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신의 한 수:귀수편'의 김희원. 제공|CJ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바둑 한 판에 인생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 오는 7일 개봉하는 영화 '신의 한 수:귀수편'(감독 리건·제작 메이스엔터테인먼트 아지트필름)은 흥미진진한 오락영화다. 모든 것을 잃고서 원수를 갚으러 나선 남자의 복수극이 오로지 가로세로 19줄 바둑판 위에서 펼쳐진다. 마치 무협만화 같지만, 그 비장하고도 강력한 설정을 끝까 쥐고 간 탓에 독특한 재미와 분위기가 생겼다.

배우 김희원(48)도 그 중심에 있다. 인생을 건 복수에 나선 남자 귀수(권상우)와 함께하는 허허실실의 조력자 '똥선생' 캐릭터다. 이름이 왜 그 모양인가 하니, 아무런 득도 실도 되지 않지만 그렇기에 긴 목숨을 부지하기에 '똥'이라 불렸단다. 하지만 '신의 한 수:귀수편' 속 김희원은 결코 그 이름처럼 있으나마나 살아있기만 한 인물에 머물지 않는다.

김희원의 '똥선생'은 무협지의 주인공 같은 귀수의 여정에 게임 속 캐릭터 같은 악당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신의 한 수:귀수편'에서 유일하게 현실의 옷을 입고 있다. 귀수와 내내 함께하며 만화적 기운으로 붕 뜬 이야기에 유머와 숨결을 더한다. 캐릭터가 하나하나 살아 튀는 영화지만, 역시 김희원이다.

옛날 만화에 나오는 정감있는 이름같아 '똥선생'으로 불리는 게 마음에 들었다는 김희원. 하지만 "내 연기 좋다"하고 흐뭇해하는 성격이 못는 그는 이어진 칭찬이 쑥스러운 듯 "제 연기가 부족한 느낌이었다"며 거듭 아쉬워했다. '신의 한 수:귀수편'은 고민을 거듭해 참여한 작품이었단다. 그는 "이런 액션영화에서 분위기를 풀어주는 인물로 비춰지는 게 너무 싫었다"며 "리얼하지만 웃기는 사람으로 비춰지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사실 돈내기 나오는 액션영화의 감초 하면 전형적인 게 있죠. 그것 때문에 선택할 때 고민이 많이 됐어요. 주인공 옆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괜히 웃기려고 하는 사람으로 비춰지면 어쩌나. 선택한 다음에는 절대 그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얼마든지 까불 수 있겠지만, 진지한 액션 복수극에 해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너무 장난을 안 치면 재미없을 것 같고. 그래서 평소 연기 스타일보다는 표현을 극대화 했어요. 조금 웃겨도 많이 웃는 사람으로, 조금은 가볍고 경솔하게."

▲ 영화 '신의 한 수:귀수편'의 김희원. 제공|CJ엔터테인먼트
무슨 소리를 해도 한번 웃는 법 없는 '리액션 제로'의 '귀수' 권상우와 파트너를 맺은 탓에 연기 역시 홀로 '액션'을 거듭해야 했단다. 아무리 애드리브를 해도 한 번을 안 웃더란다. "결국 영화에 쓰지도 못할 애드리브를 던지고서야 권상우가 딱 한 번 웃었다"며 김희원은 "그게 또 희열과 만족감이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더 중요한 건 판타지 무협만화같은 이야기에 현실성을 불어넣는 일이었다. 김희원은 "화려하고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관객이 믿어야 한다. 거기에 빠져야 한다"며 "그러려면 한 사람은 리얼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똥선생'의 또다른 역할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김희원은 내내 의심과 고민을 거듭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권상우조차 "(김희원은) 매 신 고민하시고 매 신 많이 이야기를 하셨다"고 혀를 내두르며 "산소를 공급해주는 느낌"이라고 털어놨을 정도다.

"우는 신이다, 화내는 신이다 하면 그에 집중만 하면 되는데 여기선 너무 리얼하게 울거나 너무 리얼하게 화내거나 할 수가 없었어요. 그 때문에 매 신 피곤했죠. 시종일관 물어보고 다니고요. 보는 눈은 저보다 나아요. 100% 정확합니다. 해보고 조언을 받아들여 다시 해보고. 물론 어떤 부분이 맞다 하면 감독과 싸울 때도 있어요. 하지만 '똥선생'은 여러 사람이 공감하는, 재밌는 역할이니까요. 모든 의견을 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 영화 '신의 한 수:귀수편'의 김희원. 제공|CJ엔터테인먼트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영화 '아저씨'는 물론이고, 김희원도 인상파 악역으로는 빠지지 않는 배우다. 아직도 그를 보면 "방탄유리야"를 읊는 이들이 있을 정도니까. 김희원은 "만약 '신의 한 수:귀수편'에서 악역으로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으면 안했을 것 같다"면서 "허성태 원현준 이런 친구들의 에너지가 되게 좋았다. 저는 인상을 그렇게 못쓴다. 다행이다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걔네보다 착하게 나오니까, 이 영화가 잘되면 이제는 나한테 '악역'이라고 안하겠구나 했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한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할 만큼 '아저씨' 후에는 악역이 쏟아져 들어왔다. 나름대로는 많이 거르고 착한 역할과 번갈아 했는데, 악역이 했다 하면 잘돼서 기억에 남더란다. 김희원은 "점점 지나고 보니까 '악역이라도 잘하는 게 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악역 떄문에 먹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지금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그는 "허성태 원현준 배우를 보면 나와 다른 색이지 않나. 아직도 무궁무진한 악역이 있구나 했다"며 "오히려 지금은 행복하다. 자기만의 뚜렷한 색이 있는 건 행복"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건 배우로서 늘 바라는 바다. 쉼없이 작품하는 그에게 '기준'을 물었다. 너스레와 함꼐 돌아온 김희원의 답은 분명 그 바람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잘하는 것 많이 해라, 자신있는 거 해라, 도전하다 실패하면 난리난다…. 그런데 저는 그것보다 안해본 걸 하고 싶어요. 하더라도 다르게 표현하고 싶고, 폭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우정출연 한 커트라도 새로운 걸, 다른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요. 

요새는 운동도 해요. 권상우 몸이 되고 싶어서.(웃음) 괜히 액션 안 시켜주나 기대하면서 공복에 매일 10km를 걷습니다. 제가 웃통을 벗었는데 권상우 몸이면! 안될 것 같기는 하지만, 쓸데없는 거 했다 하더라도 해보고 싶어요. 절대 못 할 것 같은 것!"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 영화 '신의 한 수:귀수편'의 김희원. 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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