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경기에서 귀중한 승리를 거둔 대만. 대만 현지도 대표팀의 승리에 크게 고무됐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가오슝(대만), 김태우 기자] 가오슝 국제공항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기사들은 저마다 휴대전화 혹은 차량에 설치된 DMB 화면을 주목했다. 대만이 초반에 점수를 뽑자 환한 미소를 짓는 이들도 있었다. 한 기사는 "오늘 많은 이들이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대변했다.

호텔 직원들도 바쁜 업무 과정에서 틈이 나면 TV를 지켜봤다. 로비를 지나가는 대만인들도 한 번씩 스코어를 확인하곤 했다. 대만의 프리미어12 열기는 오히려 한국보다 더 뜨거워 보였다. 그 대만이 또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벼랑 끝에서 살아난 대만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대만은 12일 일본 지바 조조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19’ 슈퍼라운드 한국과 경기에서 7-0으로 완승했다. 경기 초반부터 점수를 뽑으며 앞서 나갔고, 마운드가 한국 타선을 사실상 압도하며 기분 좋은 승리를 낚았다. 거의 모든 면에서 대만이 더 나았던 경기였다. 올림픽 출전의 희망도 이어 갔다.

예선 라운드에서 조 2위를 기록, 1패를 안고 시작한 대만이었다. 슈퍼라운드 첫 경기였던 멕시코와 경기에서도 지며 2패를 기록 중이었다. 2승을 기록 중이었던 한국에 패할 경우 이 대회에 걸린 올림픽 출전권은 사실상 날아갈 판이었다. 그러나 한국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은 대만은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간 끝에 한국에 충격을 안겼다. 뜨겁지만 냉정했고, 방심도 없었다.

대만 언론들은 일제히 “한국을 또 이겼다”며 승전보를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대만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한국을 이겼다. 여기에 최근 유소년 레벨과 아시아야구선수권에서도 한국을 연이어 이긴 바 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ELTA 중계진은 “한국에 귀중한 승리를 거뒀다. 한국을 꺾으면서 우리의 경기력을 증명했다”고 환호했다. 

프리미어12 열기도 한국보다 뜨거웠다. 예선 라운드를 개최한 대만은 한국보다 더 많은 관중을 유치했다. 매경기 1만 명 이상이 경기장을 찾았다. 일본에 간 응원단의 수도 한국보다 더 많았다. 방송 프로그램만 봐도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대만에서는 한국과 대만의 경기는 물론, 우리는 누구도 신경쓰지 않은 일본과 미국의 경기도 생중계되고 있었다. 새벽 내내 한국을 이긴 하이라이트를 틀기도 했다. 기본적인 관심도가 높았다. 

대만은 한국을 야구 라이벌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 한국 야구와 ‘극일’의 역사를 빼고 설명하기 어렵듯이, 대만 또한 한국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날 경기는 우리의 한일전 같았다. 대만야구 전문가 김윤석 씨는 “대만은 한국과 붙으면 우리가 일본을 대하듯 나라 전체가 변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대만에 12일 한국전 승리는 국민적인 이슈였다. 한국은 대만 야구가 이제 턱밑까지 쫓아왔음을 인정해야 했다.

스포티비뉴스=가오슝(대만),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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