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츠르베나 즈베즈다전에서 골을 넣은 손흥민 ⓒ연합뉴스/EPA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하며 눈물까지 쏟았던 손흥민(27, 토트넘 홋스퍼)이 골로 사과하며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손흥민은 7일 오전(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라이코 미티치 경기장에서 열린 2019-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CL) 조별리그 B조 4차전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전에 선발 출전해 1-0으로 앞서가던 후반 12분, 16분 연속골을 넣었다. 토트넘도 4-0 승리를 거두며 2승1무1패, 승점 7점을 확보, 바이에른 뮌헨(11점)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그 누구보다 손흥민에게 의미 있었던 경기다. 손흥민은 지난 4일 영국 리버풀의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에버턴과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후반 34분 안드레 고메스에게 백태클을 시도했다. 중심을 잃고 넘어진 고메스는 세르지 오리에와 2차 충돌을 한 뒤 그대로 그라운드에 넘어졌다. 고메스는 고통을 호소했고 오른쪽 발목이 꺾였다.

근처에 있던 손흥민은 고메스의 상태를 확인한 뒤 놀라며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했다. 마틴 엣킨슨 주심은 손흥민에게 경고를 주다가 고메스를 확인한 뒤 퇴장 조치했다.

손흥민은 선수대기실에 들어가 눈물을 쏟았고 런던으로 복귀하면서 스마트폰 전원을 꺼놓는 등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축구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손흥민은 자책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볼 경합에서 늦어 어떻게든 뺏기 위한 노력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고메스의 부상으로 이어졌다.

주변 모두가 손흥민의 잘못이 아니라고 외쳤다. 토트넘 주장 해리 케인은  "손흥민을 월요일 훈련에서 만났을 때 가볍게 안아줬다. 그리고 그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줬다"며 정신적 충격에서 극복해야 함을 강조했다. 영국축구협회(FA)도 손흥민에게 3경기 출전 정지를 내렸지만, 토트넘이 항소했고 최초 판정인 경고로 경감됐다.  

국내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전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인 권종철 국제축구연맹(FIFA) 심판평가관은 "냉정하게 보면 경고가 맞지만, 퇴장은 과했다. 규칙으로만 보면 고메스가 다친 것만 보고 퇴장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만약 손흥민이 태클하다 스스로 부상 당했는데 경합했던 상대에게 경고나 퇴장을 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전 축구대표팀 주치의인 송준섭 서울제이에스병원 원장은 "고메스가 피하는 과정에서 부상이 일어났기 때문에 (손흥민의 태클에) 고의성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대표팀에도 오게 되는데 심리 치료를 병행 예정이다. 팬들이 응원도 소중하다"며 격려가 보약임을 강조했다.

토트넘은 즈베즈다 원정에 손흥민을 앞세웠다. 경기 전날 훈련에서도 손흥민은 밝게 웃으며 심리적으로 완벽하지는 않아도 극복하고 있음을 보여줬고 경기에서 두 골을 터뜨리고 로 셀소의 골에도 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후반 12분 첫 골을 넣은 뒤 기쁨 대신 두 손을 모은 세리머니는 의미가 남달랐다. 고메스에게 향하는 것이자, 자신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낸 토트넘 구성원과 축구 관계자, 팬들에 대한 고마움이 담겼다. 전설 차범근을 뛰어넘는, 한국 선수 유럽 무대 최다골이 이 순간만큼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손흥민의 어깨에는 무거운 짐이 가득하다. 올 시즌 토트넘이 리그 초반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진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11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모이는 축구대표팀에서는 주장이다. 토트넘이나 대표팀 모두 팀을 끌고 가야 하는 역할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하지만, 경기력과 골로 대답했다. 또, 세리머니도 절제하며 자신의 마음을 분명하게 알렸다. 항상 밝았던 손흥민이 지난 사흘 동안 힘들었던 시간을 극복하고 있음을 모두에게 알린 것이다.

송 원장은 "손흥민의 마음이 비단결같이 착한 것 같다. 무엇보다 고의성이 없었다. 축구팬들의 응원과 힘 있는 격려가 도움이 될 것 같다"도 전했다. 이 모든 기대에 부응한 손흥민이 또 한 번 세계적인 선수로 태어나는, 그래서 귀중했던 즈베즈다전이었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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