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시즌을 마치고 소속팀을 찾지 못한 노경은이 롯데와 계약하면서 'FA 미아' 생활을 청산한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지난 1월 29일, 롯데는 보도자료를 내고 노경은과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무려 6차례나 협상 테이블을 차리고도 합의점을 못 맞췄다.

1년 동안 다른 길을 걸었던 노경은과 롯데는 4일 계약서에 사인했다. 계약기간 2년, 총액 11억 원(계약금 3억, 연봉 4억, 옵션 4억)이 조건이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5일 "오퍼는 단 한 번이었다"고 밝혔다.

"오퍼 하기 전까지 서너 차례 시간을 들였는데 돈 이야기를 한 번도 안 했다. 돈을 떠나 감정적으로 다가갔다. 팀이 왜 노경은을 필요로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난 다음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한 번에 이해가 됐다"며 조건에 대해선 "1년 쉰 선수에게 많이 준 게 아니냐(오버페이)는 이야기가 있는데 금액적으론 굉장히 만족한다. 연륜 있고 4, 5선발 맡아줄 수 있고, 선발이 안되더라도 중간에서 던질 수 있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노경은은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3경기(19선발)에 출전해 132.1이닝 동안 9승 6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했다. KBO리그 역사상 가장 심한 타고투저 시즌에서 노경은의 평균자책점은 규정 이닝을 70% 이상 채운 투수 가운데 9위, 국내 투수 가운데에선 김광현(SK, 2.98) 이용찬(두산, 3.63) 최원태(키움, 3.95)에 이어 4위다.

노경은은 동의대학교의 협조로 꾸준히 몸을 만들었고 최근엔 바뀐 롯데 수뇌부가 상동 구장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주면서 보다 체계적인 훈련을 했다. 성 단장은 상동구장에서 노경은을 직접 확인했고 관찰과 대화를 통해 계약 의지에 확신을 품었다.

성 단장은 "공인구가 바뀌기 전에 성적이 괜찮았다. 공이 바뀌고 난 뒤에도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라며 "노경은이 (롯데에서) 나갔을 때 내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로 그를 만났다. 그때 노경은이 '(지난해가) 투구에 눈을 뜬 시기'라고 했다. '구위가 올라간 게 아니라 항상 공을 빠르게 던지려다가 제구와 변화구로 타자 헛스윙을 이끄는 데 집중하면서 달라졌다'고 하더라. 구위가 갑자기 좋아졌다면 플루크로 볼 수 있겠으나 늦은 나이에 투구에 대한 감을 깨우쳤다면 다르다. 만약 야수였다면 1년 쉬었을 때 계약을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투수이기 때문에 한 해 푹 쉬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계약에 흥미로운 내용은 옵션 4억 원. 지난 1월 협상에서 노경은과 롯데는 옵션 2억 원에 합의점을 찾지 못해 계약이 결렬됐다.

성 단장은 "옵션이 재미있다. 부담되는 수준이 아니다.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옵션"이라며 "이렇게 했다. 달성하기 어려운 옵션을 네가 고르고, 다소 쉬운 옵션을 내가 고르겠다. 그래서 노경은이 옵션을 제시했는데 내가 봐도 어려웠다. 쉬운 건 내가 선택했는데 노경은이 할 만하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 합의가 잘 됐다. 노경은이 옵션을 다 딴다면 나도 행복하고, 노경은도 행복할 것"이라고 웃었다.

노경은은 11월 말 개막하는 호주프로야구리그(ABL) 소속 질롱코리아에 합류해 실전 감각을 찾을 예정이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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