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스터의 핵심 메디슨과 바디(왼쪽부터)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레스터시티가 아스널을 꺾었다. 레스터는 이제 충분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정조준한다.

레스터는 2015-16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13회), 첼시(5회), 맨체스터시티(4회), 아스널(3회), 블랙번(1회)와 함께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서본 특별한 클럽으로 이름을 남겼다. 하지만 그들의 우승이 '동화'라고 불렸던 것은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들과 함께 일궈낸 성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승을 차지한 직후 2시즌 동안 9위를 기록했다. 레스터의 돌풍은 그렇게 잠잠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019-20시즌 레스터는 다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2라운드까지 8승 2무 2패로 2위를 달린다. 11승 1무로 무패 행진하는 리버풀의 독주가 시선을 끌지만 레스터 역시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아스널전은 레스터의 힘을 입증하는 하나의 '쇼케이스'였다. 레스터는 10일(한국 시간) 영국 레스터 킹파워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시즌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에서 아스널을 2-0으로 완파했다. 

아스널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걸린 4위 내 진입을 노리는 팀이다. 아스널을 상대로 경기력에서도 압도했다는 점은 레스터의 저력을 확인하게 했다. 점유율에서 50.2%로 근소한 우위를 점했으며 슈팅에서 19-8로 압도했다. 내용은 물론 결과까지 잡은 경기였다.

영국 타블로이드지 '데일리메일'은 레스터의 승리를 "레스터의 압도적인 승리, 아스널은 레스터를 상대로 아무것도 만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우선 빼어난 공수 밸런스에 높은 평가를 줄 만하다. 우승 당시부터 빠른 발로 주목받았던 제이미 바디가 여전히 최전방에서 활약한다. 그는 이번 시즌 12경기에서 11골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하비 반스, 아요세 페레스가 배치되는 날개 공격수의 속도도 빼어나다. 중원에서 이를 지원하는 유리 틸레망스와 제임스 메디슨의 능력도 빼어나다. 이를 뒤에서 받치는 윌프리드 은디디는 부지런한 수비로 공수 밸런스를 잡는다. 벤 칠웰-조니 에반스-찰라르 쇠윈쥐-히카르두 페레이라 포백 역시 안정적이며 공격력까지 겸비했다. 전체적인 밸런스가 뛰어나다. 레스터는 29골을 넣고 8골만 실점했다. 최다 득점에선 2위, 최소 실점에선 1위다.

레스터가 폭발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그들의 상승세를 이해할 수 있다. 여전히 레스터의 특기는 바디, 반스, 페레스를 앞세운 역습이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지공에 세밀성을 더했다. 브랜든 로저스 감독은 점유율과 패스에 기반을 둔 축구로 스완지시티와 리버풀에서 성과를 보였던 인물. 레스터는 시즌 말인 지난 2월 27일 로저스 감독을 선임했고, 프리시즌부터 팀을 조련한 이번 시즌엔 레스터는 한층 발전한 공격 전개를 펼친다.

이는 지난 시즌과 득점력 비교로 확인할 수 있다. 레스터는 지난 시즌 모두 51골을 기록했는데 오픈 플레이에서 기록한 골은 24골로 채 절반이 되지 않았다. 16골이 페널티킥을 포함한 세트피스에서 나왔고 8골이 역습에서 나왔다.(자책골 3)

반면 2019-20시즌 29골을 넣은 가운데 무려 20골이 오픈플레이에서 나왔다. 사우스햄튼전 9-0 대승으로 득점이 늘어난 것을 고려하더라도, 공을 돌리면서 찬스를 만드는 데에서 분명히 발전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스널전에서 터진 2번의 골도 투박하게 욱여넣은 것이 아닌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후반 23분 측면부터 페레이라-반스-틸레망스 그리고 바디의 슈팅까지 모두 원터치로 처리됐다. 아스널의 수비진의 혼을 빼놓는 공격 전개였다. 후반 30분 기록한 골도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페레이라의 침투 패스를 짧게 내주자 메디슨이 장기인 오른발로 득점했다. 

아스널전 승리로 레스터는 승점 26점 고지에 올랐다. 첼시(승점 26점), 맨시티(승점 25점)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불안한 2위'지만 충분히 의미가 있다. 레스터는 이미 승점 17점을 따낸 셰필드 유나이티드와 아스널과 차이를 9점까지 벌린 상황이다. 시즌이 많이 남았다곤 하나 충분히 4위 이상에 도전할 만한 상황이다.

또 하나 고무적인 것은 레스터가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난 이른바 '빅6'와 경기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를 냈다는 것이다. 레스터는 토트넘과 아스널을 이겼고, 첼시와 비겼으며, 리버풀과 맨유에 패했다. 2승 1무 2패로 반타작에 성공했고 맨시티와 맞대결만 앞두고 잇다. 현재까지 경기력을 보면 후반기에 펼쳐질 맞대결에서도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직접 경쟁 상대인 팀들을 맞아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것 역시 4위 내 진입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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