 봉준호 감독의 작품세계를 심도깊게 다뤘다.

뉴욕타임스 평론가 A.O. 스콧은 지난 30일(현지시간) "봉준호의 디스토피아. 우리는 그 속에 산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기생충'이 왜 올해의 영화인지를 알고싶다면 감독의 작품 세계, 문드러져 가는 인간성에 대한 지극히 인간적인 비전을 보라"라고 썼다.

뉴욕타임스는 "'기생충'이 박스오피스에서 7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한 한국에서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비슷한 논쟁이 소용돌이치는 미국에서는 봉준호 감독이 세계 최고의 필름메이커로서 열정적인 숭배자들에게 추앙받기 시작했다. 7편의 장편영화를 만든 50살의 영화감독은, 빛바랬지만 그럼에도 유효한 민주주의의 약속에 다시 힘을 더해주는 방식으로 오락성과 사회적 의식을 결합했다"고 밝혔다. 

'기생충' 속 설정에 대해서는 "김씨 가족이 집이라고 부르는, 비좁고 물새는 '반지하'는 일종의 메타포(은유)이며, 널찍하고 모던하며 건축적으로도 돋보이는 단독주택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박사장네 집에는 여러 상징이 있는데, 에드가 앨런 포의 소설 속 시체나 숨겨진 의미처럼 불편한 비밀들을 깊이 내포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했고, 최근에는 이례적으로 외국어영화상을 넘어 아카데미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기생충'은 현대사회 속 관계에 대한 우화로 보인다. 한국은 물론 다른 모든 곳에서 벌어지는 계급투쟁에 대해 날카로운 교훈을 전하는 일종의 공포영화이자 풍자극이자 비극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 '기생충' 봉준호 감독. ⓒ한희재 기자
뉴욕타임스는 "봉준호 감독은 있을법하지 않은 추격과 싸움을 고안해내길 좋아하지만, 물리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다. 그를 알프레드 히치콕이나 스티븐 스필버그와 자주 비교하는 이유는 자비없을 만큼 정교한 테크닉 때문"이라며 "엉뚱함과 부조리함을 극히 애정하면서도 인간의 심리를 가지고 게임을 하지 않는다. 봉준호 영화의 액션과 리액션은 때때로 놀라움을 주지만, 결코 터무니없지 않다. 그의 캐릭터에는 중력과 밀도, 우아함 그리고 상당한 어리석음이 있다"고 밝혔다. 

또 "'기생충'은 공상과학보다는 느와르에 가깝고, 멜로드라마가 되기 전까지는 익살맞다"면서도 "그러나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장르나 스타일에 따라 분류하는 건 그 독창성과 일관성을 모두 놓치는 것이다. 그의 영화는 대담하고 밝으며, 풍부한 색채와 강렬한 연기가 녹아있다. 재미있고, 서스펜스가 있고, 움직이는 시퀀스가 들어있어 심지어 극장에서 숨을 멈추게 된다"며 "'기생충'에는 그런 순간이 적어도 6번 있는데, 아마 가장 스릴이 넘치는 장면은 3명이 거실 테이블 아래 숨어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마당 텐트로 가는 부분일 것"이라고 짚었다. 

뉴욕타임스는 봉준호 감독에 대해 "예술적인 성취를 위해 블록버스터의 방식을 쓴다고 할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성취는, 그같은 안이한 구분과 여타의 것들을 뒤섞어버린다는 것"며 "동시에 그의 영화는 어둡고도 미묘한데, 곤란한 윤리적 문제와 사회적 기능장애의 뜨거운 지점을 깊이 파고든다"고 극찬했다.

마지막으로 뉴욕타임스는 "'기생충'을 올해의 영화로 만든, 봉준호 감독을 세기의 감독으로 만든 원동력은 인생을 판타지인 동시에 진실로 표현하는 방식, 강렬하도록 은유적이면서도 통렬하도록 견고하게 묘사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8일 북미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평단의 압도적인 찬사 속에 거듭해 상영관을 늘려가며 북미 관객과 만나고 있다.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유력 매체들은 내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은 물론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강력한 복병이 되리라 점쳤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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