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FA컵 MVP로 선정된 고승범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솔직히 나가는 줄 알았어요. 근데 갑자기 뚝 떨어져서 (고)승범이한테 얘기했더니, 연습했더라고 하더라고요." 

고승범이 작렬한 왼발 중거리 슈팅 득점은 왼발의 지배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수원 삼성의 주장 염기훈도 놀라게 했다.

염기훈은 지난 2010년과 2016년 수원 삼성이 FA컵에서 우승할 때 득점했고, 대회 MVP를 차지했다. 염기훈은 2019년 수원의 통산 다섯 번째 FA컵 우승 과정에도 득점했으나 MVP의 영광은 고승범의 차지였다. 고승범은 전반 15분 오른발, 후반 23분 왼발 중거리슛을 성공시켰다.

◆ 오른발 이어 왼발 캐논포 작렬은 우연이 아니다

본래 오른발 잡이인 고승범이 전반전에 성공시킨 오른발 슈팅 득점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었으나 먼 거리에서 힘있게 감기며 골문 상단 구석으로 낙하한 후반전 왼발 슈팅은 감탄을 자아냈다. 

재차 밀어넣기로 당초 득점자로 기록됐다가 정정된 김민우는 "승범이 골이라고 생각을 했다"고 했다. 강하고 정확했고, 골대 강타 후 골라인을 통과한 '막을 수 없는' 슛이었다. 

경기 후 대회 MVP 수상으로 공식 회견에 나선 고승범은 겸손하게 소감을 말하면서도 철저히 준비하고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두 시즌동안 골이 없었기에, 그런 부분에서 연구를 많이 했다. 슈팅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는데, 전 경기도 그렇고 전전 경기도 슈팅이 되는 부분에서 들어가진 않았지만 나오기 시작했다. 좋은 타이밍에 들어간 것 같다."

▲ 득점 후 기뻐하는 고승범 ⓒ한희재 기자


2018시즌부터 주전 경쟁에서 밀려 대구FC 임대 생활을 했고, 2019시즌 리그 출전도 8차례에 불과했던 고승범은 이를 갈고 기회를 기다렸고, 2019시즌 수원의 가장 중요한 경기에 자신의 진가를 보였다. 

고승범은 2016시즌 수원에 입단했고, 그해 결승을 뛰지 못했다. "뒤에서 지켜보면서 기뻤지만 느낀게 많았다.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겠다.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며 기회가 왔을 때 잡기 위해 자신의 무기를 만들어왔다고 했다.

◆ 벤치 신세 좌절 않고 무기 만든 고승범, 스스로 이룬 주전 도약

프로 데뷔 전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재능을 보이기도 했던 고승범은 풍부한 활동량과 스피드,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장점을 통해 수원 입단 후 주로 좌우 윙백으로 기용됐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 살림꾼으로도 뛰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소금 같은 역할을 했지만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다.

FA컵 MVP를 수상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은 고승범은 마침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고승범은 슈팅 연습을 꾸준히했던 것 뿐 아니라 약해보이던 외모도 머리를 짧게 깎고 수염을 길러 바꿨다. 모든 면에서 강해지고자 준비했다.

"경기장에서 약해보이면 안 된다. 변화를 주고 싶었는 데 그런 것도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 득점 후 이임생 감독에게 달려간 고승범 ⓒ한희재 기자


골을 넣은 뒤 이임생 수원 감독에게 달려가 안긴 고승범은 "기회도 못 받았고 부상도 있었다. 준비하는 과정이 많이 힘들었지만 감독님이 결국 제가 노력하는 모습을 봐주시고 기용해주셔서 골을 넣을 수 있었다. 감격적인 순간에 감독님 생각이 나서 달려들었다"고 했다.

고승범의 이날 선발 출전은 부주장은 주전 미드필더 최성근의 부상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임생 감독은 경기 후 회견에서 "첫 경기는 최성근, 이종성 선수가 미드필드에 기용됐지만 최성근 선수가 부상이 아니더라도 제 계획은 고승범이었다. 안토니스를 위에 두려고 했다. 최성근 부상이든 아니든 고승범 선수에게 미리 준비하라고 얘기했었다"고 했다. 

본래 고승범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는 이임생 감독은 이 활약을 통해 향후 수원의 주전 미드필더로 고승범이 올라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 시즌 고승범 선수가 경기를 많이 못뛰어서 중간 중간 미안하다는 말 해왔다. 자신의 가치를 보이고 주전으로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정체되지 말고 발전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는 리저브가 아니라 베스트로 우뚝 설 수 있는 고승범이 됐구나, 솔직히 너무 좋았다."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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