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축구협회가 K리그와 통합 중계권 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오른쪽 중계 카메라가 선수들을 찍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국가대표팀 및 K리그 통합 중계권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실시한다.

축구협회는 11일 국가대표팀 A매치와 프로축구 K리그1 통합 중계권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오는 12월 6일 오후 3시까지 접수해야 한다.

이번 입찰에서 선정된 업체는 2020년부터 최소 4년 이상 축구대표팀을 비롯한 각급 연령대 대표팀 경기와 올스타전을 제외한 K리그 전 경기 방송권 및 제 3자에게 재판매 가능한 독점적 권리를 갖는다.

축구협회는 프로연맹과 함께 지난 2016년부터 국내 축구의 방송 중계 환경 개선과 발전을 위해 통합 중계권 구성으로 사업을 진행해 왔다. 올해 계약이 만료된다. 통합 중계권 구상은 프로연맹 총재를 경험한 정몽규 회장의 핵심 정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후원사와 더불어 방송 중계권은 축구협회 재정 확보의 중요한 축으로 꼽힌다.
 
축구협회는 '내년부터의 신규 계약시점을 맞아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한국축구의 콘텐트적 가치 확대를 제고하고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사를 맞이하기 위해 금번부터 경쟁 입찰제를 도입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시장 상황과는 다소 어긋난다는 평가가 있다. 축구협회는 입찰 최소 제안금액으로 연간 250억 원(VAT 별도)을 제시했다. 기존의 축구협회 국가대표 중계권은 120억 원, 프로연맹은 60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제안 금액을 올린 것은 축구협회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계약 기간이 무려 4년으로 2023년 12월 31일까지다. 4년 사이 미디어 환경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다. 연간 250억 원을 지불하는 그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스포츠전문채널 등이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대표 스포츠 콘텐츠인 국가대표 경기에 대한 접근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해외 사업자에도 문을 열어 놓았지만, 환경으로만 보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상파 한 관계자는 "A매치 한 경기를 중계하면 광고를 다 팔아도 적자가 발생한다. 특정 경기에서 흑자가 나도 전체로 보면 그렇지 않다. 최소 경기당 3억의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 현재 구조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찰 최소 제안금액이 상승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과연 누가 나설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K리그의 독자적인 행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K리그는 해외 중계권을 독자로 팔기 위해 광폭 세일즈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중계권의 경우 K리그2(2부리그)는 올해부터 자체 중계로 전환해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물론 K리그1의 경우 올해 관중 증가로 긍정적 전망이 있기는 하지만, 늘 그렇다는 보장이 없어 중계 방송사들도 고민하는 콘텐츠다. 이럴수록 축구협회에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의 독자적인 행보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아직 국내 중계권의 경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라 고심이 필요했다. 4년의 계약 기간 동안 국가대표팀이라는 콘텐츠와 함께 가야 하는 부분도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만, '끼워팔기'식은 K리그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프로연맹은 스스로 중계권 규모를 키우기 위해 뉴미디어 팀을 신설하고 중계 표준을 중계사에 배포하는 등 최상의 중계 질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다. 프로연맹의 노력을 축구협회가 모르는 것은 아닌지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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