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의 하이파이브' 판 데이크와 마네(왼쪽부터)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리버풀은 측면 수비수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고, 중원의 활동량을 살렸다. 맨체스터시티가 고전했던 이유다.

리버풀은 11일 오전 1시 30분(한국 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19-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12라운드에서 맨체스터시티를 3-1로 이겼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 맨시티마저 잡은 리버풀은 11승 1무, 빼어난 성적으로 선두를 질주했다.

리버풀도, 맨시티도 완성된 팀이란 평가다. 이미 위르겐 클롭,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 아래 선수 구성을 마친 뒤 전술적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점유율을 높이면서도 공격할 수 있고, 동시에 속도를 살린 역습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전천후 팀. 2017-18시즌 이후 리버풀이 3승 2무 2패로 근소한 리드를 잡고 있을 만큼 팽팽한 흐름이 예상됐다.

맨시티는 보통 2선의 공격 가담과 강한 전방 압박을 강조하는 팀으로 4-1-4-1 포메이션을 주 전술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선 일카이 귄도안-로드리가 중원을 지키는 형태로 4-2-3-1에 가까웠다. 2선에서 공격 진영까지 오르내리는 공격형 미드필더는 2명에서 1명으로 줄어 케빈 더 브라위너만 출전했다. 강력한 압박 능력, 발빠른 역습을 고려한 전술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리버풀은 맨시티에 맞서기 위해 여느 때처럼 장점을 살려 반격했다. 압박과 적극성에서 앞설 수 있는 중원에선 강하게 싸우고, 공격력이 강점인 측면의 힘을 살려 공격에 나섰다.

◆ 싸우는 중원

리버풀은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오른쪽부터 조던 헨더슨, 파비뉴, 조르지뇨 베이날둠이 차례로 중원에 배치됐다. 세 선수 모두 상황에 맞게 상대를 압박했지만, 큰 틀에서 움직임은 차이가 있었다. 헨더슨이 주로 전방에서 스리톱과 함께 압박을 시도했던 반면, 베이날둠은 왼쪽 측면을 따라 폭넓게 움직이면서 공격과 수비에 모두 신경을 썼다. 파비뉴가 중원에 처져서 주로 수비와 후방 빌드업을 맡았다. 리버풀은 중원보다 측면을 주로 활용해 공격을 전개했다. 3명의 미드필더는 주로 리버풀이 주도권을 잡지 못하게 맞서 싸웠다.

리버풀은 특히 맨시티가 즐겨쓰는 '하프스페이스' 통제에 힘을 쏟았다. 맨시티의 왼쪽 측면 공격을 맡은 라힘 스털링은 드리블이 뛰어난 선수. 주로 케빈 더 브라위너는 중앙에 배치되면서 오른쪽의 '반대발 윙어' 베르나르두 실바 쪽으로 자주 움직였다. 실바가 중앙으로 돌파하면서 하프스페이스로 침투하는 더 브라위너에게 패스하는 것은 맨시티가 자랑하는 공격 루트다. 하지만 리버풀의 중원, 특히 파비뉴와 베이날둠이 번갈아가며 더 브라위너가 움직일 공간을 차단했다. 영리하게 움직인 두 미드필더 덕분에 맨시티의 공격도 단순해졌다. 맨시티가 뛰어난 개인 능력으로 몇 차례 기회를 만들었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리버풀의 경기 통계에서도 '싸우는 미드필더'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이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미드필더 4명(헨더슨, 파비뉴, 베이날둠, 밀너)가 경기 전체 점유율에서 10.5%를 차지한다. 반면 측면 수비수 앤디 로버트슨과 트렌트 알렉산더 아널드 2명의 점유율은 10.6%에 달한다. 중원에서 공을 소유하면서 공격하기보다 측면 수비수들을 적극 활용했다는 증거다.

반대로 맨시티의 공격 핵심 더 브라위너는 경기에서 3번의 키패스를 기록했으나 오픈플레이에선 단 1번만 기록했다. 보통 하프스페이스에서 낮은 크로스 혹은 컷백 패스를 주로 활용하지만, 이날은 전반 42분 세르히오 아구에로에게 전진 패스로 기록했다. 몇 차례 문전으로 패스를 넣었지만 해결하지 못한 문제도 있었다. 반면 시즌 경기당 평균 2.1 2.1개 드리블 돌파를 성공한 라힘 스털링은 드리블을 8번이나 성공시켰다. 평소 패스를 중심으로 경기를 운영했던 맨시티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스털링의 개인 능력에 높은 비중을 뒀다고 해석할 수 있다.

▲ 수비는 물론 골까지, 파비뉴

◆ 공격하는 측면

실제로 리버풀의 공격은 측면에서 주로 전개됐다. 맨시티가 수비형 미드필더를 2명 두면서 보강한 중원을 거치는 대신 측면을 적극 활용했다. 로버트슨과 아널드는 측면에서 크게 방향을 흔들거나, 앞에 배치된 스리톱으로 직접 공을 연결하면서 전진패스의 시발점이 됐다. 그리고 모하메드 살라-호베르투 피르미누-사디오 마네는 공간을 향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맨시티 수비진을 곤란하게 했다. 서서 공을 받기보다 장점인 주력과 적극성을 살릴 수 있는 공격 형태였다. 측면이 활발하니 크로스를 주된 공격 루트로 활용했다. 로버트슨과 아널드는 각각 2회씩, 사디오 마네도 2회 키패스를 기록했다. 마네는 측면으로 약간 빠진 위치에서 중앙의 베이날둠과 살라에게 한 번씩 슈팅 찬스를 제공했다.

미드필더들의 키패스 수와 비교하면 측면의 공격 비중을 확인할 수 있다. 중원에 배치된 헨더슨, 파비뉴, 베이날둠, 교체 투입된 제임스 밀너까지 포함해 4명의 선수가 기록한 키패스는 단 1번이다. 공격 헨더슨이 후반 6분 기록한 것인데 이것은 사디오 마네의 득점으로 연결됐다. 이마저도 코너 플래그 근처, 즉 측면 깊은 곳에서 나왔다.

득점 장면을 복기해보면 리버풀 측면 공격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전반 6분 선제골은 로버트슨의 전진 패스와 마네의 돌파에 이은 크로스가 날카롭게 연결되면서 시작했다. 파비뉴가 슈팅을 때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것은 측면이었다. 전반 12분 살라의 2번째 득점 장면은 더 확실하게 측면 공격을 확인할 수 있다. 아널드가 단번에 반대의 로버트슨을 노린 '횡패스'로 공간을 만들었다. 킥에 자신감이 있고 압박을 강조하는 맨시티가 간격을 좁힌다는 것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로버트슨의 크로스가 공간으로 움직이는 살라의 머리에 배달되면서 득점이 나왔다. 3번째 득점은 측면을 돌파한 헨더슨의 크로스와 반대에서 순간적으로 공간을 포착한 마네에게서 나왔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이강유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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