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믹스트존에서 만난 염기훈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수원 삼성에서 '왼발의 지배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미드필더 염기훈(36)은 대한민국 FA컵의 지배자다. 2010년과 2016년에 이어 2019년 개인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이뤘다. 

염기훈은 이 세 번의 우승 과정에서 출전한 결승전에사 모두 득점했다. 대전 코레일과 10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2019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는 4-0 대승의 대미를 장식한 쐐기골을 후반 40분 여유로운 터닝 슈팅으로 작렬했다.

염기훈은 탈락 위기에 몰렸던 화성FC와 준결승 2차전에 해트트릭을 몰아친 구세주였다. 대전 코레일전과 결승 1차전 0-0 무승부로 위기론에 시달린 수원은 결2차전 4-0 대승으로 우승했고, 염기훈은 마지막 골을 올 시즌 대회 5호골로 장식해 득점왕 타이틀을 쥐었다.

대전 코레일전 최고 수훈 선수는 두 골을 넣은 고승범이었다. 지난 두 번의 우승 과정에 MVP를 차지했던 염기훈도 양보해야 하는 활약이었다. 하지만 첫 FA컵 득점왕 타이틀과 함께 우승한 염기훈은 우승과 골 기록이 이어진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했다.

경기 종료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염기훈은 "2010년, 2016년에 다 결승에서 골을 넣었다. 솔직히 오늘도 넣겠다는 생각을 갖고 임했다"며 욕심이 없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세진이가 도와줘서 세 번 결승에 올라가서 다 골을 넣을 수 있었다"는 염기훈은 득점왕 상금으로 결정적 패스를 해준 전세진에게 선물을 하겠다며 웃었다. 전세진은 화성과 준결승 2차전 당시에도 페널티킥을 얻어 염기훈의 해트트릭을 위해 양보했다.

염기훈의 원맨팀으로 불리던 수원은 염기훈이 황혼기에 이르면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고 돕는 주장 역할에 더 집중하고 있다. MVP를 수상한 고승범은 이날 염기훈도 놀랄만한 왼발 중거리슛으로 득점하기도 했다.

▲ 전세진의 도움으로 FA컵 결승 3연속 출전, 3연속 득점에 성공한 염기훈 ⓒ한희재 기자


염기훈은 "난 솔직히 나가는 줄 알았는다"며 "갑자기 뚝 떨어져서, 승범이한테 나가는줄 알았다고 얘기를 하니 자기가 연습했다고 하더라. 확실히 묵묵히 열심히하고 연습한 결과가 큰 대회에 나온 것 같다"는 말로 고승범을 격려했다. 시즌 내내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은 고승범이 이날 활약으로 반등하며 수원의 차세대 중원 핵심으로 떠올랐다.

염기훈은 "어려울때 승범이가 해줬기 때문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며 "슈팅 훈련은 많이 필요하다. 슈팅 정확성이 높아지니까 필요하다"는 말로 다른 선수들에게도 훈련과 연습을 통해 슈팅 능력을 발전시키길 주문했다.

염기훈은 올해 데뷔한 유망주와 신인 선수들에게 기회가 많지 않지만 간절하고 치열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가진 능력은 충분하다. 경험만 좀 더 쌓으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솔직히 어린 선수가 프로에서 경험을 쌓기가 쉽지 않고, 기회가 와도 모든 걸 보여주기 어렵다. 누구나 경기를 뛰면 좋지만 그렇기 어렵다. 10분을 뛰든 언제 나가든 모든 걸 보여주겠다는 준비가 되지 않으면 (기회를) 잡기 어렵다. 어린 선수들에게 기다리는 게 힘든 것이지만, 그 10분이 왔을때 모르고 지나가는 선수가 많다. 그 10분이 온다면 잡기 위해 묵묵히 연습해야 한다."  

▲ FA컵 득점왕을 수상한 염기훈 ⓒ한희재 기자


2020년에 만 나이로도 37세가 되는 염기훈은 내년에도 변함없이 현역으로 뛴다. 

세 번이나 우승하고 결승전 득점을 올린 FA컵에 대해 염기훈은 "저한테도 FA컵은 기분 좋은 대회가 될 것 같다. 내년에도 FA컵만큼은 좀 더 기분 좋은 대회라고 강하게 올 것 같다"며 계속해서 FA컵의 지배자이자 역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0시즌을 준비하는 염기훈은 자신이 모든 경기를 뛰거나, 선발 출전만 고집하지 않고 팀에 최선의 기여를 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정말로 올해는 제 자신의 몸 상태를 느꼈다. 내년에는 올해의 패턴을 갖고 조금 더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이제 계속 선발로 뛰는 것을 내려놓고, 후반에 뛰든 가끔 선발로 뛰든 감독님과 상의를 통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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