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전 귀중한 골을 뽑은 김보경의 골을 축하하는 울산 선수단.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파이널 라운드 와서 3경기를 했는데 지금까지 쉬운 경기가 없었다."

울산 현대의 골키퍼 김승규의 한 마디다. 울산은 파이널라운드 첫 경기인 34라운드 대구FC전(2-1 승)에서 점유율 52%를 기록하며 근소한 우위를 점했지만, 슈팅 수에선 6-18로 크게 뒤졌다. 35라운드 강원FC전은 전반 10분을 몰아치고 80분은 버티며 보냈다. 초반에 터진 주니오의 2골을 지키며 2-1로 승리했지만 점유율은 고작 29%만 기록했다. 울산은 어렵게 승리를 쌓아가고 있다.

울산은 지난 3일 치른 하나원큐 K리그1 2019 36라운드 FC서울전에서도 1-0으로 힘겹게 승리했다. 파이널라운드 돌입 뒤 전승, 울산은 일단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다만 그 과정은 험난했다.

경기 통계에서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서울이 슈팅 15회, 유효 슈팅 7회를 기록한 반면, 울산은 슈팅 7회, 유효 슈팅 4회뿐이었다. 서울은 파이브백을 세우고 울산에 공간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김보경과 김인성이 배치된 측면에, 수비수인 이명재, 김태환까지 가담하면서 서울을 좌우로 흔들려고 했다. 하지만 서울은 흔들리지 않았다. 서울 미드필더 이명주는 "울산이나 전북이나 측면이 좋다. 로페즈, 문선민, 김인성, 김보경 등. 기술 좋고 빠른 선수가 있다. 최대한 공간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걸 대비해서 많이 준비했다. 잘 통했다"며 경기 내용에선 좋은 평가를 내렸다.

경기 내용은 울산이 고전하는 흐름이었지만 결과는 울산이 따냈다. 김승규가 막고, 김보경이 뚫었다.

▲ 김승규(왼쪽)의 신들린 선방쇼가 벌어진 울산-서울전. ⓒ연합뉴스

"저희가 수비적으로 잘 준비해서 (울산도)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결국 울산은 마지막에 (골로) 결정을 지었다. 울산이 1위를 하고 있는 이유인 것 같다. 울산 쪽으로도 운이 따랐다. 우승하려면 그런 운도 있어야 한다." - 서울 이명주

이명주는 '운이 좋다'는 말로 울산을 설명했다. 동시에 우승엔 '운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울산은 이번 시즌 23승으로 12개 팀 가운데 가장 많은 승리를 따냈다. 명시적으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저력'을 '운'이라는 말로 설명하는 것이 아닐까? 울산의 저력은 내용과 상관없이 결과를 만드는 데서 나온다.

울산도 승리가 간절했다. 전북 현대와 차이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역습에 실점하면 경기를 그르칠 수도 있었지만 김승규가 있었다. 그는 서울의 유효 슈팅 7번을 모두 막았다. 특히 전반 12분 이명주의 슈팅, 후반 31분 알리바예프의 슛은 득점을 예감하게 할 만큼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김승규는 단 1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김승규가 버틴 뒤엔 김보경이 결승 골을 뽑았다. 후반 35분 김보경의 환상적인 프리킥은 "차는 순간 골을 직감했다"고 할 만큼 완벽했다. 김보경의 프리킥은 울산이 후반전 기록한 유일한 유효 슈팅이었다. 경기 내용을 돌아보면 '운이 따랐다'고 표현해도 그리 이상하지 않았던 이유다.

울산에 '운이 따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승규는 "한 선수에게 득점이 몰리는 게 아니라 경기 때마다 터지는 선수들이 1명씩 나오고 있다. 골고루 득점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운이 좋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35라운드 강원전에선 김보경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고, 주니오가 2골을 넣으며 승리했다. 36라운드 주니오가 출전 정지를 받자 김보경이 해결했다. 주민규, 김인성, 황일수, 믹스 등 중요한 고비마다 팀을 살리는 선수들이 있다는 뜻이다.

울산 김도훈 감독은 "김승규가 잘 막아 김보경의 골이 빛났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실점 없었고 김보경이 며칠 전부터 프리킥 연습을 했다. 집중력이 돋보였다. 수비의 투혼도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축구의 목표는 상대보다 많은 골을 넣는 것이다. 경기 내용에서 밀려도 승리한다면 목적을 달성한다. 울산의 우승하는 팀은 '비길 경기를 이기고, 질 경기를 비긴다'는 말을 실천하고 있다. 김보경은 "전북은 어려운 고비에서 치고 나가는 팀이다. 올해 울산이 그런 팀이다. 그래서 우리가 앞서고 있다"며 울산의 집중력이 선두에 오른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어려움을 반복적으로 극복하며 얻은 것은 자신감이다. 김승규는 "경기에 집중하다보면 부담감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상대를 막으면 우리가 골을 넣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강한 팀이 승리하는 것인가, 승리하는 팀이 강한 것인가. 이 질문에 울산이 답을 한다면 '승리하는 팀이 강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울산은 파이널라운드에 돌입한 뒤 3경기에서 3승을 챙겼다. 2경기를 남긴 가운데 울산은 여전히 전북에 승점 3점을 앞선다. A매치 휴식기를 지나고 23일 울산과 전북의 '사실상 결승전'이 열린다. 이 경기에서도 고비를 넘는다면 울산은 2005년 이후 14년 만에 K리그 트로피를 차지한다.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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