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연을 자처했던 양상민(맨 오른쪽), 항상 음지에서 수원 삼성을 이끌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이성필 기자] '푸른 늑대' 양상민(35, 수원 삼성)은 현재 수원 삼성 선수단 중 유일하게 2008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수원이 가장 좋았던 시절을 막내급에서 보낸 기억을 안고 있던 양상민은 11년이 흘러 염기훈(36)에 이어 선참급 역할을 하고 있다. 수원의 호시절부터 허리띠를 졸라메고 버티고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는 시절 모두 수원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2005년 전남 드래곤즈를 통해 프로에 입문한 양상민은 2007년 수원으로 이적했다. 왼쪽 측면 수비수로 자기 역할을 해냈고 수원이 어려워지기 시작하자 중앙 수비수, 중앙 미드필더 등 위치를 가리지 않고 뛰었다.

그래서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은 양상민에게도 극적이었다. 수비의 중요 축으로 선발 출전했지만, 전반 30분 만에 부상으로 이종성과 교체됐다. 불운했던 경기였다.

리그 두 경기가 남아 있지만, 홈 최종전이라는 점에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뛴 양상민이다. 벤치에서도 그는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하게 우승을 바랐다. 그가 수원 소속으로 뛴 2009, 2010, 2016년 우승 모두 원정이었기 때문이다.

양상민은 "(개인적로는) FA컵 5회 우승했더라. 경기 전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선참이 되면서 수비력이 떨어지니 그런 모습이 힘들어서 그랬다. 4-0의 점수보다 0(무실점)으로 우승해서 기쁘다. 같이 경기에 제대로 뛰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말했다.

생각이 많았던 양상민이다. 그는 "홈 최종전이라 잠이 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며 복잡한 감정을 표현한 뒤 "내년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20경기 이상 뛰었지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뛰었다. 여러가지 감정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양상민은 올해를 끝으로 수원과 계약이 끝난다. 수원에서 국가대표에도 발탁됐었던 좋은 기억이 있다. 그는 "늘 (최선을 다하자는) 그런 마음으로 했었다. 진짜 홈 최종전이라 더 뛰고 싶었다. 수원이라는 팀과 (계속) 같이 하고 싶다.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다"며 내년에도 파란색 수원 유니폼을 입고 뛰고 싶은 생각을 전했다.

시즌 시작하면서 15경기 이상 뛰지 못하면 은퇴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양상민은 "지난 두 해를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 못했다. 올해 뛰면서 경기 출전 여부를 떠나 팀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며 희생의 가치를 설명했다.

수원 유니폼을 입고 항상 조연을 자처했다는 양상민은 "여러 감정이 들더라. 우승을 못하면 어쩌나 싶더라. 팀 자체가 어려운 해를 보냈다. 오늘 팬들의 응원만 보면 분명 더 나아져야 한다. 선수도 영입해야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선수들도 노력해야 한다"고 직설 화법을 구사했다. 

수원은 우승으로 내년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얻었다. 현재 전력으로는 나가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망신을 당할 우려가 있다. 그는 "수원은 더 좋아져야 한다. 좋은 선수가 들어와야 하는 것이 맞다"며 전력 보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화려했던 선수들을 보유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2008년의 기억을 되짚은 양상민은 "그 당시에는 어렸고 지금은 최선참이다. 위치가 다르니 힘들더라. 대전 코레일이 내셔널리그지만, 1차전을 비겨서 우승 확률이 떨어지니 마음이 그렇더라. 그래서 우승해서 기쁘다"고 벅찬 마음을 표현했다.

이임생 감독 역시 올해 부임해 어려움을 겪었다. 양상민은 "올해 코칭스태프가 다 바뀌지 않았나. 착오가 있었다. 어디가 문제라고 하기도 그렇다.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좀 했었다. 기강을 잡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우승으로 결실을 맺었다"며 굴곡진 2019년을 평가했다. 

물론 냉정하게 보면 수원이 더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양상민은 "지금 수원이라는 팀은 구단이 팬, 경기장 등을 보더라도 더 앞서나가야 한다.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더 많은 선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구단의 정비를 촉구했다.

K리그에서는 파이널 그룹B(7~12위)로 밀린 수원이다. 오히려 대구FC, 강원FC 등 시도민구단이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양상민은 "대구나 강원과 하면 이겼고 승률도 높았지만, 하위 팀에 저조했다. 누구의 잘못을 떠나서 집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선수들이 성실하다. 뭉칠 힘도 있다. 더 잘하리라 본다"며 내년에는 자존심 회복의 해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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