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신의 한 수:귀수편'의 권상우. 제공|CJ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권상우가 칼을 갈았다. 영화 '신의 한 수:귀수편'(감독 리건·제작 메이스엔터테인먼트 아지트필름)을 보면 드는 생각이다. 2014년 356만 관객을 모은 '신의 한 수'를 잇는 스핀오프인 '신의 한 수:귀수편'은 만화를 연상케 하는 극적 상황과 캐릭터, 에피소드로 시선을 붙드는 오락영화다. 권상우는 모든 것을 잃고 사지로 내몰렸다가 바둑 하나로 세상을 향한 복수에 나선 주인공 '귀수'로 분했다. 슬픈 눈과 단단한 몸을 지닌 비운의 사내다.

이미 '탐정'이라는 코믹추리극 프렌차이즈의 얼굴인 그는 '신의 한 수:귀수편'을 통해 상반된 느낌의 범죄액션 프랜차이즈의 새얼굴이 됐다. 사실 권상우는 매력적인 코미디 배우이자 믿음직한 액션 배우다. 이소룡을 동경하던 '말죽거리 잔혹사'의 고교생처럼 그는 늘 액션에 대한 동경을 숨기지 않았다. '신의 한 수:귀수편'은 그가 바라마지 않은 작품이었다. 시작부터 매료된 그는 주저없이 뛰어들었다.

권상우는 준비된 매력을 뽐낸다. 40대 나이가 무색한 신체와 특유의 소년같은 분위기는 한편의 만화같은 범죄액션에 더없이 어우러졌다. 세상이 다 아는 탄탄한 근육질 몸에서 8kg을 더 감량하고 카메라 앞에 선 그의 각오도 스크린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둠 속의 귀수가 혹독한 수련을 거듭하는 장면에서 드러나는 그의 몸은 CG의 리터치 한 번 거치지 않았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CG라고 보시면 서운하다"는 그는 기예에 가까운 동작도 와이어조차 쓰지 않은 채 직접 해냈다. 오는 7일 개봉을 앞둔 권상우는 "아직 건재하다는 걸 보여드리고도 싶었다"고 했다. '신의 한 수:귀수편'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가 건재하다는 걸.

▲ 영화 '신의 한 수:귀수편'의 권상우. 제공|CJ엔터테인먼트
-'신의 한 수:귀수편'에 출연하면서 흥행까지 잘된 전편이 있어 고민스럽지 않았나.

"이 책을 처음 받고 고민은 없었다. 너무 좋은 기회였고, 큰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었다. '신의 한 수' 1편을 재미있게 봤다. 영화를 하면서는 보지 않았다. 개봉을 앞두고 유튜브에 정리된 영상을 봤는데, 1편이 강렬하고 재미있더라. 우리 영화는 톤이 다르고 복수의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슬픈 감정이 있기 때문에 막연하게 강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애처로운 감정이 전달됐으면 하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액션을 좀 더 강하게 보여주고 싶은 아쉬움이 있다."

-작품에 들어가며 1편의 주연 정우성과는 이야기를 나눴나.

"개인적으로 정우성 선배와 친하기도하고 좋아하는 선배이기도 하다. 같은 결로 간다면 선배님이 더 매력적인 배우라는 걸 안다. 우리는 좀 더 과거 배경으로 해서 투박함은 있지만 나만의 장점을 보여주자는 접근법으로 시작했다. 다르게 좋게 봐주셨으면 했다. 처음 들어갈 때 기본적인 예의라 생각해서 문자를 드렸다. '형님의 영화 속편에 제가 들어가게 됐다. 잘 찍겠다'고. '시간 되시면 보러 오셨으면 좋겠다'고도 말씀드렸다. 지금은 막바지 촬영이라 시간이 나면 오겠다고 하시더라."

-영화 속 등장하는 귀수의 몸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8kg을 빼고 CG나 보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고.

"오늘은 인터뷰라 건너뛰었지만 매일 운동한다. 언젠가 그런 작품 만나면 또다른 신체적 능력을 보여드리려 기다리고 있다. 전혀 CG의 터치, 보정이 없다. 태닝만 조금 더 했다. 8초만 더 해도 좋은 소스가 있었는데 최종본에 빠져서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괜찮다.

현장에선 과식하면 안돼서 고구마 삶아먹고 그랬다. 촬영 끝나면 지방 헬스클럽도 가고. 데뷔 초창기 몸무게가 71~72kg이었는데 지금은 평소 77kg 정도 나간다. 사실 1~2kg 빼는 것도 힘들지만 즐거운 도전이었다. 목표가 있었고, 그런 캐릭터로 보여질 걸 생각하니 즐겁기도 하고 기대도 됐다. 귀수가 (웃옷을 벗은 채) 거꾸로 매달리는 신은 실사로 구현하면 괜찮겠다고 먼저 말씀드렸다. 그러려면 당연히 살을 뺐어야 했다."

-비주얼은 물론 줄 하나에 거꾸로 매달려 상체를 들어올리는 고난도 장면도 와이어 도움도 없이 직접 찍었나.

"그렇다. 액션도 다 했따. 당연히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했다.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다음 작품에선 창문에 매달렸다가 튀어올라가는 장면이 있다. 스탠바이가 늦어져서 보니 와이어를 준비하고 있더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고 해서 한번에 오케이를 받았다. 스태프가 놀라더라. '귀수'니까 해야지, 그걸 CG로 하면 귀수가 아니다. 관객등리 CG라고 받아들이면 서운할 것 같다. '액션부심'이 있다. 요즘에는 웨이트만 하는 게 아니라 파워플레이트라는 것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유연성을 기르려고 꾸준히 운동한다."

▲ 영화 '신의 한 수:귀수편'의 권상우. 제공|CJ엔터테인먼트
-만화적 상상력을 스크린에 구현한다지만 배우로선 만화처럼 연기할 수는 없지 않나.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 같다.

"제 입장을 떠나 감독님 입장을 생각하면, 이런 책이 더 허무맹랑하게 나올 수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잘 집대성해서 잘 만드셨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님의 역량을 존경하는 마음이다. 연기할 때는 (만화적인) 그런 이야기라 해도 생각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귀수를 이해하려 했고, 그래야만 몰입할 수 있었다. 충분히 납득이 갔고 몰입할 수 있었다."

-바둑을 두는 장면은 어땠나. 정확한 자리에 두며 연기를 펼쳐야 했다고.

"10수 이상 둬야 한다. 바둑판 앞에선 집중할 수밖에 없다. 원래 바둑을 몰랐지만 자문하시는 프로 기사님과 바둑도 두고 했다. 군대에서 바둑이나 장기를 많이 하는데 저는 그때도 안 했다. 이제 보니 재미가 있다. 바둑에 인생을 비유하기도 하지 않나. 많은 바둑 용어가 일상에 쓰이기도 하고, 그만큼 바둑판에 희로애락이 있고 삶과 같은 부분이 있더다더라."

-'신이 한 수:귀수편' 인물들은 바둑에 모든 걸 건다.

"왜 바둑에 목숨을 걸까. 다르게 생각하면 정직한 사람의 경기인 것 같다. 바둑 하나에 모든 걸 걸지 않나. 다른 면으로는 좋은 영향도 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봤다. 결과에 승복한다는 게 멋진 것 같다. 그래서 다 캐릭터들이 밉지 않은 것 같다. 승복하기 때문에."

-대사가 거의 없는 연기를 했다.

"'귀수'에 캐스팅됐을 때 느낌이 그랬다. '탐정' 이후에 다른 장르에 대한 도전이었는데, '화산고' 촬영 때가 생각나더라. 데뷔작이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인데 대사는 많지 않았다. 말도 문어체고, 그때도 답답했다. 연기도 확신이 없을 때 딱딱하게 표현해야 하니까 부담감이 있었다. 귀수도 대사가 많지 않아서 매 신마다 평면적인 캐릭터로 보이면 어떻게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그렇게 안 보이려고 나름대로는 혼자 고민을 많이 하고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과하면 캐릭터가 깨지니까. 마지막 1대100 대국이 저에게는 쏟아붓는 신이었다. 당시 몸이 힘들었다. 링거 맞고 촬영에 갔는데 귀수의 상태와 오히려 잘 맞었던 것 같다. 당시 현장 녹음을 그대로 영화에 썼다. 그날 컨디션이 운명적으로 귀수와 맞았던 것 같다."

-'탐정'에 이어 '신의 한 수:귀수편'으로 완전히 다른 극과극 시리즈의 얼굴이 됐다.

"개봉을 앞두고 있어 사실 많이 떨린다. 호락호락한 시장이 아니다. 아직은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다만 관객과 소통이 잘 되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 같이 했던 배우분들이 진짜 좋은 배우들이었다. 영화를 보든 드라마를 보든 '저 배우 연기도 잘하고 같이하면 좋겠다' 생각했던 분들과 같이 작업을 했다. 그런 분들과 같이하는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좋을 것 같다. 김성균 배우와는 사실 많이 부딪히지 않아서 아쉬워서 다른 작품에서 꼭 만나고 싶다."

▲ 영화 '신의 한 수:귀수편'의 권상우. 제공|CJ엔터테인먼트
-늘 같이했던 '똥선생' 김희원은 어땠나.

"우리 영화에 산소를 공급해주시는 느낌이다. 현장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섬세한 성격이기도 하지만, 여느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 중 하나인데 마냥 까불까불한 게 아니라 고민을 많이 하시더라. 매 신 고민하시고 많이 이야기셨다."

-막내 우도환의 경우는?

"우도환은 기본이 된 사람같다. 예의가 바르다. 선배 입장에서는 안 예뻐할 수 없는 배우였다. 촬영하면서 다른 사람들 보다가 우도환 보면 싱그럽다.(웃음) 내가 여자면 저런 친구를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개성있는 마스크에 목소리도 좋다."

-어떤 고수가 연기하기 제일 어려웠나.

"장성무당 신. 등장하는 맷돼지가 포수님에게 얻어온 진짜 멧돼지다. 현장에서 깜짝 놀랐다. 원현준 배우가 잘 표현해준 것 같다. 판타지인데 인상적이었다. 보물같은 배우가 발견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허성태는 '귀수'를 시작으로 다음 영화에서도 같이 작업을 했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생각을 볼 때마다 한다. 연기에 미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부럽더라.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후배지만 리스펙한다."

-본격 액션 연기를 펼친 소감은 어떤가.

"액션은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꿈이 있다. 계속 도전해보고 싶고 시나리오 안에서 매력적이고 완성도 있는 작품이어야겠지만 계속 도전하고 싶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는 이소룡을 동경하는 고등학생으로 나왔는데, 배우 권상우가 동경하는 배우나 액션스타일이 있나.

"무술을 잘하고 액션을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재키찬처럼 유쾌한 웃음을 주면서 액션도 잘하는 이는 많지 않다. 단지 무술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장소에 맞게 지형지물을 이용하고 하는 액션이 지금 나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한다. 그런 상상을 해본다. 그런 작품을 만나면 좋지 않을까."

▲ 영화 '신의 한 수:귀수편'의 권상우. 제공|CJ엔터테인먼트
-'신의 한 수:귀수편'이 잘 되면 속편이 또 나올까.

"기회는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이게 잘 돼서 뭔가를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혹시 본인 인생에서 승부를 걸었던 경험이 있나.

"배우 일을 하며 작품을 할 때마다 승부를 거는 거다. 얼마전 인상적인 메시지를 받았다. '한 작품 실패하면 상처받고 하지만 그 다음 작품으로 소통이 되면 그걸로 상처가 치유가 된다'고.. 그런 작업의 연속인 것 같다. 매번 작품과 만날 때 귀수와 같은 마음으로. 좌절도 하고 고뇌도 하고 하지만 관객들과 잘 통하면 다시 보상받고 기운내고 하는 작업의 연속인 것 같다."

-배우 권상우에게 '신의 한 수'가 있었다면?

"40대 초중반 '귀수'라는 작품을 만나서 관객 여러분들에게 예전에 가지고 있던 권상우의 좋은 점들을 다시 보여줄 수 있어서 '귀수'를 만난 게 신의 한수인 것 같다. 굉장히 의미있는 터닝포인트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귀수'가 권상우의 영화가 아니라 우리 배우들의 영화라고 생각하고 캐릭터가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권상우의 다음 영화가 기대된다는 느낌만 받는다고 하면 성공한 게 아닌가 한다.

'말죽거리 잔혹사' 등이 아직도 회자되는 건 기쁘고 감사하지만, 스트레스로 남기도 하고 나는 정체되어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한다. '귀수'라는 영화를 통해서 '말죽거리'의 모습을 잠식시키고 싶었다. 십수년이 지나서 아직 건재하다는 걸 보여드리고도 싶었다. '나 살아있어' 그런 마음이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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