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만에 갈라쇼를 마치고 관중들의 환호에 답례하는 손연재. 그는 리프 스튜디오 챌린지 컵 2019의 주최자이자 갈라쇼 게스트로 참여했다. ⓒ 인천 남동체육관,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조영준 기자] "이번에는 30% 정도지만 다음에 다시 갈라쇼를 하면 더 나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곳(남동체육관)에서 대회를 개최해 의미가 있었고 지금은 주최자로 와서 기분이 남달랐습니다."

한국 리듬체조 역사를 홀로 갈아치웠던 손연재(25)가 돌아왔다. 그는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당시 리듬체조가 열렸던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그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이후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어느덧 손연재는 한 단체의 대표가 됐고 후배들을 위해 국제 대회를 개최했다.

손연재는 지난달 31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리프 챌린지 컵 2019 갈라쇼에 참여했다. 그가 매트 위에 선 것은 2016년 9월 열린 세계 리듬체조 올스타 초청 갈라쇼 2016 이후 3년 만이다.

▲ 손연재 ⓒ 인천 남동체육관, 곽혜미 기자

지난해 손연재는 리듬체조 꿈나무들을 위한 짐네스틱 프로젝트를 열었다. 당시 갈라쇼에 참여하지 않았던 그는 "후배들과 언젠가는 갈라쇼 무대에 서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1년이 지난 뒤 손연재는 다시 한번 후배들을 위한 대회를 마련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직접 후프를 들고 매트 위에 나섰다. 3년 만의 갈라 공연이었지만 손연재는 몸놀림은 여전히 가벼웠다. 장기였던 푸에테 피봇은 물론 현역 시절 시도했던 몇몇 기술도 선보였다.

선수 시절 그는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했다. 과거 손연재는 자신의 꿈을 위해 비상(飛翔)했지만 3년 만에 선보인 그의 몸짓에는 리듬체조의 대중화를 위한 의지가 엿보였다.

갈라쇼를 마친 손연재는 "3년 만에 갈라쇼를 해서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후배들과 함께해서 좋았고 사실은 무대가 많이 그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손연재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공식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이듬해 3월에는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손연재는 지도자의 길을 걸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가 뭘 잘하고 원하는지를 찾아보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 후배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 일이 있다면 힘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3관왕(개인종합, 후프, 볼) 은메달 2개(곤봉, 리본)를 목에 건 손연재 ⓒ 한희재 기자

그는 전문 선수들을 조련하는 지도자가 아닌 '생활 체육 지도자'를 선택했다. 손연재는 현재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에 어린 유망주들을 위한 리프 스튜디오를 열었다.

'리프'(leap : 도약)'라는 간판을 내건 이곳은 체조 교실이다. 손연재는 일반인들을 위한 리듬체조 강습소가 부족한 국내 환경을 고려해 리프 스튜디오를 열었고 이곳의 대표가 됐다.

손연재는 "엘리트 선수 한 명을 지정해 가르치는 것보다 시간이 걸려도 국내 선수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어린 친구들이 리듬체조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은퇴 이후 손연재의 연예계 진출설도 나돌았지만 지난해 그는 이를 부정했다. 평생 해왔던 리듬체조를 다른 방법으로 해보고 싶었던 손연재는 생활체육 저변 확대에 나섰다.

손연재의 등장 이후 리듬체조 지망생들은 늘었지만 여전히 국내 선수층은 얇다. 손연재는 오랫동안 러시아에서 훈련했다. 이곳에서 그는 러시아의 탄탄한 육성 시스템을 직접 목격했다. 결국 손연재는 기나긴 줄기를 만들어줄 뿌리부터 탄탄하게 다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유망주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본 그는 "축하하고 정말 멋지다고 말해주고 싶다. 계속 노력해서 좋은 선수가 됐으면 한다"며 격려했다.

▲ 리프 챌린지 2019 대회와 갈라쇼에 출전한 한국 리듬체조의 기대주 양정민 ⓒ 인천 남동체육관, 곽혜미 기자

20년 가까이 리듬체조만 해왔던 그에게 이번 대회는 색다른 도전이었다. 손연재는 선수뿐만이 아닌 대회 주최자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그는 "저에게 주어진 일이 많았다. 주최자로서 대회를 준비했고 지도자로서 어린 아이들을 가르쳤다. 이번 대회와 갈라쇼를 한 달 간 준비하면서 정말 바빴다. 하지만 지나간 시간은 즐겁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손연재가 매트를 떠난 뒤 한국 리듬체조는 다시 침체에 빠졌다. '포스트 손연재'를 노린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 도전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리듬체조는 여전히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들이 장악하고 있다. 손연재는 "리듬체조라는 종목은 워낙 장벽도 높고 어렵다. 후배들에게 무엇해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당장 성적은 나지 않더라도 저변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 손연재 ⓒ 인천 남동체육관, 곽혜미 기자

이날 리프 챌린지 컵에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유망주가 매트 위에 섰다. 특히 국제 대회 기회가 없는 국내 꿈나무들은 마음껏 이 무대를 즐겼다.

손연재는 선수가 아닌 강사이자 공연 및 대회 기획자로 리듬체조 대중화에 나섰다. 그는 "이런 무대를 앞으로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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