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은 한국전을 낮은 자세로 준비했다. 경기 후 홍이중 감독과 장이의 태도에서 그들의 철저한 준비자세를 알 수 있었다. ⓒ 지바,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지바(일본), 신원철 기자] "우연한 승리가 아니다. 대만이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잘했다."

대만 홍이중 감독의 표정과 목소리는 평온했다. 대신 그의 어휘에는 힘이 있었다. 12일 한국이 대만에 0-7로 완패한 뒤, 대만 홍이중 감독은 기자회견장에 들어와 당당하게 말했다. 대만이 한국보다 좋은 야구를 했다고. 

반박할 수 없는 말이었다. 한국은 대만 투수진을 상대로 단 5안타에 그쳐 단 1점도 뽑지 못했다. 1회부터 무사 1, 2루 기회를 얻었지만 결과는 무득점이었다. 마운드도 밀리는 전력은 아니었다. 김광현을 선발로 내세우고, KBO리그를 호령하던 마무리 투수들이 연달아 구원 등판했지만 불 붙은 대만 타선을 잡을 수 없었다. 

김경문 감독 또한 "중요한 경기였는데 모든 면에서 졌다"며 완패를 인정했다. 

대만은 도전자였다. 한국을 라이벌로 여기면서도 아직은 낮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철저히 이번 경기를 준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 승리를 확신하고 기뻐하는 대만 선수들. ⓒ 지바, 곽혜미 기자
장이는 경기 후 "한국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러나 1회 위기를 넘기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상대를 너무 의식하면 부담감만 커진다. 잊으려고 노력했다. 이닝을 거듭할 수록 내 페이스대로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음가짐의 차이만으로 결과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장이는 지난해 외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해 올해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다. 오릭스 소속인 그는 1군 8경기에서 2승 4패 평균자책점 5.93을 기록했다. 정규시즌 기록만 놓고 보면 한국이 공략 못 할 상대는 아니었다. 

게다가 직전 경기인 6일 베네수엘라전에서 데뷔 후 가장 많은 102구, 7이닝을 던진 뒤였다. 그럼에도 장이는 7회 2사까지 실점 없이 한국 타선을 막아냈다. 22살 신예 포수 가오위졔와 준비한 게임플랜이 적중했다. 정규시즌에서는 변화구 가운데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했던 슬라이더가 이번 경기에서는 20% 수준으로 늘어났다. 

장이는 "포수와 조합이 좋았다. 포수에게 고맙다. 어떻게 경기를 운영하면 좋을지 열심히 준비했고, 도와준 코칭스태프에게도 고마운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 대만 포수 가오위제. ⓒ 지바, 곽혜미 기자
대만은 예선라운드 B조에서 2승 1패를 거뒀지만 푸에르토리코와 1차전을 제외하면 쉬운 경기는 없었다. 베네수엘라는 장이의 역투를 앞세워 3-0으로 이겼고, 일본에 1-8로 완패했다. 홍이중 감독은 일본과 같은 11안타를 치고도 7점차로 진 뒤 슈퍼라운드 전략을 재설정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 7일 일본전에서는 위기에서 실점이 많았다. 그래도 안타 11개를 친 점은 만족했다. 슈퍼라운드를 시작하기 전 타선 재구성을 고민했다. 그 결과가 오늘(12일) 후진롱(3타수 2안타 1볼넷)의 1번 기용이다"라고 말했다.

대만은 한국과 2020년 도쿄 올림픽 진출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전히 한국이 2승 1패로 앞서 있지만 대만은 마지막 경기에서 슈퍼라운드 최약체 호주를 상대한다는 이점이 있다. 한국은 멕시코와 일본 두 팀을 모두 잡아야 대만에 앞설 수 있다. 대만전 1패를 가볍게 여길 수 없다. 

12일까지 슈퍼라운드 전적(남은 경기 상대)

멕시코 3승(일본-한국)
한국 2승 1패(멕시코-일본)
일본 2승 1패(멕시코-한국)
미국 1승 2패(호주-대만)
대만 1승 2패(미국-호주)
호주 3패(미국-대만)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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