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듀스X101' 포스터. 제공| 엠넷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의혹을 둘러싼 파문이 끝을 모르고 커지고 있다. 연출을 맡은 안준영 PD와 프로그램을 총책임한 김용범 CP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고, 방송사인 엠넷은 처음으로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의혹에 "책임을 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사기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안준영 PD와 김용범 CP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명 부장판사는 "범죄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본건 범행에서 피의자의 역할 및 현재까지 수사경과 등에 비춰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였다.

또 다른 제작진인 A씨, 소속사 관계자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두 사람 모두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볼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안준영 PD가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직전인 5일 오전, 엠넷은 이례적으로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혐의에 대해 사과하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답변이 어렵다"는 입장만 반복해왔던 엠넷은 '프로듀스101' 시즌을 만들고 히트시킨 안준영 PD의 구속을 앞두고 처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된 엠넷 안준영 PD. ⓒ곽혜미 기자

엠넷은 "앞으로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 다시 한 번 '프로듀스X101'을 사랑해주신 시청자와 팬, 출연자, 기획사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사과하면서도 "다만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아티스트에 대한 추측성 보도는 삼가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대부분의 연예계 관계자들은 안준영 PD의 구속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구속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조심스럽게 입을 모았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프로듀스X101' 뿐만 아니라 '프로듀스101' 전 시즌에서 투표 조작이 있었다는 정황 증거가 속속 포착되고 있고, 금품 수수, 유흥업소 접대 등의 문제까지 불거진 만큼 사안이 결코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엠넷은 여러 차례에 걸쳐 투표 조작 의혹과 '멀어지기'를 시도했다. 투표 조작 논란이 불거진 당시 "집계 오류는 있었지만 순위 변동은 없었다"고 조작 의혹을 부인했다. 이후 각종 변명으로 급급하다 제작진이 직접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며 "사실 관계 파악이 어렵다"고 '유체 이탈'까지 시도했다. 정확한 득표수를 확인할 수 있는 '원 데이터'만 공개하면 될 일을 키운 건 역설적으로 엠넷의 꼬리 자르기 시도 때문이다.

▲ '프로듀스X101' 제작발표회 현장. ⓒ곽혜미 기자

이 꼬리 자르기가 엠넷 전체에 미칠 파장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실무진 2명의 처벌로 논란이 끝날 수도 있다는 것. 반면 일부 관계자는 논란이 '프로듀스101' 뿐만 아니라 '아이돌학교' 등 엠넷 오디션 전체로 확대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두 사람의 구속으로 사건이 간단하게 정리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자를 내보냈던 한 관계자는 "엠넷, 그리고 CJ ENM 오디션 프로그램의 악습을 이번에야말로 뿌리뽑아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의 '조작 의혹'은 비단 '프로듀스101' 시리즈와 '아이돌학교'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디션 예능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슈퍼스타K' 시리즈도 결코 조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슈퍼스타K'는 아직 수사에서는 예외지만, 수사 규모가 커질 경우 '슈퍼스타K'까지 수사 영역이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엠넷은 여전히 오디션 프로그램 진행을 강행하고 있다. 현재 새로운 보이그룹을 론칭하는 '월드클래스'를 방송하고 있고, 내년에도 10대가 출연하고 10대가 심사하는 오디션 '십대가수'를 방영할 예정이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CJ ENM과 엠넷에 미래를 맡기고 있기에 '프로듀스X101'에서 시작된 논란의 무게가 더 무겁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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